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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할 기회

10/15/18       이계자

효도할 기회


효도할 기회 

내년이면 구순(90)이 되시는 친정 어머니와 24시간을 함께 지내 온 지 벌써 여러 날이다. 여기는 대한민국 서울이다. 지난 여름 한국의 무더위가 얼마나 대단했던가? 뉴욕도 여느 해 여름보다 뜨거웠지만 저녁 뉴스시간마다 한국의 불볕더위 소식을 귀가 따갑게 들으면서 연로하신 어머니의 건강을 염려했었다. 그 무더위가 꺾일 무렵, 어머니가 사고(?)를 당하셨다.저녁 시간에 잠자리에 일찍 드셨다가 밖에서 누가 문을 두드리는 것 같아 급한 마음에 얼른 일어나 현관 문 앞으로 다가서시다가 그만 중심을 잃고 넘어지셔서 왼쪽 어깨가 골절되셨다. 이 일로 어머니는 몸 져 눕게 되셨다.고령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잠시도 넋 놓고 계시지 않던 어머니, 주일 예배,수요기도회, 중보기도회, 구국기도회까지 열심히 다니시던 분이 하루 아침에 꼼짝 못하게 되셨으니 얼마나 답답하실까? 

부상 소식을 들은 뉴욕 가족들의 의견은 한결같았다. “여보, 당신 나가봐야겠네.” “엄마, 빨리 나가셔서 할머니 돌봐 드려야겠어요.” “어머니, 제 생각도 그래요. 집안 일은 걱정 마세요. ” 남편도,아들들도, 시집와서 1년 째 함께 살고 있는 큰 며느리도 모두 한 마음이었다. 한국 행을 결정하기까지 잠시나마 마음이 힘들었던 유일한 한 사람은 바로 나였다. 뉴욕에서 지금 하고 있는 사역들을 당장 내려놓고 한국 행 비행기를 타야 한다는 것이 부담이었다.늘 계획적으로 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불쑥, 예정에 없는 일을 저질러야 할 때는 머리가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다른 일도 아니고 어머니를 위한 일인데…..” 성령께서 단칼에 마음을 정리해 주셨다. 

90을 바라보시는, 그것도 부상을 입고 여러 날 째 끙끙거리며 누워계신 어머니의 모습은 너무도 야위셔서 애처로웠다. “그래, 오길 잘 했지?.” 성령님의 마음이 내 마음이었다.어머니는 우리 가정에 특별하신 분이시다. 작년에 결혼한 큰 아들이 태어나서 네 살이 될 때까지 교편을 잡고 있던 직장 맘인 나를 대신하여 공들여 손자를 키워주신 분이기 때문이다.  

 

20여년 전 대한민국을 떠나면서 가장 마음이 무거웠던 것이 점점 쇠약해지실 부모님 곁을 지키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부모님과 동기간들을 떠나 살고 있는 이민자 가정의 공통적인 아픔이 아닐까? 부모님이 가까이에 계신 자녀들은 실감하지 못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아직 찾아 뵐 부모님이 조국 땅에 생존해 계시고, 출국과 귀국이 가능한 신분상의 어려움이 없다면 그래도 행복한 사람들이다. 병환중인 부모님이 계시고, 부모님의 장례가 있는데도 오도가도 못하고 멀리서 눈물만 삼켜야 하는(했던) 자녀들의 말 못할 아픔은 얼마나 클까? 

 

열 일을 제치고 한국 행 비행기에 오른 것이 얼마나 잘 한 일인지 날마다 감사 드리고 있다. 내가 내 계획과 내 시간을 희생하고 어머니를 위해서 온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하지 못했던 효도의 일부라도 할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특별한 기회를 주신 거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기회의 신’으로 불리는 제우스의 아들 카이로스는 앞 머리(카락)만 무성하고 뒷머리는 없다고 한다.기회란 다가올 때 잡는 것이지 지나가고 나면 다시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돌이켜 보니 60이 다될 때까지 어머니를 위해 이렇다 할 효도를 한 기억이 없다. 그걸 너무도 잘 아시는 하나님께서 어머니 살아 생전에 효도할 기회를 주신 것이다. 나중에 후회 덜 하라고. 식사준비를 비롯하여 거동이 자유롭지 못하신 어머니의 일거일동을 다 챙겨드리고 도와드리는 일이 간단하지는 않다. 그런데 이 기회가 나에게 다가왔을 때 놓치지 않고 잡은 것이 얼마나 잘 한 일인지, 그저 감사드릴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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