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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뉴욕에 와서는 계절마다 각각의 느낌을 받고 있는데 올해 이 계절은 조금 특별한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교회빌딩에서 생활할 때와는 다르게, 작지만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집은 내게 여느 집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편안하고 여유롭기 때문일까요? 지난 오랜 세월동안 예배당 바로 옆에서 지냈던 생활은 그 시간만큼 살아가기에는 조금 불편했다 할지라도 내겐 값진 훈련 기간이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길목에 서서 바라보니 지금 지나고 있는 시간들에 더욱 감사가 있군요.
여름에는 빌딩이 주는 열기 때문에 사우나를 방불케 하고 겨울에는 몸도 제대로 옴지락 거릴 수 없을 정도의 추위에 ‘춥다’ 소리를 입에 달고 살았던 지난 시간들이었지요. 유난히 짧은 것 같아 늘 안타까워하던 뉴욕의 봄과 가을, 올해도 내 맘속으로만 당차게(?) 계획했던 단풍구경도 못했는데 이 가을은 쏜살같이 날아가네요.
지난 토요일에 주일준비를 하기 위해 있던 예배당에선 벌써 ‘춥다’ 소리를 했지만 따뜻한 집이 기다리고 있다는 기쁨이 지난 날의 고충을 죄다 잊게 만들어 주면서 또 내안에 평안을 주겠다 하신 주님의 말씀을 붙잡게 되니 어찌 기쁘지 않으리요.
교회에 예배가 없을 때에는 히팅을 틀 수 없으니 얼어붙은 주방에서는 제대로 요리도 할 수 없었던 날이 더 많아 원래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던 나였지만 어차피 이런 저런 이유로 제대로 주부 노릇도 못했지요.
또 간장이나 김치냄새가 나면 행여 예배당에 스며들까 부엌 창문을 다 열어젖혀야 하니 춥다는 이유로 마음대로 음식도 만들어 먹지 못했는데 이제 우리 집이 있고 전혀 춥지 않으니 변명할 여지없이 내게 있는 솜씨를 다 드러내야 할 판이었답니다.
부엌에서 요리를 하거나 집안일을 할 시간이 있으면 책 한권이라도 더 봐야지 하는 생각은 날이 갈수록 나를 살림 못하는 여자로 만들어 내게 쌓인 주부경력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그래도 지난 가을에는 시간 없는 성도들이 할 수 없는 요리들을 만들어 대접하는 시간이 주어지면서 요리하는 재미가 붙고 내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성도들을 보면서 더 하고 싶었으나 날씨가 추워지면서 계속하지 못하고 말았는데요.
바로 그때, 때로는 나보다 더 손맛이 있는(?) 목사님에게 내게도 음식솜씨가 있다는 것이 증명이 되기도 했거니와 더구나 하나님의 은혜로 이 계절에는 따뜻한 집과 편안한 부엌이 주어져 마음껏 솜씨를 발휘할 수 있는 요리를 해서 성도들에게 맛있는 반찬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기쁨이 더해졌으니 이 계절이 다른 때와는 달리 제게 특별한 이유입니다.
<사모행전 칼럼, 이영미(뉴욕효성침례교회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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