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wnloadFile: cropped-blog.jpg |
공원에서 산책을 하다가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발랄한 여학생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처음 본 얼굴이었는데 눈이 마주치자 밝게 웃으면서 인사를 하길래 “이쁜 아가씨, 공부하기 힘들지? 산책 자주 나와요?” 하고 말을 걸었습니다.
자신을 격려해주는 말에 마음이 열렸는지 눈이 맑은 여학생은 자신이 왜 그곳에 서성이고 있는지를 하소연하듯이 이야기를 늘어놓았습니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SNS를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엄마가 “컴퓨터 이제 그만 좀하고 공부해!”라고 잔소리 하시는데 갑자기 신경질이 나서 문을 쾅 닫고 나와 버렸는데 갈 데도 없고 해서 공원으로 나왔다고 했습니다.
“SNS에 글을 포스팅하고, 좋아요(like)를 체크하고 있었는데 몇 번을 확인해도 숫자가 늘지 않아 짜증이 나서 멍 때리고 있었는데 엄마가 오셔서 잔소리 ㅠㅠ... 사실은 엄마에게 화가 난 게 아니었는데 공연히 엄마에게 버릇없게 굴었다.” 고 반성하는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어디나 할 것 없이 지구촌이 온통 SNS 열풍에 푹 빠져있습니다. SNS는 이제 모두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SNS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어떤 정보도 검색하면 짧은 시간 안에 찾아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누군가와 대화하기 위해 예약을 하거나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친구만으로도 충분하고, 별 제지 없이 인터넷상의 남의 방에 아무 때나 편하게 들어가서 맘대로 돌아다닐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얼굴을 마주보고 하는 불편한(?)대화보다는 편한 시간에 사이버 공간에 들어가 궁금한 것을 풀고 나면,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대리만족을 할 수 있습니다. SNS 상에서 화상을 통해 친구들을 만나고, 사진과 음악, 영화 등을 충분히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여러 사람들과 직접 어울릴 필요도 없습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친구가 없는 것 같으나 많고, 많은 것 같으나 힘들고 어려울 때 찾으면 아무도 없는, 그래서 점점 더 집착하고, 더 빠져들게 하는 SNS의 마력에 중독인지도 모르고 빨려 들어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SNS의 절대의 장점이 절대의 단점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SNS에 붙잡혀 사는데도 불구하고 외롭다고 아우성입니다. 이렇게 상대적 외로움이 점점 더 커지는 이유는 바로, ‘관계의 질’의 문제입니다. 사람은 관계를 통해 성숙되어 갑니다. 함께하는 시간이 길수록 관계의 질은 높아집니다. 눈과 눈이 마주치고, 얼굴과 얼굴을 마주할수록 좋은 관계를 형성합니다. 말할 때의 태도와 표정을 통해 상대가 자신을 얼마나 신뢰하고 인정하는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포스팅 한 SNS의 ‘좋아요’ 의 빈약한 숫자 때문에 신경이 쓰여서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겪는 증상을 ‘좋아요-신드롬’ 이라고 이름 붙여봅니다.
우리들의 자녀들은 어떻습니까? ‘좋아요’의 숫자에 기분이 좌우되고, 그래서 ‘좋아요’ 를 눌러주는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혹은 관심을 받기 위해 자신의 귀한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면, 잔소리로 일관된 비난을 버리고, 정신 차리고, ‘좋아요-신드롬’으로 고통 당하고 있는 자녀의 내면을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주변 환경을 향해, 힘껏 ‘나도 사랑 받고 싶어요, 나에게 사랑이 필요해요!’ 하고 외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깨어진 가정의 자녀일수록, 가정에서 찾아야 할 안정과 위로를 SNS에서 찾으려고 합니다.
문명의 이기를 적절히 잘 활용하는 것은 현대인의 지혜입니다. 사회성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SNS에 시간을 할애하고, 공감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정도가 지나쳐 진정한 관심이 아닌, ‘댓글 달아주기 품앗이’를 하느라, 혹은 알 필요가 없는 정보에 빠져 지내느라 시간을 소비하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SNS의 취약점에 휘둘려서 주체성을 잃고, 남이 원하는 인생, 즉 빈 껍데기 인생을 살아가게 되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에 매달려 사는 자녀 때문에 속상하신가요?
‘좋아요- 신드롬’에 걸려 일상생활이 어려우신가요?
문명의 이기인 SNS는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삶을 윤택하게 하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SNS와 절친 관계를 맺고, 거기에서 존재감을 찾으려는 자녀들을 되돌릴 수 있는 길은 ‘사랑’ 밖에는 없습니다. 가족이 함께 하는 질적 시간과 위로와 격려, 인정해주는 따뜻한 말 한 마디가 시시 때때로 현혹하는 SNS ‘좋아요- 신드롬’ 을 이겨낼 힘이 됩니다. 각자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게 하고, 기쁨으로 살아가게 합니다.
초록의 푸르름이 번져가는 5월입니다. 이번 가정의 달 5월에는 과도하게 바깥으로 향해있는 관심과 사랑을 가정 안으로 모으는 작업을 해보면 어떨까요? 자주 식구들과 함께 모여 뒤 곁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며, 혹은 공원이나 놀이터에서 가벼운 산책을 하며, 요즘 최고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꿈은 무엇인지, 무엇이 자신을 기쁘게 하는지 진지하게 들어보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요?
부모인 우리들에게 하늘에서 무한 공급해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이 너무나 절실한 계절입니다.
힘들어도 힘냅시다!
박효숙(가정사역자/ 목회상담학 박사)
페이팔로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