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 May 19, 2024   
소통과 관계 지향적 하방연대(下方連帶) 목회

06/11/18       이상명 목사

소통과 관계 지향적 하방연대(下方連帶) 목회


소통과 관계 지향적 하방연대(下方連帶) 목회

역사의 전환기마다 세대 간 갈등은 되풀이되는 현상이다. 특히 그것이 첨예하게 일어나는 곳이 이민공간이다. 이민역사가 존속하는 한, 세대 간 갈등과 부조화 문제는 어느 시대, 어느 환경에서나 발생한다. 성경의 예를 든다면 출애굽 1세대, 출애굽 2세대, 그리고 가나안 정착 2세대가 그런 경우다. 출애굽을 전후해서 우리는 세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애굽에서 태어난 노예로서 그곳을 탈출한 광야세대인 출애굽 1세대, 광야에서 태어나 가나안 정복의 꿈을 이룬 가나안 정착 1세대(혹은 출애굽 2세대), 마지막으로 가나안에 정착하여 그곳의 농경문화가 주는 유복한 환경을 누리며 살아왔지만 개척세대의 신앙을 잃어버리고 가나안 문화에 동화되어 버린 가나안 정착 2세대로 나뉜다. 그로부터 3,500년이라는 장구한 시간은 흘렀지만 세대 간 격차와 갈등 구조의 패턴은 여전하다.

 

여기서 중요하게 인식해야 할 것은 관점의 변화다. 세대 간 갈등과 부조화에 지나치게 신경 쓴 나머지 그것을 부정적으로 여기기보다 오히려 하나의 자연스런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다만 가나안 정착 2세대처럼 다음 세대가 쉽게 빠질 수 있는 혼합주의적(syncretic) 행태나 세속주의적(secularistic) 경향에 대한 보다 전문적이고 심층적인 논의와 대처는 현세대에게 주어진 과제다. 이민공간은 세대 간 갈등과 부조화를 넘어 보다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관계로 발전시켜 나아가려는 강한 의지와 노력을 필요로 한다. 그런 갈등과 부조화는 생산적인 것을 창출하는 에너지와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올 동력으로 쓰일 수 있다. 현세대와 차세대가 공존하면서 밝은 미래로 함께 나가는 목회는 과연 가능할까? 이런 질문을 둘러싼 숱한 논의와 여러 차례의 실험적 시도는 지속되고 있지만 세대 간 갈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심지어 다음 세대가 사라지는 교회현장이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다.

 

목회현장에서의세대 간 갈등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인식 전환의 첫 단계는 ‘소통’이다. 우리는 종종 세대 간 언어와 문화와 사고의 차이, 그 장애를 너무나 크게 느낀 나머지 소통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 21세기의 키워드는 ‘소통’이다.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다시 인터넷-디지털 시대에서 소셜 미디어 시대로 이전하면서 소통은 전방위(全方位)로 확장되어 나아가지만 오히려 교회 안 소통의 질(質)은 더욱 척박해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소통이 단절되면 세대 간 갈등은 더욱 증폭될 것이고 문제 해결은 갈수록 요원할 것이다. 갈등과 부조화를 뛰어넘어 소통으로 가려면 현세대인 우리가 먼저 이곳 이민의 땅에서 우리 자신과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해야 할 것이다.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진지한 숙고와 성찰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 다음 세대를 이해할 수 없다. 열정과 헌신으로 개척세대가 이룩한 이민공간을 물려받은 현세대는 개척세대로부터 지혜와 열정과 헌신을 겸손히 배워야 할 것이다. 개척세대는 현세대의 목회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한인 이민역사와 교회의 과거와 현재, 개척세대의 공과(功過)와 한계, 그리고 풀지 못한 과제를 있는 그대로 전해 주어야 할 것이다. 현세대는 교회성장을 위해 바삐 달려온 개척세대의 목회자들로부터 귀한 신앙적 유산을 물려받아 이제는 소통의 폭을 세대와 교회를 넘어 사회로까지 확대해야 한다. 사회를 외면한 교회는 더 이상 존속하기 힘들다. 자유로운 의사소통과 정보 공유, 그리고 인맥 확대 등을 통해 사회적 관계를 생성하고 강화시켜주는 온라인 플랫폼(platform)을 뜻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는 사회와 전 세계를 하나의 단일체로 연결시켜 주고 있다. 4차 산업사회는 인간과 인간, 사물과 인간, 사물과 사물 사이를 모두 잇는 초연결사회를 예고한다. 이렇게 모든 것을 서로 연결하면서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통합하는 사회 속에서 세대를 달리하는 목회자들과의 소통과 교류와 협력은 더욱 요긴하다.

