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 June 13, 2024   
이 계절이 주는 숙제

10/21/16       이영미

이 계절이 주는 숙제


“그런즉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고전10:31)

길고 더운 여름이 지나가기를 고대했더니 그새 추위를 부르는 비와 함께 여러 가지로 풍성한 계절, 가을이 온 듯 합니다. 뉴욕에서의 삶이 어느덧 15년이 지난 오늘, 사계절이 분명하고 정말 아름다운 자연이 특징인 이곳을 사랑하게 되었지만 어느 계절보다 긴 여름과 겨울은 너무 싫습니다. 그래서 덩달아 짧은 봄과 가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고 마니 그건 더욱 안타까운 사실입니다. 벌써 가로수 색깔이 변한 것을 눈으로 보고 시원한 바람이 피부로 느껴지는 가을이 온 것 같으니 이 아름다운 계절을 붙잡아 두고 싶은 심정이네요.

 어제는 교회에서 나를 제일 좋아하면서 이제는 내 어깨를 툭툭 치면서 나를 내려다보는 키로 자라버린 웅이가 반갑게 나를 보면서 이런 말을 하더군요. “사모님, 우리 집이 너무 추워요. 왜 벌써 추운 거예요?” “글쎄 말이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에어컨 앞에서도 땀을 뻘뻘 흘렸는데 말이야 어쩜 좋니, 그래도 옷을 따뜻하게 잘 입고 감기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라”

 내가 그 아이를 처음 본 것은 태어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아 감기를 달고 살던 아가였는데 벌써 내가 올려다 볼만큼 건강한 청년으로 자랐으니 감사할 따름인지요.

그렇다고 지금은 집이 춥다고 히팅을 요구할 만한 시기도 아니니 ‘춥다’소리는 삼키고 감기 걸리지 않도록 면역력을 키우면서 겨울옷으로 어설픈 추위를 참아야 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순식간에 지나가 버릴지도 모를 이 계절, 가을이면 낙엽을 밟으며 시와 편지를 주고받던 친구와 코흘리개 시절 엄마가 밥 먹어라 부를 때까지 동네에서 땅따먹기, 고무줄놀이, 숨바꼭질 등을 하면서 신나게 뛰어 놀던 친구가 생각나는군요. 친구와 함께 고향에 두고 온 길목까지, 그곳은 지금 얼마나 변해 있을 지요.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동기는 내가 1974년부터 지금까지 살았던 곳을 정리해야 할 일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니 40년이 넘는 세월이어서 어떻게 생각해 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10년씩 나누어 생각해 보니 생각보다 정리가 쉽게 되더군요.

그러면서 그때 영원히 변치말자 약속했던 친구도 생각나고 그 친구와 함께 날마다 걸었던 그 길도 생각났으니까요. 고향을 떠난 후 20여년 전에 한번 가볼 기회가 있었던 초등학교, 그때는 한반에 60명으로 10반까지 있어 2부수업도 하기는 했지만 어떻게 그 많은 학생이 공부하면서 운동회까지 했을까 싶을 정도로 학교 건물도 왜소하고 운동장이 얼마나 작아 보이던지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고향을 떠나 여러 곳을 다니면서 초 중 고 대학교를 다니며 지나온 세월이 있기에 그때마다 내게 가까웠던 친구들. 다행히 연락처를 알고 있는 친구도 있지만 연락이 끊어진 친구들이 더 많아 그들이 대부분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사는지 알 수 없기에 더욱 그리워집니다. 그동안 결혼도 했고 아이들도 낳아 기르면서 강산이 몇 번이나 변했을 세월을 살아오면서 그동안 그저 바쁘다는 핑계로 어리석게도 내 삶이 지나온 세월도 잊고, 친구도 잊고 살았으니 얼마나 딱한 삶이었는지요.

그래서 이 계절에는 숙제삼아 연락이 가능한 친구를 찾아보고 싶습니다. 내가 그들의 기억 속에 있으려는지, 한국에 혹시 미국이나 어느 곳에 살고 있는지 모르지만 목소리라도 듣게 된다면 서로 놀라운 일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내게 한 가지 결코 잊을 수 없는 사실이 있다면 학창시절 영원히 변치말자 약속했던 친구가 결혼 후 첫애를 가지고 안타깝게도 임신중독증이 있는 것을 모르고 방심했다가 고통이 없는 하늘나라에 먼저 간 것입니다.

그것도 벌써 오래전 일이지요. 생각해 보면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기 보다는 일찍 천국으로 이사를 간 것이 축복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녀는 내게 참 좋은 친구여서 이 땅에서 서로 마음을 주고받고 위로가 될 수 있는 친구였기에 내게는 잊을 수 없는 큰 아픔과 상처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세월이라는 약과 함께 주님의 은혜로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지만 해마다 이 계절이 되면 순간순간 내게 상처가 아픔이 되어 오는 것을 아시는 주님. 어김없이 오늘도 나에게 주시는 섬김의 은사와 사명감을 재확인시켜 주시면서 주님이 주신 일과 함께 무엇을 하든지 그러니까 친구 찾는 일까지도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고 하시는군요.

 이 계절에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서 자칫 지칠만한 내 어깨에 친구를 찾으면 얻게 될 새로운 힘과 소망, 기쁨까지도 주시면서 온도를 가늠할 수 없는 환절기의 쓸쓸함까지 이기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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