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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의 눈물

10/11/19       한준희 목사

사모의 눈물


한 목사! 나 머리가 많이 아프네, 무슨 좋은 약이 없을까?”

처음 미국을 방문한 친구 목사의 말이었다. 난 진통제 몇알을 들고 숙소로 뛰어갔고 며칠 후 그는 한국으로 돌아갔다. 그후 몇 개월이 지났을까, 친구 목사의 사모가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가 왔다, “목사님이 쓰러지셨어요기도 부탁드립니다.

그후 얼마가 지났을까 친구 목사는 몇 개월의 투병 생활 끝에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다.

 

나는 장례를 치룬 한참 뒤에야 한국 방문을 했고 그때 그 사모님을 만났다

나를 보는 순간 사모의 콧등이 빨개지면서 흐느껴 우는 것이 아닌가, 괜스레 나도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이제 60도 안된 나이에 세상을 떠난 친구 목사가 참 안됐다는 생각보다 사모를 보는 순간 더 큰 안타까움이 가슴으로 메워왔다.

 

사모와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더큰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목사님이 쓰러지고 나서 처음에는 교인들이 돌아가면서 매주 병문안을 왔다고 한다. 그리고 노회에서는 임시 당회장을 파송시켜 교회를 관장하도록 하였단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병문안을 오는 교인들은 줄어들고 어느 날부터인가 아예 단 한명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더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목사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몇주후에 새로 담임을 하게 된 목사님의 사모가 친구 목사의 사모에게 노골적으로사모님 제가 많이 불편하네요,” 

 

뭐가 불편한지,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싶더라는 것이었다,

더더욱 당회에서는 특별한 사후 대책도 없이 사택을 비워달라는 말에 충격을 받았고, 여전도회에서는 마치 위로를 하는 듯 하면서 뒤에서는 이제 스스로 물러날 줄도 알아야지 목사도 안계신데 어떻게 교회 일에 뒷말을 하느냐고, 흉흉한 뒷말이 떠돌고 있지를 않나, 또한 친구 목사의 큰 애가 성가대 지휘를 10년이 넘게 해왔는데 담임목사가 일방적으로 이제 전문 지휘자를 청빙하게 되었다고 새롭게 성가대 지휘자를 임명하지를 않나,...

 

갑작스런 목사의 소천에 아직 마음에 상처도 채 아물지도 않았는데도 하루가 멀다하고 쏱아지는 뒷소리에, 각종 험담에 견딜 수 없는 정신적 충격이 더 컸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쉴새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는 사모의 눈물을 나는 보았다.   

 

40년 가까이 목숨을 내 놓다시피 한 목회, 가지고 있던 전 재산격인 전세 돈 다 내 놓고 교회 건축에 드린 목사, 자기 자녀들보다 교인들이라면 삶에 우선순위로 삼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심방다니면서 기도해 주었던 30여년지기 성도들, 애들이 태어나서 친구들과 함께 어울어지면서 성장했던 그 교회에서, 목사님이 사라지자 사모에게는 모든 것이 동시에 사라져버렸단다, 그 사라진 친구 목사의 무덤 위에서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뭘로 멈추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어차피 하나님께서 불러가신 남편 목사야 영원한 안식처에서 평안을 누리겠지만 이땅에 남아 있는 사모는 그 뒤에 따라오는 어린 자녀들의 양육문제, 경제적 어려움, 혼자 감당하면서 살아야 할 무거운 짐들, 그에 따른 정신적 부담감 등등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애환으로 남아 있으리라 보여진다.

 

아직도 사회구조나 교회에서의 사모의 역할은 애매모호하다.

목사를 대변하는 대변자역할을 해야 하는 게 사모일까,

성도들과 목사와의 관계를 중보하는 역할이 사모일까,

교회 친교를 총괄하는 대부역할 이 사모일까,

말없이 뒤에서 기도만 하는 것이 사모의 역할일까,

 

작은 교회를 오래 하다보니까 사모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목회는 사모가 함께 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을 나는 체험에서 안다. 목사의 대변자, 교인들의 중보자, 성도들과의 친교자, 기도 후원자 그리고 일을 해서라도 교회 재정을 채워야 하는 경제 조력자가 사모다.  

 

이런 사모가 세상을 떠나면 목사는 또 다른 사모을 받아들여 목회를 계속한다, 하지만 목사가 세상을 떠나면, 사모는 교회를 떠남과 동시에 일평생의 땀흘림에 수고가 일순간에 사라진다,

한마디로 사모의 가치를 사회도, 교회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홀사모의 애환이 여기저기 숨어 있다. 이런 사모의 눈물을 누가 알아줄까,

물론 주님께서 반드시 눈물을 닦아 주시리라 믿는다. 그러나 지금 이 현실에서 누가 앞장서서 홀로 된 사모에게 새로운 용기와 힘을 북돋아 줄 수 있을까.

 

지금 이 순간에도 어느 사모는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 없어 엉엉 울고 있지나 않나 싶다.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씻기시매 다시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갔음이러라(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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