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는 길은 정직한 바보와 무식하고 비천한 의인들이 세미한 음성을 듣고 따라 가는길이다. 나는 체력단련을 위해서 아침 새벽기도가 끝나면 그 길로 overpeck 공원으로 가서 두 바뀌를 돌아 걷곤 하였다. 일상의 관행으로 그렇게 걷는 운동을 하다 보니 나중에는 너무 단조롭고 지루하여 실증이 났다. 목회를 할때에는 하지 않던 골프를 시작하였다.
이발소나 관공서를 갈 때에도 나는 아내와 같이 가곤했다. 어디를 가도 아내와 같이 길을 가는 것은 나의 인생관습이었다. 골프장에 갈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의당 골프 빽을 메고 아내와 같이 푸른 초장을 걸었다. 여름엔 푸르름과, 가을에는 색색으로 물들은 단풍들이 말 할수 없이 상쾌하고 신선하고 아름답고 좋았다. 찬란한 태양아래에서 깨끗한 풀밭을 걸으면서 신선한 대기를 마음껏 드려 마시어 가며 공을 쳤다. 공을 힘껏 쳐 날리고 따라간다. 공이 가야할 목표와 길을 모색(摸索)하며, 공을 힘껏 쳐 날리고 공을 찾아 걷는 것이었다.
멀리 떨어져 있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 힘껏 세게 쳐서 공이 멀리 날아가도록 치지만 목표와는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는 일이 많다. 어딘지도 모르게 딴 방향으로 멀리 날아간 공을 찾는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는 일이다. 궤도(軌道)를 벗어난 공은 찾는 일은 많은 인생의 교훈을 주기도 했다.
정상 (頂上,green)에 가서는, 그렇게 힘있게 때려 쳤던 공을, 고추잠자리를 잡듯이 사알 살 , 또는 농촌의 개울에서 송사리를 몰듯이 조오심 스럽게 공을 굴려야 하는 것이었다. Hall in (穴入), 그것은 한 course의 마지막 단계의 성공의 길이다. 70이요 강건하면 80이라고 하는 인생, 요즘 세상에서는 강건하면 90, 또는 100세 까지도 향수(享壽)하는 시대이지만 인생의 마지막 코스에서는, 마치 골프 코스의 green 에서와 같이 정말 어리석다 할 만큼 신중하고 바보라 할 만큼 낮은 자세로 hole(종혈 終穴), 인생의 종말에 접근해야 한다. 이것이 신사적인 운동이라는 골프인 것으로 이해한다.
공을 멀리 떨어져 있는 목표지점에 근접시키려고 힘껏 치나, 방향이 잘못되면 공은 멀리 날아갔어도 목표지점과는 상거가 먼 곳으로 떨어진다. Golf를 까꾸로 친것이 된다. Golf를 꺼꾸로 표기하면 Flog이 된다. Flog은 아무렇게나 마구 쳤다는 것이다. 당구에서는 이렇게 마구 친 공을 프로그( Flog) 라고 말한다. 인생행로에 비유했던 골프를 나는 중단해야만 했다. 어딜 가나 무엇을 하나 동반자였던 집사람이 오래 동안 가보지 못하고 세월을 보내고 있던 내외가 프랑스 아들의 목회지를 다녀온 후, 아내의 손목에 이상이 생겨 더 이상 골프를 계속할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다시 걷기를 시작했는데 이전에 걷던 overpeck 공원이 아니라 Englewood에 있는 납작바위공원(Flatt Rock Park)을 걷기로 했다.
납작 바위 공원은 평평한 언덕과 동산이었으나 나이 많은 우리에게는 상당한 험로였다. 울퉁 불퉁한 돌들이 산재해있고 땅위로 노출된 나무뿌리들이 발 뿌리에 걸리기도 하고, 발바닥의 균형을 힘들게 하여 넘어질 뻔한 일이 여러번 있었다. 한번은 같이 갔던 외손자 아이가 할아버지를 주의하는 말이 이러하였다. 대학을 나온 손자의 한국 말 수준은 가히 놀라운 것이었다." 할아버지, 할머니, 이제 더 이상 산에 오지 말아요. 넘어지면 죽어요 죽어...". 최고 수준의 선의의 경고이지만 웃음이 안 나 올수 없는 수준의 표현이다. 그래 노인이 산 돌짝 길에서,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지면 치사울(致死律)인 것이다.
이와 유사한 오늘 날의 세상길을 90을 바라보며, 80을 앞둔 노인들이 가야한다는 것은, 정직한 바보와 무식하고 비천한 의인이나 갈수 있는 길 일 것이다. 우리내외는 그 바보요 의인인가!? 아주 많은 세월이 지난 1970년대 후반, 한국일조 장명수 칼럼에 실린 "바보크럽"이란 글이 지금도 기억되고 있다. 이태리의 어느 시골에 바보 크럽이 있었는데, 그 마을사람들은 모두 바보 크럽회원이었다. 그들은 모두가 바보들이었는데도 그 마을은 모두가 화평하고 즐겁고 명랑하기만 하였다고 한다. 바보가 되는 길이 어떻게 하는 일인가를 배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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