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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도덕적 사회와 도덕적 인간

08/11/15       김호환 목사

비도덕적 사회와 도덕적 인간


“비도덕적 사회와 도덕적 인간”은 신학자 라인홀드 니버(Reinhold Niebuhr)의 작품이다. 개인이 아무리 도덕적이려고 해도 사회구조악 때문에 개인이 윤리적 가치를 지키기 힘들다는 요지를 말하고 있다. 곧, 신앙인이 사회를 살아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는 말이다.

우리 교회에 오십 중반의 혼자 사는 여집사님이 계신다. 사십 중반에 남편과 사별하고, 두 아들을 장가보내 인생의 무거운 짐을 다 벗고 홀가분하게 사시는 분이다. 최근에 그 여집사님은 내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 놓는다.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고 독립해서 살기 위해 공장을 다니는데, 문제는 그 공장일이 만만치 않은 모양이었다.

공장에서 작업반 검사직을 맡고 있는 그녀가 가지고 있는 고민은 신앙인으로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직업윤리와 다른 공장 직원들의 삶의 태도가 전혀 달라 항상 갈등을 낳는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공장 직원들은 힘든 작업물량에 맞추어 작업을 하다보면 몇 달 못가서 육체적인 병을 얻어 공장을 그만 두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일을 비일비재하게 보아왔던 공장직원들은 자신의 몸에 맞도록 작업물량을 안배하고, 또한 다른 작업반 식구들 역시 서로 물량들을 안배해 가며 작업 진행을 해 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된 것은 우리 교회의 여집사님 자신이었다. 그녀로서는 신앙 양심상 도저히 놀아가며, 적당히 슬쩍 여가를 만들어 쉬는 일들이 용납이 안 되었던 것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물량을 다 완수하는 것 뿐 아니라, 그 이상의 물량도 다 완수해 내고 있는 자신을 오히려 그녀는 뿌듯한 자긍심으로 느끼기까지 했던 것 같다.

문제는 이 여집사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항상 초과 작업물량을 배당받아야 했고, 공장의 관리자들로부터 매일 그 여집사처럼 해 보라고 잔소리를 듣게 되었다는 점이다. 모든 작업반 동료들은 그녀가 미운 오리새끼였다. 그녀 때문에 더 많은 노동이 자신들에게 부여되었다. 그리고 얼마간의 작업물량을 남겨 토요일과 일요일로 미루어 잔업을 할 물량까지도 주 중에 다 해치워야 하는 것이다. 휴일에 잔업을 할 경우 임금의 1.5-2배를 받을 수 있는 기회도 몽땅 다 날아가 버린 것이다. 그러나 그 여집사는 일요일에는 주일성수를 하기 위해 반드시 놀아야 하고 교회를 나가기 위해서라도 주 중에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제 우리 교회의 여집사는 기로에 서있다. 동료들을 탓할 수 없다는 사실을 그녀는 잘 안다. 휴일을 채워서라도 잔업을 하면서 돈을 벌어야만 살 수 있다는 절박함이 동료들에게는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그들의 입장만을 생각할 수가 없다. 본인은 교회도 가야 하고 주일날 봉사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녀도 한 두 차례 과로로 작업 중 쓰려져서 병원에 실려간적이 있다. 자신 역시 장기적으로 취업을 계속하려면 적당한 안배가 필요하다.

막스 베버는 “직업으로서의 윤리”라는 글을 썼다. 모든 직업은 하나님의 소명이고, 성도들에게는 상급의 척도가 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정상적인 직업환경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맞는 말이다. 그러나 오늘날 열악한 작업환경을 지닌 세계의 여러 곳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우리를 더욱 고민스럽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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