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들과 맛있게 저녁밥을 해먹고, 설거지를 하려고 싱크대 앞에 다가 섰습니다. 싱크대 옆, 카운터 탑 위에 미처 치우지 못한, 오일과 소금, 설 탕 등, 조미료 통들이 즐비하게 어질 러져 있었습니다. 하나씩 정리해 제 자리를 찾아주면서 우리들의 마음속 감정들도 마음의 찬장에 잘 정리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평소에 마음정리가 잘 된 사람들은 상대를 편안하게 합니다. 마음이 상 하는 일도 별로 없습니다. 위기의 순 간이나 갈등상황이 와도 “그럴 수도 있지, 무척 힘들어서 그랬을 거야” 하며 상대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관 용합니다. 또한 자신의 감정을 표현 하거나 타인의 감정표현을 받아들이 는데 수월하고, 별 잡음 없이 조화를 이루며 잘 지냅니다. 그러나 마음정 리가 원만하지 않으면, 감정이 쉽게 상하고, 평소에는 별 탈 없이 지내는 것 같지만, 위기의 순간이나 갈등상 황에 부딪히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감정조절이 잘 안되어 ‘욱’ 하고, 자 제력을 잃고, 자신과의 관계는 물론, 중요한 관계를 무너뜨리고 맙니다. 감정이 상했다거나 속이 상했다는 것은 감정적으로 고통스러운 상황에 빠졌다고 느끼는 절망감을 말합니다. 많은 경우, 하기 싫은 일을 해 내야 하는 사람일수록, 그리고 그 일을 통 해 행복을 느끼고 싶어 하는 사람일 수록 그만큼 기대가 높기 때문에 더 쉽게 마음이 상하게 됩니다. 마음의 핵심 요소인 감정이 질병의 근원이 된다는 것은 일반화된 상식입 니다. 상사병과 향수병, 울화병, 화병 등이 그것을 말해줍니다. 마음이 근 심과 염려로 쌓여서 일으키는 병을 심인성 질환이라고 말합니다. 심인성 질환은 영어로 Psychosomatic Diseases 라고 부르는데 간단하게, 마음 이 편하지 않아서 생기는 ‘마음의 병’ 을 말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위기상황이나 갈등 상황에 닥치면, 대체로 신체적으로 반응합니다. 이것을 ‘신체화’ 라고 하 는데, 음식물이 위장에 걸린 것처럼 소화를 못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에 머리가 깨지는 것 같은 긴장성 두 통이 생기고, 목이 뻣뻣해지며, 가슴 이 답답해지면서, 열이 오르고, 위통 이나 근육 경련, 불면증, 피로 등의 증상을 보입니다. 괴로운 상황을 해 결하려고 마음이 과로하여 병이 난 것입니다. 현대사회는 스트레스 없이 살아갈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스트 레스를 받았다고 모두 병에 걸리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약한 부분이 스트레스와 충돌하여 이기지 못했을 때 마음의 병을 만드는 것입니다. 스 트레스는 그때그때 해소하지 않으면, 마음속에 가라앉아 다른 감정들이 활 동하지 못하도록 방해합니다. 그래서 아파 죽을 것 같은데, 어디가 아픈지 꼭 꼬집어 낼 수 없는 모호한 느낌에 빠지게 합니다. 이런 때 대개 병원에 가서 내시경이나 심전도 또는 컴퓨터 촬영을 하면,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과 민하다고 치부되거나 꾀병을 부리는 사람으로 몰리기도 합니다. 이럴 때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 떻게 생각할까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이 아프다고 보 내는 신호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에 게 사랑을 베풀어야 합니다. 감기나 긴장성 두통 같은 증상도 피곤하고, 힘들다는 마음의 신호입니다. 민감하 게 자신의 마음에서부터 들려오는 소 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상태는 자신이 가장 잘 압니다. 누구 도 자신의 고통을 대신해 줄 수 없습 니다. 그리고 자신이 어떤 부분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를 알아내야 합니다. 약한 부분을 강하게 해야 합 니다. 실력이 모자라면 실력을 보충 해야 하고, 기력이 부족하다면 기력 을 길러야 합니다. 신체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멈추기 위해서는 닥쳐있는 문제에서 벗어나 야 합니다. 문제에서 벗어난다는 것 이 상황을 없는 것으로 무마시키거 나 지나치게 착하게 행동하라는 것 이 아닙니다. 마음이 지쳐버려서 도 저히 기운을 못 차리거나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은 의욕상실을 앓고 있 는 자신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어야 합니다.
이는 주로 쉼을 통해 이루어 집니다. 지친 마음이 위로를 받아야 일어날 힘이 생깁니다. 또한, 그 쉼을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한 충분한 이해 와 통찰이 생기고, 상대를 사랑하고 용서할 마음을 키워냅니다.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자신이 마음 의 병에 걸렸다는 것을 빨리 알아채 야 합니다. 어떤 상황이 긴장하게 만 들고, 자제력을 잃고 절망감을 느끼 게 되는지 알 수 있다면, 조금이라 도 어두운 그늘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습니다. 건강한 몸에서 건강한 마 음이 키워지기 때문에 이럴 때 경우 더 크게 호흡하고, 몸을 자꾸 움직 이면서, 몸이 안정을 찾도록 해주어 야 합니다. 미워하는 마음이 병을 자라게 합니 다. 중요한 상대가 내 마음을 알아주 지 않는다고 야속해 할 필요가 없습 니다. 자신이 상대의 마음을 잘 모르 는 것처럼 상대도 자신의 마음을 모 르기 때문에 그냥 지나친 것입니다. 그러니 상대가 자신의 마음을 몰라 준다고 서운해 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 자신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모른 채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살다보면 마음이 힘들 때가 수시로 생깁니다. 남들은 다 행복해 보이는 데 자신만 불행한 것처럼 느껴지기 도 합니다.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 을 때가 있습니다. 모든 것이 귀찮고 의미 없어 보일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마음이 ‘쉬고 싶다’는 신호를 보 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야 합니다. “제발 좀 쉬세요!” 라고 마음의 경 고를 보내는 것입니다. “이민생활이 얼마나 힘든데, 한가 한 소리 그만하라”고 말할 수 있습니 다.
“할 일이 태산이고, 지금 움직이 지 않으면 당장의 생계가 걱정이라 서 어쩔 수 없다고, 쉴 틈 없이 일해 도 모자라는 시간이라고, 누구는 쉬 고 싶지 않아서 이러고 있는 줄 아느 냐”고 볼멘소리를 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쉼이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말하지 않습니다. 참된 쉼은 하 던 일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시선을 바꾸는 것입니다. 지쳐있던 자리에서 잠깐 떠나 안식을 찾는 것을 말합니 다. 분수에 맞는 여행이나 취미생활, 운동도 좋은 쉼의 하나입니다. ‘마음의 경고’는 스스로에게 관심과 치료가 필요함을 알리는 것입니다. “ 여기까지 달려오면서 힘든 일도 많았 을 텐데 수고 많이 했어요. 아름다운 당신을 응원합니다!” 자신도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사람임을 인정해 주 어야 합니다. 힘들고 지친 자신의 고 통을 인정해주고, 토닥여 줄 때 마음 이 자랍니다. 마음이 건강하게 자라 가면, 몸도 기운을 내고 살아낼 힘과 방향을 찾습니다. 삶의 무게가 너무 과중하여 스스로가 해결하기엔 역부 족이라 느껴지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 아야 합니다. 건강한 마음은 우리들이 반드시 지 켜내야 할 세상에서의 소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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