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 April 23, 2024   
열심히 하겠습니다!

11/03/23       박효숙컬럼

열심히 하겠습니다!


얼마 전 TV 드라마를 보는데, 대사 중에 어떤 신입사원이 큰소리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라고 외치니까 상사로 보이는 사람이 “아, 열심히 하지 말고, 잘 하세요!”라고 말하며 사무실을 뒤돌아서 나가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잠깐 고개를 갸우뚱하며 떠오른 생각은 ‘맞아, 열심히 한다고 다 잘하는 건 아니지.’ 하는 알아 차림이었습니다. 그러나 곧 의문이 생겼습니다. 

원래 ‘열심히’라는 말의 사전적인 뜻은 ‘어떤 일에 온 정성을 다하여 골똘하게 힘쓰는 마음’을 말하지요. ‘열심히’는 ‘부지런히(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꾸준히)’와 비슷한 의미로 쓰입니다. 그 말엔 당연히 ‘잘’ 하겠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굳이 ‘열심히 하지 말고 잘 해라’ 라고 반응하면, 권위적이고 부정적으로 들리게 됩니다. 이 경우, 듣는 신입사원은 뭔가 적절하지 않다는 느낌과 함께 가뜩이나 불편하고 두려운 자리가 더 어색하고 민망하지 않았을까 하는, 신입사원의 부모와 같은 마음을 가져보았습니다 

위 대사에서 ‘열심히 하지 말고’에서의 ‘열심히’는 ‘비효율적으로, 부지런히’, 혹은 ‘요령 없이, 무턱대고’의 뉘앙스를 풍기는 말로 들립니다. 어찌 잘 들으면, 최선을 다 하는 것도 좋지만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일을 ‘제대로 해라’에 무게 중심이 있는 것으로도  보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러잖아도 새로운 환경에 위축되어 있는 신입사원의 마음이 전해져서 드라마를 보는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일하는 사람의 유형 분류에 ‘멍부, 멍게, 똑부, 똑게’ 가 있습니다. 재미있는 분류라 인터넷에서 옮겨와 의견을 얹어, 글과 연결지어 봅니다. 

‘멍부(The Stupid and Industrious)’는 멍청한데 부지런한 사람을 말합니다. 위 대사(열심히 하지 말고 잘 하세요!) 를 들어야 할 신입사원 같은 사람입니다. 그러나 아직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열심히 하지 말고, 잘 하세요!”라는 말은 너무나 권위스러운, 상대를 얕보는 태도입니다.  

한편, ‘멍게(The Stupid and Lazy)’는 멍청하면서 게으른 사람을 말합니다. 직장에서 밀어내야 할 사람이지요. ‘똑부(The Clever and Industrious)’는 똑똑하고 부지런한 사람을 말합니다. 누구에게나 환영받는 사람입니다. ‘똑게(The Clever and Lazy)’는 똑똑한데 게으른 사람을 말합니다. 언행이 일치되지 않아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부류인가요? 저는, ‘멍부’는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열심히 하지 말고, 잘 하라’는 TV드라마 대사에 꽂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열심히’ 라는 단어에 대한 생각들을 이리저리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열심히' 라는 단어에 매여서, 바쁘게 사느라 주어진 행복도 누릴 여유가 없이 살아왔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무언가를 열심히 해야만 하루를 잘 살아냈다고, 보람 있는 하루였다고 치부하는 습관을, 비합리적인 사고를  알아챈 것입니다. 

그동안 ‘열심히, 될 때까지’의 정신으로 살아온 것 같습니다. 이 정신은 지금 여기까지 달려오게 한 힘이었습니다. 그리고 근면과 성실, 은근과 끈기는 지금 여기를 버텨내는 힘이 되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직도 가끔, 마음 깊숙이에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를 외치고 있는 신입사원 효숙이를 만나고 있었나 봅니다. 그러고 보니, 신입사원의 엄마같은 애틋한 마음이 이해가 되고, 드라마를 보면서 왜 불편했는지가 스스로 설명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근면과 성실, 은근과 끈기가 있었기에 여기까지 힘차게 달려왔다는 것을 인정해주고, “지금 이대로도 충분하니까 너무 열심히하려고 애쓰지마” 하며, 토닥토닥 자신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볼까 합니다. 

문을 열고 창밖을 내다보니, 참 아름다운 가을이 펼쳐져 있습니다. 곧 떠날 계절이지만, 햇살이 고와서, 비가 와서, 바람이 불어서 모든 가을이 다 아름답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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