 

두 번째 단계는 ‘도로(road)’의 논리가 지배하는 목회에서 ‘길(way)’의 목회로 나가야 한다. 인간의 소통도 도로의 방식과 길의 방식이 존재한다. 도로는 업무 중심의 목회를 상징한다면 길은 관계 중심의 목회를 뜻한다. 도로의 목적은 목적지에 빠르게 도달하는 것이다. 도로에서는 중간 과정은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도로는 목적 지향적이다. 한 지점에서 다른 한 지점으로 이어주는 수단일 뿐, 도로의 효용은 도로 자체에 있지 않다. 목적지까지 가는 수단으로서만 존재할 뿐이다. 하지만 길은 다르다. 목적지까지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만나고 경험하게 된다. 따라서 길은 관계 지향적이다. 길은 뻗어있는 공간이다. 삶과 삶이 만나고 공간과 공간이 이어지는 연결로이기도 하다. 그것을 통해 이어가는 교류는 우리 현실에 뿌리를 내려 우리와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이웃들과 자연과 자연스레 교착(交錯)하면서 광범위하게 뻗어나간다. 도로가 상징하는 속도와 성장 일변도의 목회를 지양하고, 함께 가는 길의 목회로 나가지 않는 한 개척세대와 현세대, 현세대와 차세대가 함께 하는 목회는 한낱 이상으로만 끝날 것이다.

 

세대를 이어주는 목회는 바로 도로의 목회가 아닌 길의 목회다. 함께 걸어가는 동지적 목회, 즉 길의 목회로 선회하지 않으면 세대 간 단절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말 것이다. 결국 사사기에서 언급한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세대”가 우리의 이민세대를 이끌게 될 것이다. “그 세대의 사람도 다 그 조상들에게로 돌아갔고 그 후에 일어난 다른 세대는 여호와를 알지 못하며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을 위하여 행하신 일도 알지 못하였더라”(삿 2.10).

 

인터넷을 포함한 각종 매체를 통한 SNS가 가지고 있는 한계와 문제는 관계의 질적 향상까지 보증하지 않는다. 현시대의 SNS는 뻥 뚫린 고속도로에 견줄 수 있을 만큼 이전 시대에 비해 가히 빛의 속도로 정보 공유와 의사소통의 네트워크를 이룩했지만 오히려 수많은 장애를 야기하고 있고 질적인 관계 형성을 방해하고 있다. 이러한 때 개척세대와 현세대와 차세대가 함께 하는 목회를 위해서는 길의 목회, 즉 관계적 목회와 동지적 혹은 동반자적 목회가 더욱 절실하다. 세대 간 공존해야 하는 이민 목회현장은 서로를 목회의 길벗으로 인식하는 사고의 전환과 종속이나 서열의 관계가 아닌 동반자적 관계로 서로의 끌어안음을 요구한다. 이러한 길의 목회가 목회적 패러다임(ministerial paradigm)이 되지 않으면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세대가 우리 이민공간의 미래를 차지할 것이다.

 

마지막 단계로, 항상 낮은 곳으로 흘러 바다에 닿는 강물처럼 개척세대는 현세대에게, 현세대는 다시 차세대 목회자들에게 먼저 손 내미는 목회를 실행해야 한다. 이 이민공간의 주역은 결국 차세대가 될 것이다. 개척세대 없이 현세대는 존재할 수 없다. 현세대의 선도적 역할 없이 차세대는 이 땅에 적절히 뿌리내릴 수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다음 세대를 늘 염두에 두는 미래지향적 목회를 하지 않으면 결국 이민공간에서 신앙 유산은 세대를 이어 다음 세대로 전수되지 않을 것이다. 개척세대가 쌓아올린 화려한 교회건물도, 열정과 헌신으로 이룩한 현세대의 목회적 유산도, 자녀세대를 위해 투자한 교육비용과 헌신적 노력도 몇 세대가 되지 못하여 무위(無爲)로 끝날 것이다.

 

현세대의 목회자들과 신학자들은 ‘하방연대(下方連帶)의 목회’, ‘하향지향적인 목회’를 해야 하고 그런 목회 철학과 구조가 이민 교회 안에 구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교회 안 갈등과 분열을 경험한 1.5세대와 2세대 목회자들이 개척세대와 현세대 목회자들을 무척 어려워하고 있음은 우리가 알고 있다. 이민 목회현장에서 세대 간 상호 동질감보다는 이질감을 먼저 생각하고 있고 서로를 위한 격려와 칭찬보다는 묘한 긴장감 가운데 서로의 한계와 잘못을 지적하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나아가 다음 세대의 부재는 이민교회의 미래를 무척 어둡게 한다. 이러한 때 예수께서 몸소 보여주신 성육신 신학에 근거하여 이전 세대가 현세대를, 현세대가 차세대를 끌어안는 내리사랑 목회, 하방연대의 목회, 하향지향적인 목회가 절실하다 하겠다.

 

교회가 세대를 이어 영적 생명을 대물림하길 원한다면 세대 간 열린 소통과 함께 관계지향적 하방연대의 목회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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