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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학기를 시작하기 전에
가을학기를 시작하기 전, 우리는 잠시 익숙한 일상을 내려놓고 아름다운 자연 속으로 가을 여행을 떠났다. 높고 푸른 하늘과 맑은 바람, 조금씩 고운 빛으로 물들어 가는 나무들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맨해튼 가버너스 아일랜드에서 바라보는 허드슨강은 더욱 아름다웠다. 계절이 여름의 뜨거움을 내려놓고 가을의 깊이로 들어가듯, 우리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지난 시간을 돌아보았다.
그동안 우리는 함께 ‘기억 치유’와 ‘영적 성장’을 공부해 왔다. 마음 깊은 곳에 묻어 두었던 기억을 조심스럽게 마주하고, 그 안에 남아 있는 아픔과 상처를 이해하며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때로는 잊고 싶었던 기억 때문에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지만, 그 기억을 외면하지 않고 바라볼 때 비로소 치유가 시작된다는 것을 배웠다.
치유는 아픈 기억을 완전히 지워 버리는 일이 아니었다. 상처 입었던 자신을 따뜻하게 안아 주고, “참 많이 힘들었구나. 그래도 잘 견뎌 주어서 고맙다”라고 말해 주는 과정이었다. 또한 우리의 연약함 속에서도 한결같이 함께하셨던 하나님의 사랑을 발견하는 일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는 그동안의 배움이 머릿속의 지식으로만 머물지 않고 삶과 관계 속에 스며들고 있음을 발견했다. 전보다 한층 여유롭고 성숙해진 모습으로 서로를 바라보았으며,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의 마음과 필요를 헤아리려는 따뜻한 배려가 곳곳에서 나타났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함께 나누어 먹을 음식을 정성껏 준비해 왔고, 자신이 가져온 것을 기꺼이 다른 사람에게 내어놓았다. 누군가는 따뜻한 커피를 건넸고, 누군가는 걸음이 느린 사람을 기다려 주었으며, 또 누군가는 말없이 곁을 지켜 주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지만, 그날만큼은 누구도 혼자가 아니었다.
함께 걷고, 웃고, 음식을 나누며 소박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평범한 순간들이 우리에게 깊은 위로와 치유가 되었다. 특별한 프로그램이나 거창한 말이 없어도 괜찮았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 주고 같은 길을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가을의 자연도 우리에게 조용한 가르침을 주었다. 나무는 때가 되면 붙들고 있던 잎을 내려놓는다. 내려놓음은 끝이나 상실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기 위해 자신을 비우는 아름다운 준비이기도 하다. 우리 역시 오래 붙들고 있던 아픔과 원망, 두려움과 후회를 조금씩 내려놓아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은혜와 기쁨이 머물 자리가 생긴다.
영적 성장은 혼자 높이 올라가는 일이 아니다. 서로의 손을 잡아 주고, 넘어질 때 기다려 주며, 누군가 지쳤을 때 자신의 힘을 나누어 주는 삶이다. 내가 조금 더 앞에 있을 때 뒤에 오는 사람을 돌아보고, 내가 힘들 때는 다른 사람의 손길을 겸손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길이 되고 쉼이 되어 주며,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통로가 되어 간다.
돌아보면 우리는 공부를 시작할 때보다 조금 더 부드러워졌고 깊어졌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쉽게 판단하기보다 이해하려 하고, 자신의 상처도 감추기보다 정직하게 바라보게 되었다. 무엇보다 완전하지 않은 모습 그대로 서로를 받아 주는 것이 얼마나 큰 사랑이며 치유인지를 배웠다.
이번 여행은 단순히 가을 풍경을 구경하기 위한 나들이가 아니었다. 우리가 함께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서로의 성장을 확인하며 앞으로 걸어갈 길을 새롭게 준비하는 시간이었다. 자연 속에서 나눈 웃음과 따뜻한 음식, 다정한 말 한마디와 세심한 배려는 오래도록 우리 마음에 남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여행에서 얻은 힘과 기쁨을 품고 새로운 가을학기를 시작하려 한다. 가을은 열매를 맺는 계절이다. 우리 안에 심어진 기억 치유와 영적 성장의 씨앗도 서로를 기다려 주는 마음, 기꺼이 나누는 손길과 따뜻한 사랑으로 열매 맺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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