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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을 보며, 밟으며...(아름다운 이름)

12/05/17       주진경 목사

낙엽을 보며, 밟으며...(아름다운 이름)


가을의 마지막 즈음에 지나간 가을을 돌이켜 본다, 마치 우리들의 붉은 심장을 헤치고 나오기라도 한 듯 붉고 붉다 검붉게 된 흑적색(黑滴色)의 단풍 잎새들, 또 어떤 것들은 된장 색처럼 누르칙칙하고, 어떤 잎새들은 진흙처럼 거무틱틱하게 물들어, 더러는 아직도 나뭇가지에 매달려있기도 하고, 더러는 땅에 떨어져 뒹굴며 찬란한 아침 햇살을 받으며 지나가는 행인들의 발길에 밟히고 있다. 

이 잎 새들은 모두 한창 여름인 실록의 계절에는 그 수종(樹種)이나 잎 새의 모양과도 구별 없이 마음껏 푸르청청하여 모든 사람들에게 그늘을 제공하고 실록의 상쾌함을 안기어주었다. 그러나 동면의 겨울을 앞두고 추수의 계절 가을을 지나면서 그 푸르청청하던 실록은 사라지고 제각기 형용색색의 자기 색깔로 물들어 가며 나뭇가지에서 떨어져 가고 있다. 그 물들은 잎 새들의 더러는 아직도 악착같이 나무에 더 붙어있으려는 것처럼 매달려있으나, 조만간 땅에 떨어지고 말 것이며 고엽(枯葉)의 마지막 길을 갈 것이다. 그 푸르기만 하던 잎 새들은 고엽으로 물들어가면서, 잘 드러나 보이지도 않던 그 잎 새의 각기 다른 자기모양을 드러내 보이고 색깔도 자기 본 색깔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나는 매일 아침, 새벽기도회가 끝나면 곧바로 10분 거리에 있는 공원에 가서 약 50분 동안 아침 걷기 운동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가로수들은 여름에는 그렇게 푸르기만 한 실록의 Tunnel을 이루고 있었던 것이, 지금 이 늦가을의 가로수들은 그 푸르름은 찾아 볼길 없고 오색으로 물들은 단풍거리로 변하여있다. 빨간색, 노란색, 분홍색, 절반은 빨갛고 절반은 노란색, 진노란 된장 색, 진흙 색의 잎 새들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상념과 사색에 잠겨 길을 걷는다. 기나긴 여름 한철, 실록의 계절에는 분간할 수 없이 푸르기만 하던 잎 새들이 동면의 계절을 맞으면서 고엽(枯葉)의 때가 되니 제각기 본색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

나는 가던 길을 멈추어 허리를 굽히고 손을 내밀어 빨갛고, 노랗고, 어떤 것은 절반은 빨갛고 절반은 노란 아름답고 고운 잎 새들을 색깔대로 주어 집었다. 어떤 것은 별표모양, 어떤 것은 다섯 손가락을 확 펼친 손바닥모양, 어떤 것은 둥글고 어떤 것은 모나고. 땅에 떨어져 뒹굴고 있지만 그토록 곱고 깨끗한 잎 새들을 차마 발로 밟고 지나가기에는 민망한 생각이 들어서였고, 그보다는 차마 밟고 지나 갈 수 없었던 그 아름답고 고운 잎 새들을 어딘가에 간직하고 싶어서였다. 나는 그 잎 새들을 나의 목회수첩 2005년 11월 12일(토)자 갈피에 꽂아 놓았다. 세월이 지난 뒤, 누군가가 내 서재를 정리하면서 이 수첩을 발견하고 바로 그 책갈피를 펼친다면 나름대로 내가 지나갔던 한 시절을 반추하면서 그 Anthology를 소중히 여겨 줄 것 같아서이다.

우리 인생도 이와 같은 계절에 견주어 생각할 수 있겠다. 인생의 봄, 여름은 누구나 다 푸르른 수목의 실록의 계절처럼 차별 없이 자기 잘난 멋대로 마음껏 그 나름의 인생의 푸른 계절을 펼치고 살았을 것이지만 인생의 휴면기, 인생의 가을, 석양을 맞이하게 되면, 여러 가지색으로 나타난 저 잎 새들처럼 제각기 자기가 살아온 삶의 색깔들을 드러내게 될 것이다. 저 잎 새들이 어떤 것은 그렇게 맑고 밝고 곱고 오랜 간직해 두고 싶을 만큼 아름답게 물들고, 어떤 것은 그렇게 어둡고 칙칙하고 흐리게 물들어서 눈 밖에 나는 명암의 대조를 이루고 있는 것과 같이, 우리 인생들도 그러할 것이다. 인걸((人傑)은 가도 그의 아름다운 인격과 그 이름은 사람들의 마음에 남아 간직하게 될 것이다.  역대하 21:20절에 나오는 여호람왕은 왕이었으나 슬퍼하는 이도 없었고 아껴주는 자도 없이 죽어 잔인한 망각의 늪에 버려졌던 왕이다. 사람이 남은 날들을 살다가 아쉬움 없이 버려지고 잊혀 진다면 이처럼 외롭고 슬픈 일이 어데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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