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도 예외 없이 영어 공부에 매진해 보겠다는 것이 올해의 결심이다.
이렇게 결심한 지가 몇 번째인가? 아니, 몇 십 년째인가? 수도 없이 영어를 해 보겠다는 것이 이제는 해마다 찾아오면 단골메뉴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인지 지난해도 역시 작심삼일이 되어 버렸다.
이제 영어는 나에게 한이 되어 버렸다. 도대체 이렇게 의지력이 약해가지고 무슨 일을 할까? 한마디로 내가 영어를 못하는 이유는 ‘의지력이 약해서’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의지력 때문이라고 탓할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나는 다른 것들은 굉장히 의지가 강한 편이기 때문이다. 운동을 해도 난 끈질기게 한다, 글을 써도 한번 손에 잡히면 꼬박 밤을 새어서라도 글을 완성해야 직성이 풀린다. 무슨 일을 하든 끝까지 한다, 그런데 영어만은 늘 작심삼일이다.
이민초기, 영어를 해야 미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그래서 들리지도 않는 미국대학에 입학하여 영어에 온 시간을 집중했었다, 그런데 목회를 하면서 도대체 영어를 써먹을 때가 없었고, 영어를 필요로 하는 이민사회가 아니었다. 영어 안 해도 되는 목회, 영어 안 해도 사회생활에 지장이 없는 커뮤니티에서 지내다 보니 영어에 집중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점점 사라지는 것이었다. 그래서일까? 영어 공부는 학교에만 하고 난 영어를 안 해도 되는 그런 커뮤니티에 온몸이 젖어만 갔다,
그럴 때쯤이면 한국에서 손님이 오셔서 가이드 역할을 하다 보면 적절한 영어가 필요할 때가 많다. 그런데 그 손님들 앞에서 늘 영어로 인해 쩔쩔매는 모습이 그들에게 비춰지면서 낯 뜨거울 때가 많다. 아니 목사님, 미국 생활 10년이라면서 영어가 안 되시나요? 이런 한 마디가 또 한 번 나에게 도전을 되어 다시 영어를 시작하게 될 때가 바로 새해이다,
그래서 또 결심을 한다. 올해는 기필코 영어를 완성해 보겠다는 비장에 결심을 한다. 뿐만 아니라 기도까지 한다, 하나님 올해는 영어에 진전이 있도록 힘을 주세요. 하지만 또 새해의 한 주일을 보내고 나면 슬며시 기도도 사라지고 영어를 해야겠다는 결심만 남아 있지 행동은 하나도 추진하지 않는 작심삼일이 되어 버렸다.
왜 안 되는 것일까? 안 되는 이유까지 난 잘 안다. 사실 한인목회를 하면서 영어가 그렇게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첫 번째 요인이라고 말하고 싶다. 즉, 영어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다. 그것이 작심삼일로 만드는 요인이 아닌가 본다.
둘째는 지금 내 목회 현장을 서툰 영어를 해서 영어권 예배로 바꾸고 싶지도 않고, 바꿀 수도 없는 것이 내 속에 심리적으로 작용하고 있지 않나 본다. 한 마디로 지금 당장 영어가 절박하다는 위기감이 없다는 것이다. 그냥 지금 이 현실이 좋은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영어를 하지 말아야겠다고 할 수는 없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해야 한다는 심리적 갈등은 지워지지 않고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 못하겠다.
셋째는 영어를 해야 한다는 목표는 있는데 그 목표가 너무 묘연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뭐부터 어디까지, 예를 들어 ‘1월에는 어디까지, 2월에는 어디까지’라는 구체적 계획도 없이 막연하게 목표를 가지고만 있기 때문이다. 이는 거꾸로 보면 목표는 있지만 그 목표가 이루어진다는 확실한 신념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 본다. 한 마디로 ‘올해도 실패할 텐데’라는 목표가 이미 내 마음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나는 이 사실을 잘 안다. 한 걸음씩, 한 걸음씩 매일 목표를 향해 가야 하는데 100층 꼭대기에 올라가야 한다는 목표만 있지 한 걸음 한 걸음 밟고 올라가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작심삼일이 영어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목회자들에게는 거룩하게 살아야 한다, 분노하지 말아야 한다. 설교를 온화하게 해야 한다. 사모에게 잘 해야 한다. 라는 여러 목표가 있을 수 있다. 그런 목표가 새해에는 결심되어져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아니, 새해가 아니더라도 날마다 세워야 할 목표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렇게 해야 한다는 목표는 아는데 도무지 노력도 없고 실천도 하지 않는다. 그저 ‘올해도 부흥되게 하소서’, ‘강권하여 내 집을 채우라’ 하는 식으로 교회의 외적인 목표만 있지, 하나님 앞에서의 내 삶에 목표를 향한 노력이 없다는 것이 새해를 맞이한 목회자의 고백이 아닐는지….
영어를 못하는 사람일수록 영어 공부에 대한 열망이 더 커져 있기에, 자꾸 영어책을 사서 책꽂이에 꽂아놓고 작심삼일로 끝난 자신을 한탄한다. 마찬가지로 목회자다운 삶을 살아야겠다는 각오가 클수록 더 위선적이고 더 거룩한 체 살면서 스스로 한탄할 때가 얼마나 많을까?
작심삼일로 끝날 새해에는 아주 작은 것부터 실천해보자. 하나씩 하나씩 실천하는 것이 해답이다. 이번 주는 딱 영어 한 문장만 외우자. 한 문장이 완전히 내 것이 될 때까지 외우고 또 외우자. 올해 1월에는 성경 딱 한 구절만 외우자, 완전히 입에서 술술 나올 수 있도록 외우자.
올해는 딱 하나만 하자, 거울을 볼 때마다 웃는 연습을 하자. 웃는 얼굴 이것 하나부터 시작하자. 올해는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그 때부터 주님의 도우심이 느껴지리라 확신한다.
내 힘과 결심 약하여 늘 깨어지기 쉬우니 주 이름으로 구원해 날 받으옵소서 내 모습 이대로 주 받으옵소서 날 위해 돌아가신 주 날 받으옵소서(찬송가 통합 349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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