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서 뒤뜰에 갔더니 그동안 정성들여 키운 호박순을 동물들이 먹어버려서 엉망이 되어있었습니다. 탐스럽게 핀 호박꽃을 보면서 탱글탱글한 호박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희망이 없어졌다는 사실에 얼마나 화가 나던지 그만 소리를 질러버렸습니다. 그런다고 달라질 건 없지만 그래도 속은 시원해졌습니다. “그래, 니들도 먹고 살아야지. 맛있게 먹었겠네.”하며 마음을 바꾸고 돌아섰습니다.
우리들은 누구나 분노의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분노는 하나님이 허락하신 건강한 감정 중의 하나입니다. 화는 사람의 감정을 끌어 올리는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나약한 자신을 더 크게, 더 강하게, 누구도 만만히 보지 않도록 힘을 실어줍니다. 비록 일시적인 효과지만 때때로 화를 통해 안전감을 되찾게 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화가 났을 때 우리는 언어적으로나 물리적으로 힘을 행사하는데 전보다 훨씬 거리낌이 없어지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그로 인해 비교적 단호한 입장을 취할 수 있게 됩니다. 이제껏 표현할 수 없었던 어려운 진실에 대해서도 기꺼이 이야기 할 수 있게 됩니다. 거절하고 싶은 제안은 단호하게 거절하고, 이전에는 두려워서 차마 말하지 못했던 것조차도 겁 없이 이야기할 힘이 생깁니다.
이렇게 화가 주는 일시적인 힘은 다시 살아갈 동기를 부여하고, 대인관계에서 자신을 지켜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잘못 사용했을 때는 심신이 병을 얻거나 대인관계의 실패를 초래해 반목하게 하고, 다시는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게 하기도 합니다. 화는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던, 여태껏 미뤄왔던 불쾌한 현실을 박차고 나갈 힘을 주는 강력한 에너지입니다.
일반적으로 화가 나는 데는 다섯 가지 요소가 작용합니다. 첫 번째는 아무리 해도 통제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상황을 경험하게 되었을 때입니다. 이러한 부정적인 경험에는 가치 있게 여기는 기대를 만족시켜주지 못한 사람이나 사건들이 존재합니다. 두 번째는 자신이 잘못된 일을 바로 잡을 수 없다고 판단되었을 때입니다. 상대가 자신보다 더 크고 강하기 때문에 느끼는 좌절감을 경험하게 되었을 때입니다. 세 번째는 그 경험들이 너무 불편해서 단순히 참거나 지나칠 수 없다고 느끼고 있을 때입니다. 상황이 자신을 압도하여 자신이 더 약해지고 작아졌다는 느낌에 통제력을 상실해버리기 때문입니다. 네 번째는 부당한 거절감을 느꼈다거나 무시를 당했을 때입니다. 다섯 번째는 자신의 진로를 방해받았을 때입니다.
대부분의 화는 통제력의 문제입니다. 통제력을 훈련하는데 있어서 스티븐 코비 (Stephen R. Covey)의 그대의 인생을 바꾸는 「90대 10의 원칙」은 탁월합니다. 이 원칙은 통제력의 분별을 통해, 분노 상황에 반응하는 방법을 바꿀 수 있는 좋은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스티븐 코비가 책에서 사용한 예입니다.
당신은 가족과 아침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딸이 당신의 정장 위에 커피를 엎어버렸습니다. 갑작스런 상황에 당신은 욕을 합니다. 딸에게 조심성이 없다고 혼을 냅니다. 딸이 웁니다. 딸을 혼낸 뒤, 당신은 당신 아내에게 컵을 테이블 끝에 두어서 이런 일이 생겼다고 비난합니다. 작은 말싸움이 뒤따릅니다. 발소리를 요란하게 내며 2층으로 올라가 옷을 갈아입습니다.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와 보니, 당신의 딸은 우느라고 아침도 못 끝내고 학교 갈 준비를 제대로 못 마쳤습니다. 통학 버스를 놓칩니다. 당신은 서둘러 차로 딸을 학교에 데려다 줍니다. 당신은 늦었기 때문에 시속 30마일 구간을 시속 40마일로 달립니다. 속도위반 벌금까지 물어가며 학교에 도착합니다. 딸은 당신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뛰어 갑니다. 회사에 20분이나 지각해 도착하고 나서야 집에 서류가방을 놓고 온 것을 깨닫습니다. 당신의 하루는 엉망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왜요? 당신의 오늘 아침반응 때문입니다. 당신은 왜 나쁜 하루를 보냈을까요?
A) 커피가 원인입니까?
B) 당신 딸이 원인입니까?
C) 경찰관이 원인입니까?
D) 당신이 원인입니까? 정답은 D 입니다.
당신은 아침에 쏟아진 커피에 대해 아무런 통제를 하지 못했습니다. 당신이 보인 5초간의 반응이 당신의 나쁜 하루를 만들었습니다. 당신이 보였어야 하는 반응은 다음과 같습니다.
커피가 당신 정장에 쏟아집니다. 딸은 울음을 터트릴 듯 보입니다. 당신은 다정하게 “괜찮아, 다음부터 더 조심하면 돼” 라고 말합니다. 그리고는 2층으로 올라가 옷을 갈아입습니다. 서류 가방을 집어 들고 내려옵니다. 창밖을 보니, 딸은 통학버스에 오르고 있습니다. 딸이 뒤돌아보고 손을 흔듭니다.
두 가지 다른 시나리오입니다. 둘의 시작은 같았습니다. 그러나 둘의 끝은 다릅니다.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사건이나 다른 사람의 반응을 통제할 수 없지만 자신의 반응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상대를 변화시킬 수 없지만 자신의 반응을 통해 상대의 마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화의 반응에 더 깊이 들어가 보면 그동안 스스로 강하고 유능하지 못하다는 자기 믿음을 만나게 되고, 자신의 어린 시절에 겪었던 상처와 마주치게 됩니다. 아픈 상처와 상황이 만나 부딪혀 내는 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끌려들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자신의 화를 이해하고, 엉켜있던 실마리를 풀어 나가야 합니다. 화를 통해 내는 자기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자신의 화난 감정을 잘 들여다볼 수 있다면, 자가 치료가 가능해집니다.
라인홀드 리버의 ‘평안의 기도 (Prayer of Serenity)’는 우리에게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 사이에서 갈등하는 우리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 줍니다.
신이시여, 내가 변화시킬 수 없는 것들은 받아들이는 평안을 주시고, 변화시킬 수 있는 것들은 변화시키는 용기를 주시고, 이 두 가지를 구별할 줄 아는 지혜를 주소서. “God, grant me the serenity to accept the things I can not change, The courage to change the things I can, And wisdom to know the dif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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