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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경계를 넘어 떠나는 인생(벧전1:1절)

10/14/19       박동식 목사

나그네: 경계를 넘어 떠나는 인생(벧전1:1절)


초대교회 성도들은 박해를 피해 다녀야 했기에 그곳이 그들의 영원한 안식처가 될 수 없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위치가 발견되면 또 다른 곳으로 피했다. 그러니 한곳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떠나는나그네인생을 살았던 것을 보게 된다. 여기서흩어진 나그네”(1)로 번역된 단어를 NIV에 보니 “strangers in the world, scattered”(세계에 흩어진 낯선 자들), 즉 이방인, 디아스포라(diaspora). 나그네는 자기 고향에 머물지 않고 아무런 연고가 없는 이곳저곳에 흩어져 살아가는 이들이다. 그 나그네가 살아가는 인생이 어떨까? 자기 고향이 아닌 다른 지역에 가면 우선 낯설다. 한곳에 오래 정착해 있지 못한 인생은 가는 곳이 늘 낯설고 외롭고 두렵기도 하다

 

  필자의 고향은 안동이다. 초등학교 5학년 전까지는 아마도 동네, 교회, 학교 그 반경을 스스로 벗어나 본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언젠가 자전거를 타면서부터 그리고 시내버스가 6학년 때 동네에 들어오면서부터 그때까지 감히 넘어서지 못했던 그 경계선을 넘어서 시내까지 가 보게 되었다. 마치 아기가 태어나서는 누워만 지내다가 처음으로 기어 다니며 경계선을 넘어가는 것처럼, 처음 시내를 가 본 것은 나의 일상생활 경계선을 넘어선 모험이었다. 시내에 가 보니 큰 오락실도 있었고 상점도 많아서 신기하기도 했지만 굉장히 낯설었고 약간은 두렵기도 했다. 그 이후 대구, 서울, 밴쿠버, 애틀랜타, 이곳 LA까지 경계를 넘으며 나그네 인생을 살고 있다

 

  그런데 떠나는 인생이지만뭣이 중한지도 모르면서살면 안 된다. 알아야 한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이 그렇게 떠나는 삶을 살았다.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12:1) 했을 때 그는 하나님을 의지하고 알지 못하는 땅을 향해 떠났다. 그 누구보다도 예수님이 그렇게 사셨다. 하늘 보좌 버리시고 이 땅에 오셨다. 떠나는 삶이셨다. 오셔서도여우도 굴이 있고 공중의 새도 집이 있으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도다.”(9:58) 하셨다. 나그네 인생이셨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 인생 그 자체가 나그네 인생이기도 하다. 인생은왔다가 가는것이다. 하나님이 부르시면 떠나야 한다. 머물 수 없다. 요즘 100세 인생이다 뭐다 해서 그때까지는 갈 수 없으니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못 간다고 전해라할 수 없다. 부르시면 떠나야 한다. 그래서 아우구스티누스가 그의 책 『고백록』에서 한 고백은 지금도 적실하다. “당신은 우리 인간의 마음을 움직여 당신을 찬양하고 즐기게 하십니다. 당신은 우리를 당신을 향해서(ad te) 살도록 창조하셨으므로 우리 마음이 당신 안에서 (in te) 안식할 때까지는 편안하지 않습니다.” 1) 하나님의 품에서 안식할 때까지 우리 인생은 언제나 떠나는 나그네 인생이기에 참 안식이 없다. 오직 주님의 품에 안길 그때 참 안식이 있을 것이다

 

  나그네는 떠나야 하기에이건 내 것이라고 그렇게 고집하지 않는다. 떠나야 하기에 지니고 다녀야 할 것에 한계가 있다. 그러니 이 땅의 것에 대해 그렇게 집착하지 않는다. 언젠가 맥도날드에서 있었던 일이다. 홈 리스 할아버지 한 분 들어오셔서 구석진 자리에 앉으신다. 다 낡은듯하게 보이는 손바닥만 한 책 하나 꺼내 읽으시는데 꼭 성경책 같았다. 순간 울컥해진다. 그 장면이 거룩해 보였다. 그 순간, 내가 그림 그릴 줄 아는 사람이었다면 이 장면을 기억해서 그렸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밀려들었다. 그가 누리고 있는 지극히 고요하고 평온한 경건의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사진도 찍지 못했다. 그리 길지 않은 절대자와의 만남의 시간을 가진 뒤 그가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비닐봉지 하나가 식탁 밑에서 따라 올라온다. 마치 아빠가 어린 자식 손을 붙잡고 일으키는 것처럼 말이다. 그 비닐봉지가 그가 가진 전부인지도 모르겠다

 

 김주대 시인이봄날이 목숨 같다.” 했는데 난 꼭 그의목숨봄날같았다. 성과 속을 구분하기가 이리도 어려운데 그의 존재가 한없이 성스러워 보였으니 말이다. 그가 떠난 자리에 그가 남긴 잔상이 선명하다. 책을 덮고 그를 묵상한다. 책에서 만난 좋은 깨달음에 줄을 긋듯 그로부터 배운 것을 마음에 새긴다. 그런데 배우면 뭐하나, ‘난 그에게 따뜻한 커피 한 잔 대접도 못 했다.’ 그에게서 배운 것이 크다. 가진 것 없어도 그리 개의치 않는 인생, 세상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다 할지라도 하나님과 만나며 살아가는 것에 더 의미를 두는 인생, 그러한 인생이라면 우리 사회가 정한 가치관을 따라가지 않고도 살 수 있다. 이것이 어쩌면 나그네 인생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 같다. 그리고 인생, 다 가져갈 수 없으니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과내 것조금 나눠주면서 살아가는 인생이 하나님이 바라시는 나그네 인생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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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우구스티누스, 선한용(옮김), 『고백록』(대한기독교서회, 2003),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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