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은 안심이 되지 않아 불안한 감정을 일컫는 단어입니다.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걱정은 이미 매끼 먹는 밥처럼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사람들은 눈만 뜨면 하루 평균 4만~오만 가지 생각을 한다는 연구 보고서가 있습니다. 그런 연구보고서를 읽은 것도 아닌데 우리들은 “오만 가지 걱정에 오만상을 찌푸리고 다닌다.”라는 말에 익숙해 있습니다.
우리는 주로 앞으로 일어날 일이나 또는 그것을 극복해 나갈 해결방안이 준비되어 있지 않을 때 걱정을 하게 됩니다. 일단, 걱정하기 시작하면 심리적으로 불안해지고, 심박수가 증가하거나 식은땀이 나게 되고,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안절부절 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점점 더 큰 불안감에 휩싸이게 되기 마련입니다.
걱정의 90% 이상은 아무리 걱정해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합니다. 걱정은 주로 시간이 많이 남을 때 작동합니다. 작년에 했던 걱정을 올해 또 하고, 어제 했던 걱정을 오늘 또 하느라 아까운 시간을 허비해버리는 것입니다. 걱정에 중독되면, 즐겁고 기쁜 일이 그리고 감사할 일이 사방에 깔려 있어도 보이지 않고, 걱정만 자꾸 하게 됩니다. 걱정과 함께 손잡고 다니는 불안은 만성피로보다 더 마음을 상하게 하는 주범입니다. 이 둘이 힘을 합하여 덤비면 어떠한 행복도 당해낼 재간이 없습니다.
상담실에서 진행하는 미술심리상담사 과정 중에 ‘걱정인형’ 만들기 시간이 있습니다. ‘걱정 인형’의 유래는 과테말라 인디언들의 지혜가 담겨있는 심리적인 위안을 주는 민간요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이가 걱정이나 공포로 잠들지 못할 때 과테말라 부모들은 아이에게 ‘걱정인형’을 만들어 선물해주었다고 합니다. 잠들기 전 아이가 ‘걱정인형’에게 자신의 걱정을 말하면 인형이 걱정거리를 다 가져가 버린다고 믿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걱정은 물론 어른들의 걱정까지도 덜기 위한 방편으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걱정을 말하는 그 행위 자체가 반 이상의 치료 효과가 있습니다. 자신의 걱정과 정면으로 직면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걱정, 두려움이나 공포를 입 밖으로 발설함으로써 그 상황에서 벗어 날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통성기도를 하고 나면 머리가 맑아지고 심리적 부담감이 가벼워지는 효과와 비슷합니다.
믿는 사람들은 자신의 신에게 간절히 기도함으로 위로와 문제해결을 받게 되지만 하나님을 믿지 않는 인디언들은 걱정인형을 만들어 자신들의 불안을 처리하는 지혜를 발휘했던 것 같습니다. 미래를 내다볼 수 없는 인간으로선 걱정 없이 사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문제는 과도하고 습관적인 걱정입니다. 습관적인 걱정은 불면증, 우울증 등 정신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갈수록 치열해 지는 경쟁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이렇게 걱정은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나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고, 때로는 밤잠을 설치게도 하는 걱정이지만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우리는 미래를 걱정하기 때문에 현재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갑니다.
걱정에 휘둘리지만 않는다면, 걱정은 위기를 감지하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판단력과 행동력, 추진력을 가져다주는 강력한 요인이 됩니다.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관건입니다.
무엇이든지 하면 할수록 늘어납니다. 노래를 많이 하면 가창력이 늘고, 음식을 많이 하면 요리 실력이 늘고, 걱정을 많이 하면 걱정거리가 늘어납니다. ‘걱정해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면 걱정할 것 없고, 걱정해서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면 걱정할 것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민생활을 시작한지 어느새 10년이 되어 갑니다. 주님이 허락하신 사역과 소명으로 감사한 마음 잃지 않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지만, 어느 날은 걱정 때문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적도, 실망과 좌절로 무력증에 빠진 적도 수없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분주히 길을 지나다가 길옆에 피어 있는 꽃들을 보고 길을 멈춘 적이 있었답니다. 하늘과 태양이 그리고 길가의 꽃들이 저를 향해, “잘하고 있어! 아직 갈 길이 머니까 쉬어가며 천천히~” 하며 손뼉을 치며 응원하는 것 같은 느낌, 충분히 사랑받는 느낌이 들었답니다. 이것을 ‘초월성 경험’이라고도 하는데,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되, 걱정을 내려놓고 초월자이신 그분께 맡길 때 가능해집니다.
걱정 때문에 잠 못 이루는 시간을 보내고 계신가요? 어차피 받아들여야 할 일이라면 쿨 하게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다면 우리의 영원한 ‘걱정인형’ 되어주시는 주님께 맡겨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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