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필라텔피아에서 목사 안수식이 있어 참석한 일이 있었다. 목사님들과 교회 밴으로 같이 내려가는 길에 아내로부터 긴급한 전화를 받았다. 지난 주일에 처음 나왔던 성도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자기가 지금 죽을 것 같다고 목사님께서 빨리 자기 집으로 오셔야겠다는 전화가 왔다는 것이었다. 자세한 내용을 모르지만 목사님들과 함께 필라까지 내려와 있는데 나혼자 다시 올라갈 수도 없고 해서 교회 중추 역할을 하는 집사님에게 가보라고 연락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날 밤 늦게 집에 도착한 후에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가 있었다. 집사님이 그 성도 집에 도착해 보니 집안이 온통 피투성이로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아마 폐결핵으로 각혈을 한 모양인데 그 모습을 보고 바로 병원으로 응급조치를 취해서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야기를 듣고 다음날 병원을 찾아갔다. 면회를 하기 위해서 흰가운을 입고, 모자를 쓰고 장갑까지 끼고 심지어 신발도 흰양발로 씌우고 면회를 하게 된 것이다. 물론 우리교회 처음 나온 성도지만 따듯하게 위로와 기도를 해주고 돌아왔고 그렇게 일주일을 하루도 빠짐없이 병원심방을 해 주었다. 그 후 여러 가지 일이 있어 며칠을 심방을 못하다가 5일 만에 다시 병원을 찾아가게 되었다. 그런데 그 환자가 없는 것이 아닌가,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뉴저지 모 결핵 요양소로 보냈다는 것이었다.
그후 3-4개월이 지났을까 한통에 편지를 받게 되었다.바로 그 성도였다. 내용인즉은 고맙다는 내용과 곧 퇴원하여 집에서 요양을 할 것 같다는 것이었고 퇴원하면 바로 교회로 달려가겠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반가움에 이 성도가 퇴원하면 교회를 나오겠다는 편지를 받았다고 점심 식사를 하면서 집사님들에게 이야기를 하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한분의 집사님이 “목사님 그런 분 교회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셔야지요, 완전 치료가 완치되었다면 몰라도 아직 결핵 환자인데 어떻게 함께 식사를 하고 같이 예배를 드립니까” 나는 이 말에 잠깐 주춤하였는데 옆에 있던 다른 집사님이 “아니 교회가 그런 병든 자를 오게 해서 치유하는 곳이 교회지 어떻게 오지 못하도록 합니까 그게 말이 됩니까” 두 집사님의 오가는 말이 다 일리가 있다고 여기고 있는 동안 여집사님들도 두패로 갈라서서 반갑게 맞이해야 한다. 아니다 오지 말라고 해야 한다. 면서 말싸움으로 번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나 역시 그 성도를 오시요라고 할 수도 없고, 나중에 오시라고 거절할 수 도 없는 입장이 되어 버린 것이었다. 데려와야 한다고 말하면 반대 하는 성도님들이 시험거리가 되겠고, 데려오지 말자고 하면 역시 데려와야 한다는 성도들이 문제를 일으키겠고 정말 어찌해야 좋을지 대책이 안서는것이었다.
나는 이 문제를 놓고 기도하고 또 기도해 보았지만 대책이 안서는 것이었다. 어떤 결정을 내려도 한쪽 성도님들에게는 시험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나는 여기서 중대한 교훈을 얻었다, 목회자는 어떤 경우에도, 특히 상담을 할 때에도 그렇고 어떤 결정을 내릴 때도 신중하게 중도를 지키면서 판단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워다.
요즘 한국에 정치 상황을 두고 목사님들이 핏대를 세워가면서 열을 올리는 목사님들이 꽤 있다. 뭐가 옳은 것인가, 대통령이 탄핵되어야 마땅한 것인가, 아니면 임기말까지 하도록 놔두어야 하는 가, 그 촛불 시위가 정당한 것인가, 태극기 시위가 정당한 것인가, 내가 옳고 그름을 판결해 버리는 순간 나는 심판자가 되는 오류를 범할 것이고 교인은 둘로 갈라진다는 사실을 분명히 기억해야만 할 것이다. 예수님께서도 옳고 그름에 율법적 작대로 사람을 대하지 않고 용서와 사랑으로 죽으심을 알고 계신다면 그들이 하나님을 대적하고 하나님말씀을뒤집어엎는 공격적인 모습이 아니라면 우리는 마지막까지 중도의 자리에서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위해 기도하면서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여진다.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나라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큰일부터, 결핵에 걸린 사람을 교회에 오게 하느냐 오지 못하게 하느냐 하는 작은 문제까지 모든 일은 하나님 앞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 다는 사실 때문이다. 내가 심중에 이르기를 의인과 악인을 하나님이 심판하시리니 이는 모든 목적과 모든 일이 이룰 때가 있음이라 하였으며(전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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