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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을 보내며, “인생의 재해석”

03/21/17       박효숙

사순절을 보내며, “인생의 재해석”


어린 시절, 저는 스스로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다고 생각했습니다. 

직업군인인 아버지 슬하에 5남매 중 셋째로, 위로는 오빠가 둘이고, 여동생이 둘이었습니다. 생활비는 늘 넉넉하지 않았고, 음식은 항상 조금씩 모자랐습니다.

초등학교 다닐 때였습니다. 가난한 친구들에게 학교에서 옥수수 빵을 하나씩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가정은 그 만큼은 어렵지 않아 옥수수 빵을 배급 받지 못했습니다. 그 때 어린 마음에 “가난하려면 아주 가난해서 옥수수 빵을 배급 받든지, 아니면 부자든지 할 것이지 우리 집은 이게 뭐야” 하며, 투덜투덜 자신이 처한 환경을 입 밖으로 내지도 못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고등학교 다닐 때는 어떻게 하면 이런 암울한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때때로 막연히 자신을 지켜주는 손길이 있음을 체험하기도 했지만 그 알 수 없는 존재가 하나님임을 깨닫지 못하고 청년기를 보냈습니다. 믿지 않는 가정에서 살다가 남편의 전도로 결혼과 함께 신앙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상담을 공부하게 되었고, 비로소 자신이 처했던 어린 시절의 환경이, good enough한 환경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상담학에서 자녀양육에 좋은 환경은, good enough한 상태를 말합니다. 젖먹이는 철저한 보호가 필요합니다. 안정 애착이 가능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러나 걸음마 단계부터는 차츰 씩 적절한 좌절(optimal frustration) 경험과 정상적인 결핍이 필요합니다. 이는 수용적이고 공감적인 태도와 함께 건강한 자녀를 양육하기 위한 조건입니다.

인간은 태어나서 넘어지고 쓰러지는 좌절경험을 통해 걷게 됩니다. 적절한 좌절경험은 고난을 이겨 낼 용기를 줍니다. 시련을 겪으면서 사람다워지고, 여물어집니다. 정상적인 결핍은 부족함을 통해 생각을 하게하고, 서로 돕게 되고, 상황을 이겨낼 지혜를 가르쳐줍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기 때문입니다. 

상담사로서의 길을 가면서, 임상훈련을 통해, 자신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 막혔던 감정을 쏟아낼 수 있었습니다. 상처받은 내면 아이(the wounded inner child)가 갖고 있던 부적절한 믿음 체계의 핵심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부정적으로 인지하고 있기에 모든 현실을 비관적으로 해석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발달단계에서 성장과 발전을 위해 당연히 받아들여져야 했던 욕구들이 숨죽이고 있다가 비로소 숨을 쉬기 시작했습니다. 웅크리고 있던 내면아이와 만나 대화하면서 무시되고 거절당했던 감정들의 응어리를 풀어갔습니다. 

자신이 살아 온 삶에 대해 재해석하게 되었습니다. 힘겨웠던 자신을 받아들일 힘이 생긴 것입니다. 무능력하다고 느꼈던 부모님의 삶이 비로소 가슴 절절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턱없이 부족했다고 느꼈던 부모님의 사랑이, 부모님으로서는 최선을 다한 사랑임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모든 것 바쳐 힘껏 살아주셨음에 진정으로 감사한 마음이 생겼습니다.

 라인홀드 니버의 기도문이 떠오릅니다. “바꿀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그것을 겸허히 수용할 수 있는 평안을 주시고, 바꿀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그것을 과감히 변화시킬 수 있는 용기를 주시며, 바꿀 수 없는 것과 바꿀 수 있는 것을 냉철히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사순절 기간 중에 있습니다. 예수님의 고난을 기억하며, 부활을 기대하며 보내는 40일의 기간입니다. 사순절을 보내며, 자신의 삶을 재해석하고, 자신의 삶에 깊숙이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만나면 좋겠습니다. 이 기간 동안, 평안과 용기와 지혜를 달라고 간구하는 나인홀드 니버의 기도문이 삶에서 실천되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하나님이 원하시는 모습으로 더 든든히 세워져가기를 소망합니다.

박효숙(가정사역전문가/뉴저지청암교회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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