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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안나갑니다

11/25/16       한준희 목사

교회는 안나갑니다


나는 18년 된 가방을 가지고 다닌다. 가죽으로 된 성경책과 찬송가만 넣고 다니는 가방이다. 이 가방을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까닭이 있다.

교회를 개척하고 2년쯤 되었을까 나이드신 여집사님 한분이 우리교회로 오셨다. 다른 큰교회를 다니다가 시험에 들어 방황하다가 우리교회로 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어째서 시험에 들어 다니던 교회를 나오게 되었는지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알았다.

이분이 새벽기도를 할 때면 통성으로 기도한다는 것이 바람소리인지 쇳소리인지 모를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기도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나도 그 소리가 좀 거슬렸지만 나중에는 그런가 보다 생각하면서 늘 함께 기도를 하였다 그러나 전에 다니던 교회에서는 이 쉿소리 같은 바람소리 기도가 같이 기도하는 성도들에게 매우 거슬렸던 모양이다. 급기야 담임 목사님이 그런 소리로 기도를 하면 다른 분들에게 방해가 되니 절재해 줄 것을 부탁한 모양이었다. 그 말에 마음에 시험이 들어있었는데 교인들 중에 누가 그런 뱀소리같은 쇳소리 기도는 마귀기도라고 정죄를 했던 모양이었다 그 말을 듣고 나서부터 이분이 다니던 교회를 그만 둔 것이었다. 

나는 개척 초기 이분과 2년을 단 둘이서 새벽기도를 하였다.  그리고 우리교회 최초로 권사로 임직을 받았다. 그 임직 기념으로 나에게 이 가죽가방을 선물한 것이었다. 우리교회 최초로 권사가 되신 분의 선물이라는 이름이 이 가방 안에 새겨져 있는 듯싶어 더 애착이 가는 가방이다. 

그리고 얼마 후에 이 권사님께서 우리교회를 떠났다. 이유는 어느 교회 철야기도를 갔는데 그곳 목사님이 지금 다니는 교회에서 떠나야 집안에 저주가 끊어진다는 예언(?)을 받고 나서 고민고민하다. 결국 떠난 것이었다. 그리고 17년이란 세월이 지났다. 

어느날 우연히 이 권사님을 만났는데 이 권사님이 꼭 전해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18년전 같이 계셨던 장로님(지금은 돌아가시고 안 계시지만)에게 보답하지 못했던 것이 있다면서 고기를 잔뜩 사서 교회로 찾아온 것이었다. 예배를 드리려 온 것이 아니라 예배가 다끝나고 난 후에 오신 것이었다. 그냥 고기만 전해주려 왔다는 것이다.

여러 교인들이 권사님을 붙들고 같이 기도하고 가시라고 권했지만 부득불 가겠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교인들이 반 강제적으로 붙들고 서서 기도를 해 드렸다. 그리고 떠나는 권사님의 뒷모습이 매우 씁쓸하기만 하였다.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지만 이 권사님 교회를 안다닌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목사들이 싫어졌다는 것이었다. 교회를 안다니지만 집에서 예배를 드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기도 많이 하셨던 분이... 하나님이라면 삶에 최우선 순위로 일을 하던 분이... 교회를 안다닌단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나는 이 권사님을 보면서 오늘날 우리 이민교회의 현실을 그대로 대변하는 것같이 마음이 아프다. 도대체 한 영혼을 위해 목숨을 걸고 살아야 할 목사들이 한 영혼을 나락 아래로 떨어지도록 만든 이유가 다 목사들 책임이 아닐까 본다. 

장로들이 교회를 등지고 권사, 안수집사들이 교회라면 고개를 흔들고 목사들을 비웃는다. 이런 방황하는 교인들에게 누가 돌을 던질 수 있단 말인가. 이들을 다시 교회로 돌아오도록 맨발로 나가 교회 앞에서 기다리는 목회자는 어디 있단 말인가. 

방송마다 하나님의 말씀이 쏟아져 나온다 다 목사님들의 설교들이다. 다 귀한 말씀들이다. 왜 이런 황금같은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도 깨달음이 없는지... 이 패역한 교인들이라고 외치고 있다.

그런데 자세히 목사님들의 방송 설교를 들어보면 그 설교 안에 예수님이 안 계신다 예수님을 소개하는 목사가 아니라 자기 설교를 자랑하는 그런 설교가 들려진다. 그 이유는 그 설교를 듣고 가까운 교회 나가 올바르게 신앙생활 하라는 내용이 아니라 우리교회는 뉴저지 어디에 있고, 후러싱 어디에 있으며 예배시간은 언제이고 우리교회 전화번호는 무엇이고 설교를 듣고 감동이 되면 우리교회로 오라는 것이다.

 우리교회, 우리 목사님에게로 와라. 그게 목사님들의 외침이다.

어느 누구하나 말씀을 듣고 예수님을 만나서 가까운 교회 나가 올바르게 신앙생활하라는 목사는 없다. 설교 경쟁시대에서 교인들이 설교 쇼핑을 하는 그런 현실에 교인들이 교회를 쇼핑하고 있다. 이게 다 목사님들이 만든 “나는 교회에 안 나갑니다”. 라고 고백하는 교인들 아닐까 

나는 오늘도 그 권사님이 사준 18년 된 가방을 들고 다닌다. 그 권사님의 사랑이 담긴 이 가방이 18년 동안 그 권사님을 대신해서 늘 교회에 와 있다고 안위해 보지만 내 귀에는 그 권사님의 말이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교회에 안 다닙니다”. 

실족케 하는 일들이 있음으로 인하여 세상에 화가 있도다. 실족케 하는 일이 없을 수는 없으나 실족케 하는 그 사람에게는 화가 있도다.(마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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