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 June 22, 2024   
나그네: 경계를 넘어 떠나는 인생(벧전1:1절)

02/01/20       박동식 목사

나그네: 경계를 넘어 떠나는 인생(벧전1:1절)


 초대교회 성도들은 박해를 피해 다녀야 했기에 그곳이 그들의 영원한 안식처가   없었다그들은 자신들의위치가 발견되면  다른 곳으로 피했다그러니 한곳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떠나는 ‘나그네’ 인생을 살았던것을 보게 된다여기서 “흩어진 나그네”(1) 번역된 단어를 NIV 보니 strangers in the world, scattered(세계에 흩어진 낯선 자들),  이방인디아스포라(diaspora)나그네는 자기 고향에 머물지 않고 아무런 연고가 없는 이곳저곳에 흩어져 살아가는 이들이다 나그네가 살아가는 인생이 어떨까자기 고향이아닌 다른 지역에 가면 우선 낯설다한곳에 오래 정착해 있지 못한 인생은 가는 곳이  낯설고 외롭고 두렵기도 하다

 

필자의 고향은 안동이다초등학교 5학년 전까지는 아마도 동네교회학교  반경을 스스로 벗어나  적이거의 없었던  같다그런데 언젠가 자전거를 타면서부터 그리고 시내버스가 6학년  동네에 들어오면서부터그때까지 감히 넘어서지 못했던  경계선을 넘어서 시내까지  보게 되었다마치 아기가 태어나서는 누워만지내다가 처음으로 기어 다니며 경계선을 넘어가는 것처럼처음 시내를   것은 나의 일상생활 경계선을 넘어선 모험이었다시내에  보니  오락실도 있었고 상점도 많아서 신기하기도 했지만 굉장히 낯설었고 약간은 두렵기도 했다 이후 대구서울밴쿠버애틀랜타이곳 LA까지 경계를 넘으며 나그네 인생을 살고 있다

 

그런데 떠나는 인생이지만 ‘뭣이 중한지도 모르면서’ 살면  된다알아야 한다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이그렇게 떠나는 삶을 살았다“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  땅으로 가라.(12:1)했을 그는 하나님을 의지하고 알지 못하는 땅을 향해 떠났다 누구보다도 예수님이 그렇게사셨다하늘 보좌 버리시고  땅에 오셨다떠나는 삶이셨다오셔서도 “여우도 굴이 있고 공중의 새도 집이있으되 인자는 머리  곳이 없도다.(9:58)하셨다나그네 인생이셨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 인생  자체가 나그네 인생이기도 하다인생은 ‘왔다가 가는’ 것이다하나님이 부르시면 떠나야 한다머물  없다요즘 ‘100 인생이다 뭐다 해서  때까지는   없으니 어느유행가 가사처럼 “못 간다고 전해라”라고   없다부르시면 떠나야 한다그래서 아우구스티누스가 그의,『고백록』에서  고백은 지금도 적실하다“당신은 우리 인간의 마음을 움직여 당신을 찬양하고 즐기게하십니다당신은 우리를 당신을 향해서(ad te) 살도록 창조하셨으므로 우리 마음이 당신 안에서(in te) 안식할때까지는 편안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품에서 안식할 때까지 우리 인생은 언제나 떠나는 나그네 인생이기에  안식이 없다오직 주님의품에 안길 그때  안식이 있을 것이다.  나그네는 떠나야 하기에 ‘이건  것’이라고 그렇게 고집하지 않는다떠나야 하기에 지니고 다녀야  것에 한계가 있다그러니  땅의 것에 대해 그렇게 집착하지 않는다언젠가 맥도날드에서 있었던 일이다홈리스 할아버지   들어오셔서 구석진 자리에 앉으신다 낡은 듯하게보이는 손바닥만   하나 꺼내 읽으시는데  성경책 같았다순간 울컥해진다 장면이 거룩해 보였다순간 ‘아내가 그림 그릴  아는 사람이었다면  장면을 기억해서 그렸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밀려들었다그가 누리고 있는 지극히 고요하고 평온한 경건의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사진도 찍지 못했다그리 길지 않은 절대자와의 만남의 시간을 가진  그가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비닐 봉지 하나가 식탁 밑에서 따라 올라온다마치 아빠가 어린 자식 손을 붙잡고 일으키는 것처럼 말이다 비닐 봉지가 그가 가진 전부인지도 모르겠다

 

 김주대 시인이  날이 목숨 같다했는데   그의 ‘목숨’이 ‘봄날’ 같았다성과 속을 구분하기가 이리도 어려운데 그의 존재가 한없이 성스러워 보였으니 말이다그가 떠난 자리에 그가 남긴 잔상이 선명하다책을 덮고 그를 묵상한다책에서 만난 좋은 깨달음에 줄을 긋듯그로부터 배운 것을 마음에 새긴다그런데 배우면 뭐하나‘난 그에게 따뜻한 커피   대접 못했다. 그에게서 배운 것이 크다가진  없어도 그리 개의치 않는 인생세상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다 할지라도 하나님과 만나며 살아가는 것에  의미를 두는 인생그러한 인생이라면 우리 사회가 정한 가치관을 따라가지 않고도   있다이것이 어쩌면 나그네 인생에서 우리가 배워야   같다그리고 인생 가져갈  없으니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과 ‘내 것’ 조금 나눠주면서살아가는 인생이 하나님이 바라시는 나그네 인생이지 싶다.

 

 

1)아우구스티누스선한용(옮김), 『고백록』(대한기독교서회, 2003),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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