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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광복절과 기억 투쟁

08/07/17       이상명 목사

8.15 광복절과 기억 투쟁


8.15 광복절은 우리나라의 광복을 기념하는 국경일이다. ‘광복’은 문자 그대로 빛(光)을 되찾았다(復)는 의미로 빼앗긴 국권을 회복했다는 뜻이다. 1945년 8월 15일, 일제 식민지에서 해방된 날을 광복절 원년으로 계산한다. 올해로 72주년을 맞이하는 8.15 광복절은 7월 4일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비견된다. 미국에 살면서 8월 15일보다는 7월 4일이 주는 의미가 크게 와닿는 슬픈 현실을 경험한다. 특히 우리 한인 2세가 8.15 광복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면 슬프다 못해 참담하다.

매년 맞이하는 8.15 광복절이 시간이 갈수록 기억되기보다 점점 잊혀가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 일제로부터의 ‘광복’이나 ‘해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기억조차 하지 않으면 우리는 언제든 동일한 역사를 반복할 수 있다. 단지 일제가 행한 악행에 대해 감정적으로 분노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것을 기억하기 위함이다. 그러한 기억들이 다음 세대에게도 집단적으로 온축(蘊蓄)되어 다시는 고통스런 비극을 반복하지 않도록 일깨우기 위함이다. 무엇보다도 하나님께서 우리 민족에게 허락하신 해방과 구원의 은혜를 잊지 않고, 하나님의 구원 역사와 그 교훈을 다음 세대에 제대로 전하는 것이 우리 세대의 의무다.

일본과 조선은 한 몸이라는 ‘내선일체(內鮮一體)’와 ‘아시아 해방’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걸고 한반도와 아시아를 침탈한 일제가 다시는 그러한 악행을 반복하지 않도록 우리는 과거사를 기억하고 직시해야 한다. 아니 일제뿐만 아니라 이러한 비극적 역사가 다시는 이 세상에 되풀이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광복’이나 ‘해방’이 의미하는 바를 제대로 아는 것은 주권 회복을 넘어 인간과 민족과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과도 직결된다. 인간 역사 속에 언제나 준동할 수 있는 악을 두 눈 부릅뜨고 막는 힘은 과거 역사를 기억하려는 우리의 의식 투쟁에 있다. 그리고 비극의 역사로 아로 새겨진 과거를 망각 속에 묻어버린 현세대에게 목소리 내어 그것을 일깨워주고 ‘기억하라’고 외쳐야 한다. 국제무대에서도 끊임없이 외쳐서 모든 민족이 인간다운 역사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환기해 주어야 한다. 기억은 칼을 쥐지 못한 사람들이 취할 수 있는 최대의 비폭력 투쟁 방식이다. 기억은 폭력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같은 폭력으로 맞서기를 거부하는 이들이 평화적으로 대항할 수 있는 무기다. 우리가 지난날 일제의 만행과 우리 민족의 뼈저린 고통을 기억할 때, 비극의 역사는 되풀이되지 않는다. 유대교 랍비 아브라함 헤셀은 말한다. “기억은 신앙의 근원이다. 신앙한다는 것은 기억하는 것이다.” 헤셀의 말과 공명되는 명언이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독립운동가 신채호의 말이다. 그가 계속해서 주장한다. “자신의 나라를 사랑하려거든 역사를 읽을 것이며, 다른 사람에게 나라를 사랑하게 하려거든 역사를 읽게 할 것이다.” 결코 반복되지 않아야 할 아픈 역사를 멈추게 하는 것은 그 기억을 집단적으로, 민족적으로 온축하여 저항할 때다.

지난 역사를 기억하지 않는 이들은 하나님의 구원 역사에 동참할 자격이 없다. 실제로 기억 없는 신앙이란 거의 상상하기 어렵다. 과거에 살아 역사하셨던 하나님을 지금도 살아 역사하시는 하나님으로 기억하며 그 기억을 현재화하는 것이 신앙이다. 역사를 끊임없이 기억하고 학습하는 것은 과거보다는 더욱 밝은 미래를 만들기 위함이다. 인간들이 저지른 온갖 악행에 함께 마음 아파하시며 처참하게 십자가에 달리신 하나님을 기억하고 그 은혜에 진정으로 감사하기 위함이다. 과거를 망각한 세대는 역사와 함께 그 역사 속에서 활동하시는 하나님도 쉬 잊고 만다. 한 개인이나 민족이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고서 하나님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자신을 세울 때, 역사는 처참한 비극의 현장이 되고 만다.

인간이 만든 죽음의 역사와 하나님이 주관하시는 생명의 역사를 함께 기억하며 과거의 역사적 진실과 더불어 생명의 복음을 전할 사명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 혼돈과 저주와 죽음의 역사를 온전한 생명의 역사로 전환시키시는 하나님의 오메가 포인트, 즉 ‘하나님의 날’(히 10:25)까지 이 일은 계속되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이 땅에 존재하는 이유고 하나님이 우리를 이 땅에 파송하신 이유기도 하다. 기억 투쟁을 통해 하나님의 생기를 인간 역사 현장에 불어 넣어 이 땅을 창조와 생명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하나님이 우리에게 맡기신 과제이자 사명이 아니겠는가?

이상명 목사(미주장로회신학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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