지역사회를 섬기며 여러 교회의 예배와 행사에 참석해서 순서를 맡아 섬길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 중에 기억에 남는 목사안수식이 아직도 제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저의 목회사역을 위해서 늘 기도해 주시는 남가주 프라미스교회(담임: 황 여호수아 목사) 창립 12주년 기념주일에 있었던 목사 안수식에서 큰 은혜를 받았습니다. 저희는 성도님들을 대신해서 장로님 내외분과 함께 참석하였습니다. 목사안수를 받을 분을 소개하는 담임목사님은 “이번에 안수받으시는 분은 11년동안 우리 교회에 오셔서 찬양사역을 감당하시는 동안 한번도 ‘아니오(NO)!’ 라는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말씀하실 때에 예배당은 안은 술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잠시 후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박수소리가 가득 울려퍼졌습니다. 누군가는 여기저기서 휘파람 소리로도 축하의 표현을 하였습니다. 아멘으로 화답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어찌 생각해보면 사역자의 마음가짐에 있어서는 지극히 당연한 부분이라고 생각이 듭니다만 참석하신 분들의 반응에서는 과하다 싶을 정도였습니다. 사실 제 마음도 무척 기쁘고 설레기도해서 아내의 눈을 마주하고 엄치척으로 호응했습니다. 목사안수를 받는 분의 그 동안 섬겼던 교회사역과 성품이 한 눈에 들어오는 듯했습니다. 담임목사님의 신뢰를 한몸에 받고 있어서 사역의 출발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 즐겁고 기쁜 목사안수식이었습니다.
마침 저에게 개인적으로 선배의 조언을 부탁하셨기에 고심하다가 이렇게 말씀을 드렸습니다. 저도 부족한데 한가지 말씀을 드리면, “목회는 내가 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직접하십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눈치를 잘 살피셔야 하는 일입니다. 하나님의 마음에 드셔야 좋은 목회자가 될 수 있습니다.”라고 전해드렸습니다.
교단 안수위원 목사님의 말씀 중에서는 제 마음에 ‘초심유지’라는 말씀이 제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그리고 제 인생가운데 맞이했던 첫 순간들을 기억해 보았습니다. 지난 95년에 목사 안수를 받던 감사와 감격스런 순간, 아내를 만난 순간, 딸 리베카가 태어난 순간, 미국에 도착한 첫날, 담임목회를 시작하던 순간 등등 제 인생의 첫 순간들을 생각하니 원망도하고 불평도 했던 몇가지 일들이 떠올라서 부끄러움과 죄송함이 담긴 아쉬움으로 가슴이 뛰고 얼굴이 달아올랐습니다. 눈으로는 목사안수식이 펼쳐지고 있었지만 마음 속에서는 십자가를 바라보며 주님께 깊은 회개와 죄송함을 곱씹게되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연이지만 교회를 개척한 이후로 새벽 4시 30분에 문을 열고 기도를 드리는 이석원 장로님의 헌신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누군가는 은밀하게 교회를 세우기 위하여 고단한 새벽 잠을 깨우고 성전의 문지기로 서원을 드리고 일터로 달려나가는, 자기 인생을 전적으로 내드리는 헌신과 섬김이 있었다는 사실을 듣고 마음속으로 감동하게 되었습니다.
목적을 가지고 인생을 마칠 때까지 마지막까지 달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힘든 일입니다. 주일 아침 LA 마라톤 대회에 우리 교회대표로 최주은 집사님 아들 브라이언 형제가 참가하고 있었습니다. 마라톤의 특성상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려면 스스로 오랜 시간 준비했을 것입니다. 우리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26.2 miles 를 내달렸습니다. 엄마의 사랑을 가슴에 담고 집을 나서서 완주를 꿈꾸며 힘든 순간을 견디고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며 달렸을 것입니다. 완주메달을 받았다는 기쁜 소식을 듣고 주님께 감사드렸습니다. 마라톤은 우리가 살아온 인생 여정에 비하면 무척 짧은 거리지만 완주한 자에게는 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착하고 충성된 종들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상급이 반드시 준비되어 있음을 믿게되는 은혜와 감격이 넘치는 하루였습니다.
처음의 마음과 자세를 유지하며 세월이 지나도, 상대와 환경이 바뀌어도 변함없이 이어가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성경의 인물들 처럼 환란과 핍박 속에서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방주를 지은 노아처럼, 살아계신 하나님을 믿고 생명을 건 다니엘의 변하지 않는 믿음처럼, 그리고 우리를 사랑하셔서 십자가에서 우리 죄를 대속하신 예수님처럼 말입니다. 예수님을 닮은 목회자와 선교사님들을 축복하고 응원합니다. 은밀하게 신실하게 주님께 헌신하는 소중한 성도님들을 통해서 이 땅의 교회를 세워나가시는 줄 믿습니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같은 마음으로 산다는 것은 하루하루를 초심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 마음으로 주님 앞에 서서 기쁨으로 상을 받으시길 간구합니다. 샬롬!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네가 수고도 아니하였고 재배도 아니하였고 하룻밤에 났다가 하룻밤에 말라 버린 이 박넝쿨을 아꼈거든”(욘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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