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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숙제

06/10/16       박효숙컬럼

부모의 숙제


 우리 부모들의 대부분은 어린 시절부터 구비 구비 인생을 겪어내면서 어느 순간 “난 절대로 내 부모처럼 하지 않을 거야” 맹세하면서 외치며 집을 떠난 경험이 있습니다. 비록 육체적인 떠남이 아니더라도 정서적인 떠남의 경험이 우리 속에 존재합니다. 그러나 결국 절대로 않겠다던 그 맹세가 허무하게 자신의 생활 속에 녹아 있는 것을 발견하고 몸서리치는 경험...이 있습니다. 게다가 시간이 흐르고 어른이 되고 난 후에 뒤 돌아 보면 자신이 진정으로 집을 떠난 적이 없음을 깨닫게 되기도 합니다. 몸은 비록 떠났다고 하더라도 마음은 늘 그곳에 머물고 있었던 것입니다. 바꾸려고 할 때마다 단지 덧입혀지는 인생의 옷, 즉 알맹이는 그대로 두고 옷만 몇 번 더 갈아입은 채 살아가고 있는 셈입니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우리의 인생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렇게 돌고 돕니다.

 가정은 주님이 세우신 최초의 공동체입니다. 가정을 통해 사랑을 배우고, 친밀감과 소속감, 그리고 안정감을 느끼게 됩니다. 또한 부모를 통해 자신이 얼마나 귀중한 사람인지를 깨달아 가게 됩니다. 육신의 아버지를 통해 차츰 하나님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고, 육신의 어머니를 통해 조금씩 세상의 이치(정서)를 깨달아 가게 됩니다. 그러나 가정이 몸살을 앓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증거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가정은 가정으로서의 기능이 있습니다. 제 기능에 충실하지 않은 가정을 역기능 가정이라고 부르는데 대부분의 가정이, 특히 이민자의 가정은 더할 나위가 없습니다. 이민자 가정의 대부분은 삶의 터전이었던 고국을 뒤로 하고, 2억만 리 미국 땅으로 건너와 정착 하였습니다. 정착하게  된 경위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대부분 자녀의 미래를 위한 결단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민생활이 녹녹한 것이 아니어서 생활전선에 뛰어들지 않고서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기가 힘들어지게 되고, 살기 위해 몸부림치다 보니, 아이들은 머리와 몸이 분리된 채 커져있고, 가정은 기름칠이 안 된 자동차처럼 삐그덕거리며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운전자도 없이 거리를 달립니다. 함께 앉은 부모는 삶에 지쳐 있습니다.

 역기능 가정에서 자란 자녀들은 사랑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규칙이 통제적입니다. 일관성이 없습니다. 대화보다는 눈치로 서로를 살핍니다. 인격적인 접촉이 없습니다. 개인차가 존중되지 않은 환경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사고의 폭이 좁고 거칩니다. 수치심으로 인해 자신의 가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더욱이 이러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도 모두 자기 식으로 사고한다고 단정 짓습니다.

 미숙한 사람일수록 자기가 가지고 있는 환경으로 매사를 사고하고 판단합니다. 그런 사고를 신뢰하고 지키려 견고한 성을 쌓아갑니다. 역기능적인 사고가 역기능적인 감정을 낳고, 그리고 역기능적인 행동을 유발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하나님이 주시는 통찰(insight)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입니다. 하나님의 빛(sight)이 마음 깊숙이 들어(in)가야 통찰이 생깁니다. 삶으로 드려지는 예배와 기도가 통찰을 건강하게 합니다.   

 지혜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문제를 우리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면 그것을 우리의 삶의 일부로 인정하고 그 문제와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는 것 또한 지혜입니다. 여기서 지혜란 마치 파도타기 같은 것입니다. 인생의 큰 파도를 맞이했을 때, 파도를 정면으로 받아들여 삼켜지기보다는, 파도 방향과 나란히 서서 파도타기를 한다면 저항도 덜 받고, 그 파도를 타고 훨씬 빨리, 훨씬 멀리 원하는 곳까지 밀려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주님은 역경을 통해 사람을 다듬어 가십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 에너지를 가지고 감사한 마음으로 기쁘게 살아가는 모습이 스스로 풀어야 할 부모의 숙제(사명)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박효숙 사모(가정사역자/목회상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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