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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산 아래 세찬 눈발 헤치며
새벽길을 총총걸음하던 소년
손엔 아버지가 쥐여준 작은 빗자루
목엔 어머니가 꽁꽁 둘러준 목도리
주머니 속엔 체온을 나누던 작은 성경책 한 권.
초록빛 교회 지붕 위
붉은 십자가가 새벽별처럼 빛나고
마당엔 성도들이 모여
연탄재를 흩뿌려 길을 만든다
너무나 추워서
인사조차 제대로 건네지 못했지만
서로의 입김이 부딪혀
따뜻함이 피어오르던 아침.
예배당 난로에서는
젖은 장작이 불을 삼키다
자욱한 연기를 토해내고
성도들과의 기침 소리가
찬송처럼 번진다.
매운 연기를 헤집고
누군가 창문을 열면
파고드는 찬바람 소리조차
그날만은 한 소절이 되어 들려왔다.
소년은 긴 의자에 앉아
얼어드는 손끝으로 찬송가를 넘기고,
아버지는 난로의 숨을 고르고
어머니는 떨고 있는 소년을 감싸 안았다.
작은 예배당 안에서 부르는
성탄의 기도와 찬양은
종탑의 큰 종소리 처럼
더 멀리 퍼져나갔다.
예배를 마치고 문밖으로 나서면
세상은 다시 포근한 흰빛.
가족과 성도들 틈을 뛰어다니며
눈을 차고, 던지고, 맞으며
소년의 웃음은 눈송이처럼 사방으로 번졌다.
그날의 성탄절은
찬바람도, 장작 연기도,
얼음장 같은 눈뭉치마저
소리 없이 손을 잡아주던 따뜻한 하루였다.
소년은 그 한복판에서
가족의 숨결과 성도들의 미소,
작은 예배당의 연기와 찬송을 한껏 품으며
오래도록 꺼지지 않을
자기만의 성탄절 추억 하나를
조용히 가슴속에 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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