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목사님들과 성지 여행을 다녀온 일이 있었다.
그때 우리 일행을 위해 수고한 목사님이 계셨는데 이분이 수고도 많이 했지만 지나치게 앞장서서 간섭하는 일이 많이 있었다.
버스 안에서 지켜야 할 예절이라고 마이크를 잡고 몇십분씩 떠들지 않나, 화장실에 가서는 볼일을 보고 반드시 덮개를 덮고 나오라는 둥, 예배드리는데 다리를 꼬고 앉아 있으면 평신도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냐는 둥 별 시시콜콜한 말을 쉴 새 없이 하는데 함께 했던 목사님들이 고개를 저을 정도였으니까, 가히 짐작이 갈만할 것이다.
당시 함께 한 연로하신 목사님들이 모두 점잖으셔서 그러려니 하고 웃어넘겼지만, 그 젊은 목사의 언행이 나의 마음을 꽤 거슬리게 했던 것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그 목사뿐만 아니라 유달리 목사님들 모임에 꼭 마이크를 잡고 한마디 한다거나, 앞장서서 다 알고 있는 상식적인 일을 본인만 아는 것처럼 떠드는 목사라던가 과거 총회장, 노회장을 지낸 증경회장이랍시고 은근히 자신을 드러내 보이는 목사를 보면 늘 마음에 거슬린다는 생각을 가질 때가 많았다. 한마디로 그런 목사들을 난 싫어한다.
그뿐 아니라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자꾸 앞장서려고 하는 목사가 있다. 교계 행사를 하면 기도라도 한번 해야 한다고 끼어드는 목사, 자기같이 유능한 목사를 왜 설교를 안 시키냐고 설교 한번 해보려고 안달 난 목사, 사진이라도 찍어 얼굴이라도 내밀어야 뭔가 했다는 자부심을 갖는 목사, 교계 매스컴에 자신의 이름이라도 올라와야 하나님의 일을 했다고 여기면서 매일 바쁘게 뛰어다니는 목사, 좀 유명하다고 하는 목사님과 식사 자리가 생기면 기를 쓰고 참석하려는 목사, 목사들끼리 만나면 자기 자랑, 자기 교인 중에 변호사가 있고 의사가 있고 시 공무원이 있다고 신바람이 나서 떠드는 목사 이런 목사가 난 무지 싫다.
목사들뿐만 아니라 교인들도 그렇다. 어쩌다 제직회를 하면 그동안 얌전하다고 생각했던 교인이 일어나 말을 막 하는 교인이 있는가 하면, 자기만의 생각을 모든 교인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열변을 토하면서 자기만이 교회를 위하는 것같이 잘난 체하는 교인들도 있는데 그런 교인들을 난 이상하게 싫어한다. 그렇다고 목사가 내 교인을 싫어한다고 제재를 가한다거나 못마땅하다고 한마디라도 하는 그런 성격은 아니다 그냥 마음으로 싫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잘못된 것일까, 왜 그들이 싫을까, 한마디로 그냥 생리적으로 싫은 것이다. 그런데 싫은 이유가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페르소나(Persona:남을 통해 보여지는 자신) 그리고 샤도우(Shadow:자신의 마음 깊은 것에 있는 또 다른 자기 자신)이라고 말한다.
심리학에서는 생리적으로 싫은 사람이 보여진다는 것은 그 사람의 언행에서 자신과 공통적인 부분들이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평소에 자신이 억누르고 있는 부정적인 요소들을 상대방이 들어낼 때 반사적으로 싫어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싫은 그 사람의 성향을 어쩌면 내 내면에도 지니고 있을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왜 나에게는 꼴 보기 싫은 사람만 주위에 있나, 그 인간이 보기 싫어 직장을 옮겼는데 옮긴 새 직장에는 더 꼴 보기 싫은 인간이 버티고 있어 사사건건 사람을 열을 받게 하고 피곤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직장에서만이 아니다. 부부끼리도 속이 터질 정도로 싫은 행동을 하는 그 사람 때문에 인생이 피곤하다고 하는 사람이 어찌 한둘인가,
이러한 모습이 나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 바로 성경 말씀이다, 성경에 바로 생리적으로 싫은 사람이 내 옆에 있는 이유는 바로 그 사람, 그 싫은 사람을 하나님께서 붙여 놓으셨다고 말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 왜 붙여놓으셨는가 “그 싫은 사람이 너다”라는 것이다. 그 사람을 보고 깨우치라는 것이다. 그 싫은 사람이 나를 그리스도 닮은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비춰진 하나님 거울이라는 것을 이제야 깨달은 미련한 목사가 바로 나다.
그걸 모르고 내 생리상 맞지 않는 저 사람을 얼마나 정죄했던가, 오히려 왜 내 주위에는 저런 인간만 있느냐고 하나님께 어처구니없는 항변을 했으나 말이다.
내 주위에 싫은 사람이 있는가, 생리적으로 맞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부부지간에 맞지 않아 분통을 터뜨린 일이 있는가, 그 모습을 보고 자신을 비춰보자, 그 모습 속에서 나를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자라면 분명히 복을 받은 자일 것이다.
저희가 이말을 듣고 마음에 찔려 베드로와 다른 사도들에게 믈어 가로되 형제들아 우리가 어 찌할꼬 하거늘,(행2:37)
저희가 이 말을 듣고 마음에 찔려 저를 향하여 이를 갈거늘(행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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