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사춘기가 시작된 것 같아요. 목소리가 이상해지고(?), 턱 밑에 수염도 몇 가닥 나왔어요. 말 좀 붙이려고 한 마디 하면 대꾸도 안 하고 자기 방으로 쑥 들어가서 문을 닫아버려요. 그래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걱정이 많아요. 어떻게 해야 좋을 지……”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을 둔 엄마의 염려 섞인 하소연이다. 아이의 머리 속에 무슨 생각이 들어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부모의 마음은 답답하기만 하다.
초등학생 때까지는 키우는 재미도 있고, 부모 말에 순종하는 것 같아 그럭저럭 키울 만 했는데 사춘기에 들어서니 아이들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부모의 다그침에 묵묵부답이거나 때론 목청을 높이며 이의를 제기한다. 하지만 이는 사람을 창조하신 하나님께서 장착해 놓으신 청소년 시기의 특성이니 어찌하리...... 아이들이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의 발달(성장)과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여 수없이 시행착오를 저지르는 부모의 무지함이 문제일 때가 더 많다.
여러분의 자녀가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들었든, 한 복판을 지나고 있든, 막바지에 이르렀든, 그들과 갈등 없이 지내기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사춘기 자녀의 발달 특성을 이해하고, 그들의 행동(외부)이 아닌 마음(내면)읽는 법을 배우고, 그들과 소통하는 대화법을 익혀 실천하려고 노력한다면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갈등 구조’가 아닌 ‘소통 구조’로 바뀔 수 있다. 사춘기에 머물고 있는 자녀들이 모두 ‘뜨거운 감자’는 아니니까.
며칠 전, 초등학교 5학년생 아들을 둔 엄마와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그녀의 아들은 소심하고 예민한 성격으로 평소 말 수가 적은데 이런 저런 이유–공부는 열심히 하지 않으면서 컴퓨터 게임에만 몰두하는 - 때문에 아빠로부터 자주 혼(?)이 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아빠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아서 엄마는 중간에서 부자(父子)간의 불편한 관계를 중재하기 위해 나름 노력은 하고 있지만 엄마 역시 어떻게 아들을 이해해야 하고 소통해야 할 지 몰라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뿐이라고 호소했다.
유아든, 어린이든, 청소년이든 간에 자녀가 보이는 문제 행동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자녀의 문제 행동을 발견했을 때 부모가 자기 감정에 치우쳐 문제행동을 고치려고 섣불리 달려들기 보다는 길게 심호흡부터 하고 “아이가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를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테드 트립 박사(Dr. Tedd Tripp)는“부모는 자녀들을 위해 겉으로 드러난 행동에서 마음의 문제를 읽고, 마음을 다루는 것을 배워야 한다. 행동은 마음에서 나온 것이므로 바르게 함과 징계와 훈련 등 모든 자녀 양육은 ‘아이의 마음’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러므로 부모는 문제 행동을 한 아이들을 그저 야단만 칠 것이 아니라 ‘왜 그들이 그런 행동을 했는지’ 그들의 마음을 인도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이 세상의 가장 거대한 선교지는 검은 대륙 아프리카도, 파푸아 뉴기니의 고지대도, 남미의의 정글도 아니다. 물론, 그러한 곳에도 선교사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오늘날 가장 거대한 선교지는 바로 우리 자녀들의 마음이다. 왜냐하면 밀림의 독사보다도 더 무섭고 사악한, 그리고 말라리아보다도 더 파괴적인 세력들이 오늘날 자녀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하고 있기 때문이다(헤롤드 세일라(Dr. Harold Sala)”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기에 있는 청소년들이 동급생이나 후배를 집단으로 폭행하여 죽음에 이를만한 신체적인 상해와 고통, 지울 수 없는 마음의 상처(트라우마)를 안겨주는 끔찍한 사건들이 조국 대한민국 땅에서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학교 내 총기 난사 사건들로 나타난다. 청소년들의 마음이 얼마나 병들어 있는 지를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다.
그들도 우리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자랄 수 있었던 아이들이다. 그들의 행동이 아닌 그 행동을 불러 온 아픈 마음을 읽어주고,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자랄 수 있게 해 주었다면 가해자도 피해자도 생길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부모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해야만 자녀의 자격이 있는가? 우리는 하나님 아버지의 말씀을 열심히 배우지 않았고, 기도 생활에도 게을렀는데 “넌 내 자녀가 아니다!”라고 하셨는가? 지금도 여전히 성숙하기를 기대하시며 자녀로 대우해 주시지 않는가? 자나 깨나 공부만 열심히 하라고 밀어 부치지 말고,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라고 다그치지 말고, 먼저 자녀의 마음을 읽어주는 부모가 되자. 아이가 어떤 마음에서 그런 말을 했는지,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아이의 입장에서 헤아려 보자. 왜 우리는 자녀의 마음을 헤아리는 부모가 되지 못하고 늘 채근하며, 으름장을 놓으며, 부모의 지시대로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익숙한 것일까? 우리도 그런 환경 속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친절하고 인내심 많은 안내자가 필요하다. 자녀의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하는 부모가 되자. 날로 악해져 가는 세상 속에 물들지 않도록 자녀의 마음이 예수님의 마음으로 점령되도록 기도하자. “너희는 이 세대를 본 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롬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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