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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추수감사 주일인데 어떻게 예배준비를 해야 할까 나는 적잖이 고민이 되었다. 우리교회는 개척교회 인데다가 달랑 두가정이다. 개척 감사예배도 두 주 후인 11월 28일 드리려고 준비중인 그런 작고 연약한 교회다.
그렇지만 우리 지은나교회(지구촌 은혜 나눔의 교회)는 지난 4월 19일부터 매주일 예배를 드려왔고, 이번 추수 감사주일로 31번째 주일 예배를 드리게 된다. 그래도 추수감사 주일 인데 평상시 보다는 좀 강단 장식이 달라야 하지 않을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하루전에 K선교사가 지도하는 독서모임에 나오는 집사님이 가져온 감과 사과가 생각이 났다. 나는 과일 바구니를 꺼내어 사과와 감을 소복하게 담고 피아노 의자를 놓고 올려 놓았다. 그걸 보더니 남편 K선교사가 쌀 포대를 번쩍 들어다 앞에 놓는다.
이 쌀도 노숙자 사역을 하시는 지인 목사님이 나누어 먹자고 가지고 오신 것이었다. 그런데 왠지 쓸쓸해 보인다. 나는 설교 준비를 하면서도 강단앞이 자꾸만 마음이 쓰였다. 뭔가 좀 허전한데... 채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렇다고 시장에 나가 이것 저것 사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허례허식은 안하고 사는게 내 생활철학이니 말이다. 그런데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래 초록이들을 주변에 빙 둘러 놓아 주는거야. 그러면 과일 바구니가 돋보일게 틀림없어.
나는 교회와 선교회 사무실 안에 내가 열심히 물을 주어 키우는 화분들을 하나 둘 들어다가 강단 앞에 놓기 시작하였다. 그랬더니 예상했던대로 과일 바구니도 쌀포대도 돋보이고 풍성해 보이는 것이다. 아.. 예상대로 성공이다.
나는 쾌재를 부르면서 이젠 추.수.감.사.예.배.라고 글씨를 써 붙이면 되겠구나 생각했다. 사실 추수 감사 기념 배너 라든가, 현수막을 맞추고 싶은 마음도 한동안 있었지만 비용이 들어간다는 생각때문에 자제 했던 것이다.
그대신 A4 용지 하나에 글자가 하나씩 들어가도록 크게 해서 칼라 프린터로 출력을 했다. 추. 수.는 빨간색, 감.사.는 청색, 예.배.는 보라색으로 출력해서 양면테이프를 사용하여 강단 뒤에 있는 백색 스크린에 하나 하나 붙였다.
다 완성해 놓고 기분 좋게 바라보고 있는데, 우리교회 유일한 장 권사님(우리 어머니)이 아들과 함께 주일아침에 교회에 들어 서시다가 감탄사를 연발 하신다. "아유~ 너무 좋구나. 참 좋다~" 어머니께서 어린애처럼 기뻐 하시니 내 마음도 또한 흐믓해 졌다.
그런데 어머니께서 저쪽으로 가시더니 눈물을 훔치시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도 모르는척 했다. 하지만 나는 누구 보다도 어머니의 심정을 잘 알고 있다. 어머니는 며느리인 내가 교회를 개척한 것도 그렇게 기뻐하셨다.
더욱이 어머니집 가까운 곳에 교회를 개척하여 교회서 집이 2분밖에 안 걸리는 거리인 것을 늘 감사해 하는 어머니 이셨다. 어머니는 교회서 집을 오갈때 마다 "가까워서 참 좋다" 는 말씀을 한번도 빼놓지 않으셨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첫 추수 감사 예배를 드리면서 교회가 썰렁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아름답게 장식 하려는 내 마음을 어머니는 읽으신 것이다. 우리는 힘차게 추수 감사절 찬송을 부르며 예배를 드리는데 못보던 남자 분이 한 분 들어와 앉는다.
나는 속으로 우리 성도아닌 다른 분을 하나님께서 보내시려고 추수감사절 강단 장식을 하게 하셨나 보다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우리는 예배가 끝나고 조촐하지만 따뜻한 점심을 한가족처럼 둘러 앉아서 먹었다.
우리교회 유일한 집사인 김 집사님이 만든 두부조림과 총각김치가 단연 일품으로 맛있었다. 오늘은 특별한 손님이 왔으니 치킨너겟도 튀겨서 한 접시 내놓았다. 이름은 알지만 얼굴로는 처음 보는 그분은 식사를 하고 바로 돌아가셨다.
나는 사과와 감을 봉투에 얼른 담아서 손님에게 드렸다. 그런데 손님이 돌아가고 난후 헌금을 계수 하면서 보니, 손님이 드린 추수감사헌금 봉투엔 '페이스북 친구'라고 쓰여 있는 것이다. 페친과 함께 드린 진정 잊을수 없는 첫 추수감사 예배였다.
감사로 제사를 드리는 자가 나를 영화롭게 하나니 그의 행위를 옳게 하는 자에게 내가 하나님의 구원을 보이리라(시50:23)
글/ 사진: 나은혜 목사(지구촌 은혜 나눔의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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