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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에 걸린 목사

09/06/19       한준희 목사

우울증에 걸린 목사


오래 전, 가까이 지냈던 목사님 한 분이 세상을 떠났다. 이제 50대 초반에 한창 열정을 가지고 목회를 할 나이에 세상을 떠나서 많은 지인들이 애통해 하면서 하늘나라로 보내드렸다. 그런데 얼마의 시간이 지난 이후 들리는 소문이 그 목사님이 자살을 했다는 것이다그 소식에 나는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 목사가 자살을 하다니….

 

들린 이야기로는 이 분이 목회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생활에 어려움이 오게 되었고 여러 가지 이유로 많은 빚을 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것이 이유인지는 자세히 모르겠지만 어쨌든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 이후로 친구 목사님들과 교제를 끊고 오랜 시간 집에서만 생활을 했다 한다. 나 역시 이 목사님을 오랫동안 보지 못했고 또 함께 해야 할 여유도 없었던 것 같았다. 그런 시간을 보내다 결국 이 목사님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다.  

요즘 와서 돌아가신 이 목사님 생각이 난다. 요즘, 나도 모르게 죽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면서부터다. 이제, 나이도 나이지만 요즘 들어 좀 외롭다는 생각도 들고 어느 땐 내가 우울증에 걸린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때가 있다.

 

집에 아이들도 있고 또 함께 하는 아내도 있다.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사명인 목회를 하고 있다. 그런데 왜인지 모르게 외로움을 느낀다. 아내도 바쁜 일과 속에서 얼굴 보기도 쉽지 않고 애들은 나름대로 바쁜 일과를 보내다 밤늦게 들어올 때가 많다 보니 어쩌다 식사 때나 얼굴 잠깐 볼 뿐, 아이들은 거의 아이들대로 지낸다. 가끔씩 낮에는 목사님들과 점심식사도 하고 대화도 나누지만 가면 갈수록 대화의 폭이 형식적인 데 머물고, 속내를 터놓고 이야기하는 친구 목사님들이 많지 않다. 그래서인지 어느 날에는 심한 외로움을 느낀다. 그러면서 죽음이라는 것이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물론, 이제 60대 중반을 넘긴 나이라면 한 두 번쯤 죽음에 대해 생각들을 하겠지만 나는 구체적으로 죽음이 가까워져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의학적으로 이것을우울증의 단면이라고 한다.

 

나는 이런 우울증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30대 중반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몇 개월을 집에서 지낸 적이 있었다. 그 때 마치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는 생각, 어느 회사에서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 그래서 쓸모 없는 인간이 되었다는 절망감, 부모님께 용돈을 보내드리지 못한다는 죄책감 등이 종일 나를 고통스럽게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목회자가 되어 이런 회의감이 엄습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이제 어딘가 몸이 예전 같지 않고 여기저기 아픈 데가 많다. 더욱이 얼마 전 심한 어지럼증으로 쓰러져 응급으로 병원에 갔던 이후로 급격히 몸이 약해졌다는 느낌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10여년을 열심히 축구로 몸을 단련해 온 내가 이제 축구를 그만 둔 이후 딱히 운동도 제대로 안하면서 더욱 몸이 약해져 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젊은 목사들과 거리감을 느낀다. 함께 지내려고 노력은 해 보지만 나이 어린 목사들에게 뭔가 무시당하는 느낌도 들고 어떤 목사는 나이 든 목사를민폐라고 노골적으로 말을 한다. 무례하기 짝이 없지만 노여워할 이유도 없다. 나이 든 목사가 민폐가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다 보니 가까운 목사들과도 거리감을 느끼면서 서서히 인간관계도 멀어진다. 그래서인지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또 하나, 교회가 부흥되어 목회자가 정당한 사례비를 받고 물질에 걱정 없이 지낸다면 사는 것에 걱정이 없겠지만 늘 부족한 사례비를 받다 보니 생활이 여유롭지 못하다. 물질이 없으니 당연히 목사님들과의 교제비도 없다. 그러다 보니 자꾸 목사님들과 점심식사 한 번 하는 것도 부담이 되어 목사님들과의 만남도 소홀해 진다. 이것이 우울증의 3대 요소다. 몸이 쇠약해지면서 오는 우울감, 나이 들면서 가깝게 지낼 친구가 없다는 인간관계 상실, 그리고 경제적 어려움-. 바로 이것이 우울증을 유발하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보니, 내가 이 우울증 3대요소군에 속한우울한목사가 되었나 보다.

 

보통, 평신도들은 목사가 우울증에 걸렸다 하면아니, 목사님들도 우울증에 걸리나요?”할 것이다. 이런 질문이 당연한 것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하나님과 함께 하는 말씀 전달자가 우울증에 걸린다는 것이 평신도 입장에서는 쉽게 납득이 안 갈 것이기 때문이다. 맞는 말이다, 기도하면서, 하나님과 교제하면서 어떻게 우울증에 걸리겠는가? 우울증을 앓고 있는 필자인 당사자도 의아할 뿐이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답은 하나다. 목사도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

다 그렇지는 않더라도 외롭고 쓸쓸한 노년을 보내고 있는 목사들이 의외로 많고, 젊은 목사들도 우울증으로 심한 괴로움 속에서 몸부림치는 경우가 많다.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수없이 많은 우울증에 대한 이론이 쏟아져 나와 있다해도 우울증은 결국 하나님과의 관계, 그리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회복될 수밖에 없다고 여겨진다. 하나님과 사람들과의 관계! 개인적으로 목회자와의 관계가 소홀하다면 이제는 교계에서 우울증 치료 단체를 만들어서 고통 속에 있는 목사들을 하나님과 사람과의 관계를 회복시켜주는 그런 기관이 필요하다고 느껴진다

 

 

스스로 광야로 들어가 하룻길쯤 행하고 로뎀나무 아래 앉아 죽기를 구하여 가로되 여호와여 넉넉하오니 지금 생명을 취하옵소서 나는 열조보다 낫지 못하니이다(열왕상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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