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건달(白手乾達)이라는 말은 아무 것도 없이 건들거리고 돌아다니는 사람을 가리킨다. 27년의 목회 사역을 접고 총회법으로 5년 먼저 조기 은퇴를 하고, 사역지를 떠나 경기도 남양주로 올라온 지가3개월이 흘렀다. 그야말로 백수(白手)의 신세가 되었다. 주위에서 많은 지인들이 ‘왜 조기은퇴를 하느냐, 정년까지 사역을 해야 한다, 정년 하루 전 날까지 사역을 하고 은퇴를 해야 한다’고들 조언을 했지만 개인 사정상 은퇴를 하고 사역지를 떠나게 되었다. 어떤 분들은 정년의 나이가 지났어도 몇 년씩 사역을 계속하고, 어떤 분들은 교단을 옮기면서까지 은퇴하지 않고 사역을 계속하는 목회자도 있음을 본다. 물론, 흔한 경우는 아니다. 그만큼 사역을 접고 쉬는 일이 쉽지 않다는 반증이다. 지금은 장수 시대라 60, 70대는 청년으로 인정하는 시대이다. 60대, 70대는 양로당이나 노인정에 가면 심부름을 해야하는 위치이다. 그 정도로 장수시대이기 때문에 할수만 있으면 은퇴를 하지 않고 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노후를 대비하는 현실이다.
사정 상 일찍 은퇴를 하고 백수의 신세가 되어보니 그리 나쁜 면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나름대로 유익한 점이많음을 느끼고 있다. 그 동안 사역을 감당한다고 마음에 여유가 없이 어쩌면 사역 감당을 위해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는데 이제는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고 할 수 있다.
사역 중에는 목사이면서도 자신을 위해 성경을 읽고 묵상하지를 못하고, 그저 설교 준비를 위해서만 성경을 읽고 묵상했는데, 이제는 마음 놓고 성경을 읽고, 성경 타자 통독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음이 백수의 유익 중에 가장 큰 유익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동안 성경 타자 통독 3독을 마치고 4독 째 진행을 하고 있다. 통독을 하면서 또 다른 은혜를 깨닫게 된다. 그러므로 백수가 나쁜 것만은 아닌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사역 중에는 건강을위해 개인 운동을 재대로 하지 못했었는데 이제는 걷기 운동을 통해서 체력을 관리하고 있다. 이것 역시 백수가누릴 수 있는 유익한 점이다. 그리고 그 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교제하지 못한 친구들도 오래 간만에 여유를 갖고 만나서 교제할 수 있는 것도 역시 유익한 점이다.
이제는 사역 중에 세워진 우간다 교회를 위해 기도하고, 그 곳에 유치원을 설립하고 사역을 협력하는 일을 감당하고 있다. 물론 백수가 되니 경제적으로 당장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공중의 새도, 들의 백합화도먹이시고 입히시는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넉넉히 채워주시리라 믿는다.
감사하게도 대한 민국은 노인들이 살기 좋은 나라이다. 대부분의 65세 이상이 기초연금을 수령하고, 전철 요금이 무료이고, 공원 입장료도 무료이고, 병원 진료비도 혜택을 주고, 노후에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는 시설들도많다. 그야말로 ‘노인 천국’과 같은 현실이다. 따라서 백수라고 해서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닌 것이다. 노후에 여유 있는 시간이 주어짐을 감사하며 백수에게 주어진 유익을 누리며 이제 주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이무엇인지 그 일을 찾아서 그 일에 관심을 가지고 이전보다 더 보람 있는 후반기의 인생을 살아가기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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