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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敵)이 필요해

06/28/16       박효숙컬럼

적(敵)이 필요해


 현대 문명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스트레스는 절대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우리는 흔히 스트레스를 내 삶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 적(敵)으로 간주합니다. 스트레스를 ‘나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상황’ 이라고 지각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무능력하고, 스트레스에 포위되어 꼼짝달싹 할 수가 없다. 따라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라고 하는 부정적인 지각이 자신의 발목을 잡고, 일어설 힘을 잃게 합니다.

 미국 스탠포드대학에서 심리학을 강의하는 켈리 맥고너걸이 쓴 『스트레스의 힘(The Upside of Stress)』에 나오는 한 연구에 따르면 호텔 청소부에게 그들이 하는 일이 ‘운동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의 교육을 실시하고 4주 후에 방문하자, 교육을 받지 않은 집단에 비해서 체중과 체지방이 줄고, 혈압도 떨어지는 일종의 운동효과가 있었습니다. 더욱이 자기가 하는 일을 더 좋아하게 됐다는 청소부도 나왔습니다. 일 자체를 나를 괴롭히고 힘들게 하는 스트레스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운동이 되어 건강해질 수 있다고 인식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기대효과가 전혀 다르게 나타난 것입니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스트레스는 현대인에게 피해 갈 수 없는 길입니다. 스트레스 상황이 되면, 우리 몸에서 ‘코티솔’ 과 ‘옥시토신’, ‘아드레날린’ 등의 호르몬 분비가 급증합니다. 그러나 이 상황과 동시에 일어나는 반응에 주시하여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 번째가 도전에 대한 반응입니다. ‘코티솔’은 두려움과 공포와 맞서 싸우거나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도전으로 받아들여서 에너지를 발생시켜 압박감 속에 해야 할 일을 잘 수행할 수 있게 합니다. 공포 대신 집중력을 느끼고, 스트레스 회복에 도움을 주는 인체 내 부신(副腎)에서 생성되는 생식호르몬인 DHEA수치가 올라가면서 몰입 상태를 경험하게 됩니다. 각계의 분야에서 전문가나 고수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강력한 도전 반응을 일으키고, 이를 자신의 정신적, 육체적 자원을 최대로 동원하여 최선의 성과를 내게 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관계에 대한 반응입니다. ‘옥시토신’은 원래 출산할 때 자궁을 수축하기 위해 분비되는 호르몬입니다. 스트레스상황에서 분비되는 옥시토신의 분비로 말미암아 모성애와 같은, 공감, 유대감, 신뢰감이 증가하고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가까워지고 싶은 욕구가 증가됩니다.

 세 번째는 불안에 대한 반응입니다. 불안은 위협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일어나는 정서로서 자율신경계를 각성시킵니다. 위험에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역할을 합니다. 시험이나 면접 등 중요한 일에 닥치면 누구나 경험하는, 생존에 필요한 반응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아 불안을 느끼기 시작하면,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데 ‘아드레날린’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우리 몸을 보호하려고 하는 자극 호르몬입니다.

 스트레스는 마치 칼과 같아서, 의사가 잡으면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강도가 잡으면 사람을 죽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스트레스를 디딤돌로 삼아 일어날 동기를 찾기도 하고, 스트레스에 눌려서 고장 난 배처럼 가라앉기도 하는 것입니다.

 상황을 상황 그대로 느껴서 그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것은 훌륭한 삶의 기술입니다. 삶에서 부딪히는 문제는 상황을 상황대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보다 작게, 혹은 상황보다 너무 크게 인식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런 면에서 스트레스는 우리 삶 어딘가가 ‘잘못됐다는 신호’가 아니라 ‘준비하는 신호’입니다. 스트레스를 통해 삶의 건강한 면역력을 키워 자아강도(ego strength)를 높여가는 것입니다.

 뉴욕대학교의 여성의학자 수잔 코바사는 ‘스트레스 강인성(stress hardiness)’을 말하면서 스트레스 강인성을 가진 사람은 통제감(Control), 도전감(Challenge), 그리고 몰입감(Commitment)이란 3C를 갖는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즉 이들은 스트레스를 위협적인 것으로 보지 않고, 의욕을 부추기는 도전으로 인식합니다. 이런 특징을 가진 사람들은 열정을 갖고 삶을 살아가며, 자기가 하는 일에 몰입되어 있으며, 새로운 일에 직면하여 기꺼이 배우려 하는 신선한 마음으로 충만 되어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일에 압도되지도 않고, 긍정적인 태도로 살아갑니다. 이 연구는 적절한 스트레스는 도전감을 높이고,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의 애리조나 주에 ‘선 벨리’(Sun Valley)는 미국의 억만장자들이 은퇴 후에 모여서 사는 곳입니다. 모든 것이 풍족하게 갖춰진 호화로운 곳이니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당연히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보다 더 행복하고 더 건강하게 살 것 같은데, 여기에 사는 사람들이 시내에서 옹기종기, 아둥바둥 힘겹게 사는 보통 사람들보다 치매 발병률이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 마을은 55세 이하는 입주 금지입니다.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없습니다. 길거리 벤치에 누워서 자는 노숙자도 없습니다. 모든 편의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고, 최신 의료시설에 최고의 실력을 지닌 의사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반면에 거기에는 우리 삶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세 가지 요소가 없습니다. 첫째로 ‘스트레스’가 없고, 둘째로 ‘걱정’이 없으며, 셋째로 ‘변화’가 없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세 가지가 없는 것이 바로 치매 발병률이 높은 이유라는 것입니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스트레스(적)가 있으신가요? 적(敵)과의 동침에서 승리하시길 소망합니다.

박효숙(가정사역자/목회상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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