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 June 1, 2023    전자신문보기
엄마의 밥

03/08/19       박효숙컬럼

엄마의 밥


엄마의 밥

 

오랜만에 우연히 길거리에서 지인을 만났습니다반가운 마음으로 언제 밥 한번 먹어요 라고 말하고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문득미시간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막내 아들이 생각나서 그동안 나눈 메시지를 쭉 훑어보게 되었습니다.

밥은?” “밥 잘 챙겨 먹고 있지?” “밥 먹었어?” 등등갑자기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거의 다 ’ 이야기로 이어져 있었습니다. 밥으로 모든 대화를 하고 있는 자신을 보며, ‘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가져보았습니다.

요즘은 먹거리들이 워낙 많아서 밥을 대체하는 음식들이 많이 생겼습니다어느때는 밥이 샌드위치가 될 때가 있고어느 때는 짜장면이나 국수 한 그릇이 될 때도 있습니다.

불과 몇 십년 전만해도 "진지 잡수셨습니까?" 하는 말이 인사일 정도로 우리에게는 밥 먹는 일이 일상에서 중요한 일 중 하나였습니다부모세대인 우리 중의 대부분은 한끼 밥이 매우 귀했던 어려운 시절을 기억합니다예나 지금이나 먹는 것은 건강과 바로 연결되어 있어서 밥을 먹지 못했다는 것은 건강전선에 이상이 생겼음을 의미하거나 혹은 경제적 환경이 나빠졌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보리고개를 함께 견뎌내고 있는 이웃으로서 걱정하는 마음에서 그런 인사를 나누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의 부스러기가 남아 있어서인지 은 여전히 생각 속에서 애잔하고 따뜻합니다또한‘밥’은 정겨움이 느껴지는 말입니다특히 우리 한국인에게 ‘밥’이란 음식 그 이상의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먼 길을 떠나는 사람에게 한끼 밥을 정성껏 대접하는 우리들의 정서에는 헤어짐에 대한 아쉬움과 그동안 베풀어 준 것에 대한 고마움 등의 마음이 스며 있습니다그리고 헤어지면서 밥 잘 먹고건강하게 지내” 라는 인사를 합니다.

엄마들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습니다먼 길에서 돌아온 사람에게 새 밥을 지어 대접하는 마음에는 반가움과 건강하게 잘 돌아와 준 것에 대한 고마움이 들어 있다는 것을. 그리고 아이를 엄하게 혼 낸 엄마가 따뜻한 밥상을 차려 놓고 밥 먹자” 하면자식에 대한 사랑과 용서가 밥알마다 들어 있다는 것을.

오늘 만난 반가운 지인과의 언제 밥 한번 먹어요 라고 말한 인사를 지키기 위해 집으로 돌아와 오늘 만나서 반가웠어요난 월금 점심시간하고토요일이 괜찮은데언제 시간이 좋아요?하고밥으로 이어질 관계의 풍성함을 기대하며 메시지를 보냈습니다그리고 아들생각이 나서 들여다보던 메시지창에는 공부하기 힘들지아프지만 말고 잘 지내밥은 꼭 챙겨 먹고” 라고 쓰고보내기를 눌렀습니다.

밥 밖에 모르는 엄마의 마음이지만 엄마의 밥 챙김이 기도가 되어서 타향에서 씩씩하게 잘 살고 있는 아들의 마음속에 험한 세상을 헤쳐나갈 에너지가 되기를 소망해봅니다.

 

박효숙교수

가정사역자목회상담학박사

  

페이팔로 후원하기

인기 기사
최신 댓글

163-15 Depot Rd. #2 Flushing, NY 11358
Tel: 718-414-4848 Email: kidoknewsny@gmail.com

Copyright © 2011-2015 기독뉴스 All rights Reserved. Powered by Intonet Solu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