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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 독서 여행

08/21/17       이상명 목사

크리스천 독서 여행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입니다. 이 땅에 태어나 남다른 자취를 남겼던 위대한 사람들의 뒤를 따라 그들이 내놓은 사상의 길을 여행하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기쁨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책 읽는 동안 홀로 떠나는 여행의 고즈넉함이 지나쳐 깊은 고독감에 휩싸일 때도 있고 이제껏 진리로 알아온 것을 전복시키는 불온한 사상이 주는 내면적 갈등으로 한동안 영혼의 몸살을 앓기도 합니다.

책 한 권 한 권은 살아 움직이는 하나의 세계와 같습니다. 어떤 책은 외연의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사상의 저수지를 담고 있습니다. 한 시대를 살았던 저자의 경험과 영감이 빚은 지성의 기록이 책입니다. 우리는 독서를 통해 저자가 경험한 현실세계와 그것을 반추한 의식세계와 만납니다. 이렇듯 독서는 여러 저자가 경험한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그들과의 공감 능력을 키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심층적으로 알아가는 여행입니다. 이러한 독서 여행으로 다양한 지식을 축적하고 세상을 깊이 탐색한 사람만이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고 세상과 소통하고 연대할 수 있는 글쓰기가 가능합니다.

우리는 책 읽는 인간을 ‘호모 부커스(homo bookus)’라 하고, 기록하는 인간을 ‘호모 비블로스(homo biblos)‘라 합니다. 호모 비블로스가 되기 위해 우리는 먼저 호모 부커스가 되어야 합니다. 바이오인프라 전문기업인 모 대표가 한 말이 인상적입니다. “저자가 책을 한 권 쓰려면 24년의 경험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한 달에 4권의 책을 읽는 독자라면 한 달 만에 100년의 경험을 간접 체험하는 셈이 되는 거지요. 만약 1년 동안 책을 읽으면 1,200년이라는 엄청난 경험이 그대로 쌓이게 됩니다.” 진정한 호모 부커스가 되지 않으면 자신의 세대와 후세대를 위해 호모 비블로스가 되려는 꿈은 허사가 될 것입니다. 호모 비블로스가 되는 것은 불가능한 꿈이 아니라 우리가 이 땅에 살아가면서 진지한 자기 성찰과 다음 세대와의 소통을 위한 거룩한 몸짓이라 생각하면 어떨까요?

독서는 시공간을 넘나드는 여행입니다. 3차원 속에 갇혀 있는 독자로 하여금 위대한 사상가들과 교류하게 하고 그들이 닦아놓은 길을 따라 걷게 합니다. 독서는 우리로 하여금 끊임없는 변화와 도전에 직면케 합니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게 하고 억압된 감정을 해소하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합니다. 인간 역사 속에 뿌리 내리고 있는 끈질긴 악의 실체를 직시하며 그것을 무너뜨리시는 하나님 사랑의 위대함을 노래하게 합니다. 참사람이 되고자 하는 내적 갈망이 더욱 강렬해지는 경험도 합니다. 독서는 단순히 눈으로 보고 입으로 읽으며 가는 여행이 아니라 마음으로 짚고 의식을 깨치며 가는 마음 여행입니다. 자신의 길을 떠나는 황홀하지만 외로운 여행입니다. 정주(定住)가 아닌 끊임없는 도전과 변화를 즐기기 위해 독서하는 사람만이 이 여행을 떠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자기 나름의 독서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국 철학자 베이컨은 “어떤 책은 맛만 볼 것이고, 어떤 책은 통째로 삼켜버릴 것이며, 또 어떤 책은 씹어서 소화시켜야 할 것이다.”는 말을 했습니다. 독서가의 수준에 따라, 장르에 따라 다양한 독서법이 있습니다. 소가 되새김질하듯 읽는 정독법과 고래가 큰 입을 벌려 새우를 삼키듯 읽는 다독법, 작은 것까지 음미하며 읽는 독서법과 필요한 대목만 골라 읽는 독서법, 한 작가의 모든 작품을 읽는 전작(全作)읽기법과 비판적 입장에 있거나 유사한 주제에 대해 상반되는 견해를 주장하는 책들을 비교하며 같이 읽는 겹쳐 읽기법이 있습니다. 기독교 전통적으로 성경 읽기와 관련하여 영적 읽기인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와 학구적 읽기인 ‘스콜라스틱 렉시오(scholastic lectio)’가 있습니다. 렉시오 디비나는 성경을 읽다가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이나 단어가 있으면 이것을 가슴에 품고 하루를 살면서 구절이나 단어를 가슴속으로 계속 반복하며 음미하고 반추하는 독서법입니다. 스콜라스틱 렉시오는 성경에 대한 지적인 접근 방법으로써 분석적인 학구적 읽기 방법입니다.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좋지만 좋은 책을 되풀이해 읽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제대로 된 다독은 이 책 저 책 많이 읽는 다독(多讀)이 아니라 한 번 읽은 책을 여러 번 읽는 다독입니다. 고전은 읽을수록 맛이 새롭고 읽을 때마다 깨달음이 더해집니다. 독서는 생각의 근육을 키워줍니다. 생각의 근육이 강성하고 사고의 너비와 깊이를 갖춘 크리스천은 성경을 읽는 눈도 남달라야 합니다. 인간 역사 속에서 하나님 구원의 손길을 바라보는 관점(史觀)도 예리해야 합니다. 현재 속에서 미래를 예지하는 능력도 탁월할 수밖에 없습니다.

호모 부커스와 호모 비블로스가 되는 것은 크리스천으로서 우리가 가진 것을 세상과 나누고 소통하기 위한 여행입니다. 나아가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순수한 의지의 발현이기도 합니다. 독서는 나의 울타리를 열어 타인을 받아들이거나 내가 나를 버리고 타인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는 행위입니다. 타자와 소통하고 그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나아가 그들의 아픔을 공감하는 상상력을 통해 그들과 연대하여 세상을 바꾸는 거룩한 행위입니다. 이 시대는 독서하는 크리스천들을 필요로 합니다. 무한한 지적 영역을 넘나들며 깊이 있게 읽고 사색하는 크리스천들이 일꾼으로 곳곳에 세워져야 합니다.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하나님의 뜻에 조율하여 세상을 변화시키는 의식 있는 크리스천들이 이제 일어날 때입니다.

이상명 목사
(미주장로회신학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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