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그분의 눈을 피할길이 없다. 아니 눈에 보이는 것은 고사하고 마음의 생각조차 훤히 읽고 계신 그분에겐 차라리 두 손 들고 항복 하는것이 빠를 것이다. 나는 최근 또 아주 그분의 세미한 손길을 체험하였던 것이다. 그러니까 벌써 몇달전인 2월경부터 세계 한인 선교사대회 기간중 예배때 찬양할 선교사 성가대를 모집한다는 광고가 나오기 시작 하였다. 바로 이번 6월 미국 엘에이 아주사 대학에서 있을 '세계 한인 선교사 대회'및 세계 한인 선교대회'에서 찬양을 할 선교사 성가대를 조직하고 성가대원을 파트별로 뽑는다는 내용이었다.
"LA 선교대회에 참가하실 선교사님 예상인원이 700명입니다. 최소한 십분의 일인 70명의 선교사님들이 성가대원으로 섬길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그런데 선교사 성가대를 조직한 열정적인 선교사님에 의해 나는 얼떨결에 선교사 성가대 소프라노 파트에 들어가게 되었다. 사실 노래를 잘 하지도 못하지만 말이다. 인원이 점점 차 가고 성가대원들의 그룹 카톡에서의 교제도 활발해 졌다. 파트별로 악보가 올라 오기도 하고 파트장들과 지휘자와 반주자가 세워졌다. 그리고 이젠 그날 입을 의상을 선정 할 차례가 되었다. 남성 성가대원은 검은바지에 흰 와이셔츠에 나비넥타이로 통일된 색을 매기로 하고, 여성 성가대원들은 긴 검은치마에 하얀 블라우스에 통일된 색으로 스카프를 매기로 하였다. 그런데 남자 선교사들은 대부분 검은바지와 흰 와이셔츠가 있을 것임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문제는 여성 선교사 들이었다. 하긴 선교지에서 그런 드레시한 옷을 갖추고 있는 여선교사가 몇이나 되랴. 그래서 치마대신 검은 바지를 입자는 사람, 흰색이면 티셔츠도 되지 않겠느냐는 사람, 대회때 주는 티셔츠를 입자는 사람 등등 의견이 분분했다. 나도 검은 긴치마나 흰 블라우스가 따로 없었기에 곤란했다. 그러나 최종 결정은 역시 여성 선교사들은 검은색 긴 치마에 하얀 블라우스를 입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런데 이런 결정 앞에서의 내 마음상태는 매우 소극적이 되었다. 그리고 슬쩍 성가대를 빠져야 겠다고 마음속으로 생각을 했다. 위에서 말했듯이 노래를 잘 하지도 못하는데다가 옷을 구하기가 까다롭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물론 사면 되겠지만... 내겐 그게 생각처럼 쉬운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한편 걱정도 되었다. 아직도 목표로 하는 70명 성가대원이 다 채워지지도 않았는데 내가 빠지면 다른 이들에게 영향을 줄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옷을 구하기 어려운데 하루 이틀쯤 후 슬쩍 핑게를 대고 빠지리라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럴 즈음 미국 뉴욕에서 내가 뉴욕언니 라고 부르는 L목사님이 한국에 왔다가 우리 선교회에 들렸고 주일날 설교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L목사님이 입고 있는 하얀 블라우스가 예뻐 보였다. 나는 나도 모르게 블라우스가 예쁘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번 선교대회에 성가대원들이 하얀 블라우스를 입기로 했는데 나는 없다고 하였더니 L목사님은 선뜻 빌려 주겠다고 하였다.
나는 내친김에 "사실 검은 긴치마도 필요 한데..." 했더니 L목사님은 "나 검은 긴치마도 가져왔어 동생 빌려줄께 나중에 선교대회 끝나고 뉴욕들리니까 그때 가져오면 되잖아." 하신다.
나는 순간 뭔가로 한대 얻어 맞은듯한 멍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속으로 "아니, 원 세상에....하나님은 내가 선교사 성가대를 그만 둘까봐 뉴욕으로부터 성가대가 입을 옷을 보내 주신단 말이야. 정말 하나님은 기가 막히게 조직적인 분이시네 "
그런 묘한 기분으로 있는데 L목사님이 한마디를 하였다. "참 이상도 하지 이번에 한국 방문에 이 옷을 입을 필요가 없었는데 이상하게 넣어 가지고 가고 싶더니만 동생 때문 이었구만. 나도 사실 뉴욕에서 성가대용으로 산 옷이거든"
우리의 일거수 일투족을 이처럼 세심하게 관심을 가지고 보고 계신 그분을 어찌 피할 것인가? 할마음만 있으면 있는대로 받으실 터이요 없는것을 받지 않으시리라 하신 그분 앞에서 우리는 오늘을 살고있다. 코람데오!!
여호와여 주께서 나를 살펴 보셨으므로 나를 아시나이다. 주께서 내가 앉고 일어섬을 아시고 멀리서도 나의 생각을 밝히 아시오며(시139:1-2)
글:나은혜/사진: 장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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