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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약한 자의 허물을 덮는 데서

06/17/19       배임순목사

사랑은 약한 자의 허물을 덮는 데서


사랑은 약한 자의 허물을 덮는 데서

전화벨이 울려서 무심코 수화기를 들었는데 '엉엉' 통곡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통곡하는 여자의 목소리는 거의 비슷한 것 같습니다. 처음엔 누군지 잘 알들을 수가 없어서 그냥 수회기를 들고 있으면 '목사님' 한마디 하고는 계속 우는 울음소리 속에서 대강 누군지 알아차립니다. 저도 한때는 통곡을 하던 기억이 있어 실컷 울도록 달래지 않고 울음을 그칠 때까지 수화기를 들고 기다립니다. 그 울음은 오랫동안 참으며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엉어리가 터져 나오는 것이기에 때로는 울면서 치유가 되기도 합니다.

그녀는 남미에서 8년 전에 미국으로 이사를 와서 조그만 잡화 가게를 운영하여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남편은 남미의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해 친구들과 한잔씩 마시던 술이 늘어서 지금은 술을 마시지 않으면 안 될정도로 알콜중독자가 되었습니다.

미국으로 이사를 하면 나아질까 해서 짐을 싸서 삶의 거처를 이곳으로 옮겼는데도 처음엔 조금 나아지는 듯하더니 몇 개월이 지나자 그 습관은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술을 마시면 그 술이 다 깰 때까지 사람을 붙들고 밤이 새도록 얘기를 해야합니다. 피곤해서 안 들어 주면 무시한다고 때리거나 살림살이를 부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아침엔 멀쩡하게 일어나서 출근준비도 도와주고 많이 힘들지! 하면서 가끔 위로도 해주곤 해서 10여년을 그렇게 살아왔는데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 몸이 약해져 아침에 일어나기도 힘들뿐더러 침대에 소변을 볼 때도 있다니 참 딱한 노릇입니다.

그녀는 몇 번이나 이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하나님께 은혜를 받고 보니 술을 마시게 한 원인이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그 남자가 너무 착해서 사랑하게 되었고 결혼까지 했는데 직장생활도 제대로 못하고 신앙생활에도 적극적이지 못한 남편을 무시하게 되었습니다. 무시당한 남편은 술로 자신을 달래온 것 입니다.

그녀는 그 일을 회개하며 남편에게 잘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녀의 남편은 생활 능력이 없어 어머니에게 늘 구박을 받으며 그것을 술로 푸는 아버지 밑에서 자라났습니다. 열등의식 속에서 술을 마시는 아버지가 남편상의 전부가 되어 버린 그는 신앙 좋고 영리한 아내를 만나 아내의 그늘 밑에서 살아가면서 어떤 환경에도 적응을 하지 못하고 아내의 치마자락만 붙들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혼만은 절대 안겠다는 것이 남편의 주장입니다.

그런 남편과 이혼조차 할 수도 없어 한 평생 그렇게 살아온 그녀는 때론 나름대로 신앙이라는 것으로 삶을 버티며 살아오다가 주체할 수가 없을 땐 혼자 통곡을 하는데 지금은 이따금씩 상담센터에 전화를 걸어 저와 함께 우는 것이 그녀의 숨구멍처럼 되었습니다. 남편을 알콜중독클리닉에 보내고 싶어도 그때마다 '절대로 술을 마시지 않겠다.' 는 그의 맹세 때문에 속는 줄 알면서도 그냥 넘어가곤 하면서 오늘까지 살아왔습니다.

그래도 그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서로사랑 한다는 것과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는희망을 가진 것입니다. 지난해에는 가게를 동생에게 맡겨놓고 '부부생활세미나'에 참석했습니다. 쉽지 않은 결단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게를 누구에게 맡긴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는데 '이대로는 아니다'라는 것을 가슴깊이 깨달은 것입니다.

그들은 그 시간에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치유를 받으며 서로의 사랑을 재확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늘까지 자기 때문에 힘들게 살아오면서 잘 참아준 아내의 고마운 마음을 알아차린 남편, 아내에게 억눌려 술로 자신을 달래야만 했던 남편을 불쌍하게 여긴 아내의 마음이 서로 만나게 되었고 하나님의 사랑이 그들 가운데 함께하시므로 새로운 삶의 설계를 하고 새 출발을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데 그 관계의 문제가 내속에 있음을 깨닫게 될 때 그 사람은 사랑할 수 있고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자신의 약함을 인정할 때 약한 자를 감싸줄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때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면서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은 아직도 자신이 죽지않아 하나님의 깊은 사랑을 깨닫지 못한 탓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가 아직 죄인되었을 때에 날 위하여 목숨 버려 죽어주시고 내가 약할 때 강함 되신 그분의 사랑을 깨닫는 다면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어서, 미워하고 싶어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관계가 되는 것입니다. '진실한 사랑은 약한 자의 허물을 덮는 데서 시작되고 그 허물을 덮는 것이 약한 자의 약점을 담당하는 것이다. 약한 자는 바로 내 집 안에 있다.'는 친구 목사님의 책에서 읽은 글귀가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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