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 July 17, 2024   
존재의 지긋함(Serenity Now)

09/10/16       김정호 목사

존재의 지긋함(Serenity Now)


오래전 신학교를 졸업하고 멋진 목회의 꿈에 부풀어 있던 나에게 나의 스승께서는 “너는 배운 것이 별로 없는데 왜 남을 가르치려 하느냐. 공부 더해라.”하셨습니다. 그래서 매주 그분이 던져주는 책 한권을 읽고 공부를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일년만에 일곱 대학 캠퍼스를 다니며 성경공부를 했습니다. 정말 열심히 청년목회를 했습니다. 어느 날 나를 부르시더니 “네 열쇠 꾸러미를 보니 제 정신이 아닌 것 같다. 왠 열쇠가 그리 많냐? 꼭 필요한 열쇠는 하나뿐이다.”하셨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야단맞지 않으려고 다른 열쇠들은 자동차에 놔두고 한두개만 가지고 다녔습니다.

 저와 관련된 내용의 글이 신문에 나온 적이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그 어른께 “신문에 실린 글이 제게 불리한지 유리한지 감을 잡지 못하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분의 말씀이 “이놈아 젊은 놈이 왜 유리와 불리에 관심을 가지냐? 진리만 생각해라.”였습니다.여하튼 그분 앞에서 나는 입만 열면 야단맞는 말만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나를 사람 만드시려고 하신 것인데 나는 고마운 줄 몰랐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어느 날 하산 명령을 받고 산을 내려와야 했습니다. 한 3년 부목사로 있었는데 어느 날 다음주일부터 안 와도 된다고 하신 것입니다.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내가 모셨던 첫번째 담임목사님을 찾아 뵙고 나를 내쫓으신 두번째 담임목사님에 대한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그러자 그분은 제게 “너는 아직 그 사람을 평가할 자격이 없다. 더 공부한 다음에 평가해라.”하셨습니다.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가끔 옛 스승들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요즘 떠오르는 가르침은 “존재의 지긋함에 머물라”(serenity now)는 말씀과 ‘Non-Doing’입니다. 뭘 한다고 소리 내며 하지 말라는 것이고 하지 않음으로도 큰 일을 하는 성숙에 이르라는 가르침입니다. 예수님은 바리새인들의 껍데기 행함과 거짓된 경건에 대해 책망하셨습니다. 

리차드 포스터는 현대인의 죄를 조급함과 시끄러움과 분주함이라고 했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공통점은 사람을 귀하게 여길줄 모르고 감사하고 기뻐하는 것을 잘 못하는 것입니다. 쌩땍쥐 베리의 어린왕자가 의자의 위치만 옮겨 놓으면 하루에도 해지는 광경을 몇 번이나 볼 수 있다고 고마워하는 말을 한 것 처럼 같은 땅 위에 발을 디디고 살아가면서 어떤 사람은 감사와 기쁨을 찾아내고 어떤 사람은 끊임없이 불만이 많고 속에서 보채는 소리가 넘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예수님이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하셨습니다. 그 진리는 예수님입니다. 그분이 말씀하시기를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와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하셨습니다. 우리에게 그런 쉼이 필요합니다. 쉼이 가능 하려면 내 것으로 꽉 차있는 내 삶의 영역들을 성령의 바람이 들어올 수 있도록 열고 비울 수 있어야 합니다. 제 방에 걸려있는 예수님 십자가들을 보면 모두 힘이 다 빠져버린 그래서 육신은 껍데기만 남은 모습입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예수님의 감은 눈과 죽음을 앞두고 모든 것을 내어놓은 모습에서 나를 끌어들이는 강한 사랑과 은혜를 느낄 수 있습니다. 자기를 철저하게 죽이심으로 나를 살리시고 비우심으로 나를 품어 주시는 신비한 에너지가 전해집니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죽어야 하는데 어렵습니다. “이제 내가 산 것이 아니요 내 안에 그리스도가 사신 것이라” 갈라디아 말씀을 소리내어 외치면서도 실제 내 삶은 말씀과 거리가 멉니다. 작가 최인호가 암에 걸려 큰 수술을 하고 투병하면서 쓴 ‘최인호의 인생’에서 어거스틴의 말을 인용해서 이렇게 썼습니다. “과거는 주님의 자비에 맡기고, 현재는 주님의 사랑에 맡기고, 내일은 주님의 섭리에 맡겨라. 우리의 의지로 헤엄치려 하지 말고 온전히 주님의 자비와 사랑과 섭리에 맡기면 주님의 파도가 우리를 신대륙으로 이끌어 영원한 생명의 나라로 이르게 할 것입니다.”(54쪽) 

가을도 시작되었고 참 쉼과 안식을 얻을 좋은 시간입니다. 노동절에 잘 쉬면서 ‘존재의 지긋함’의 기쁨을 누리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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