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나는 심한 슬럼프에 빠진 적이 있었다. 목회에 대한 큰 기대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잘 나가던 직장을 그만두고 목사가 되었고, 목회의 큰 비전을 안고 미국까지 건너왔다. 하지만 나의 목회에 대한 큰 꿈은 시작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고 수 년 동안 제대로 된 목회 한번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나는 늘 실패한 목사로 그렇게슬럼프에 빠진 목사였다.
또한 나는 축구를 매우 좋아하는 축구광이었다. 10여 년 동안을 축구를 하면서 체력을 단련시켜왔고, 축구로인해 늘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을 경험하곤 하였다. 그런데 몇 년 전, 축구를 하다 눈을 심하게 다쳤다. 두 눈을수술하는 큰 어려움을 겪은 난 이후 축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그로 인해 난 심한 좌절감에 빠졌었다. 축구를 못하면서 오늘 좌절감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운동을 안 하면서 극도로 몸이 쇠약해지는 느낌을 받으면서 하고 싶은 것을 못 한다는 또 다른 슬럼프에 빠져버린 것이었다.
이와 비슷한 또 하나의 경험이 있다. 청소년 시절 교회에서 만난 여학생을 무척이나 좋아했는데 그만 자그마한실수로 그녀와 헤어지면서 오랫동안 깊은 슬럼프에 빠져 우울한 나날을 보낸 적도 있었다. 이런 나의 경험에서나는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바로 목회는 성공해야 한다는 목표치, 축구를 꼭 해야한다는 기준치, 그 여학생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감…. 이 모두가 내가 그렇게 해야만 성공한 사람이라는잘못된 목표였다는 사실이다. 그 잘못된 목표를 마치 내가 이것을 해야만 행복할 거라는 착각이 바로 나를 슬럼프에 빠지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먹고 싶은 것을 반드시 먹어야 행복하다고느낀다. 가고 싶은 것을 반드시 가야 행복을 느낀다. 하고 싶은 것 또한 해야 행복하다고 여긴다. 반대로 자기가먹고 싶은 것을 못 먹을 때, 하고 싶은 것을 못 할 때, 가고 싶은 곳을 못 가면 자신이 불행하다고 여긴다.
그뿐만이 아니다. 자기 기준치가 잘못된 기준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자기의 기준에 맞지 않는 사람에게 냉혹하게 심판의 칼을 들이대는 사람이 있다. 자신이 하나님의 말씀을 가진 자이기에, 자신은 의로운 사람이기에 못마땅한 사람을 사정없이 내려쳐야 만족감을 느낀다. 그래야 행복한 목회자란다. 반대로 그렇게 잘 못된 인간에게 잘 못되었다고 지적하지 못하면 스스로 자신을 향해 분노하고 자신을 불행한 목사라고 여긴다.
과연 내가 하고 싶은 것, 말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것을 해야만 하는가?
적어도 목사가 된 사람은 하고 싶은 것도 절제하면서 살아야 하고, 가고 싶은 곳도 절제하면서 가지 말아야 하고, 말하고 싶은 것도 절제하면서 말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하지 못한 부분에, 말하지 못한 부분에, 가지 못한부분에 우리 성령님께서 채워주신다는 사실을 나는 배웠다.
이런 절제의 훈련은 신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다. 철저하게 인생 삶 속에서 끊임없는 실패라는 훈련을 통해 알게 되는 싸움이고 그 싸움에서 승리했다는 만족감은 절제할 수 있도록 도우시는 성령님이 내 옆에 계시다는 것을 느낄 때 오는 행복감-. 그것이 목사에게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나는 아직도 많은 목사들이 절제의 열매가 없이 목회하는 목사들을 본다. 화가 난다고 서슴없이 소리치는 목사, 꼭 자신이 교계 회장이 되어야 한다고 여기는 목사, 인터넷에 좋지 않은 것들을 하루라도 안 보면 몸살이 나는 목사, 교계 행사에 가서 사진이라도 찍고 와야 하나님의 일을 한 것 같다는 목사, 하루라도 한국 뉴스를 안 보고 안 들으면 답답해하는 목사, 축구를 안 하면 몸이 근질근질하다는 목사, 집이나 교회 사무실에 조용히 앉아하나님과 교제하지 못하고 하루가 멀다 하고 외식을 해야 사는 느낌을 받는다는 목사.
지금도 자신이 하고픈 일을 해야 만족을 느낀다면 서서히 그 일에 자신 중독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할 것이고, 지금이라도 자신이 하는 일에 절제를 가하지 않으면 “화 있을진저
외식하는 자들이여”조만간 주님의 소리를 들게 될 것으로 여겨진다.
이기기를 다투는 자마다 모든 일에 절제하나니 저희는 썩을 면류관을 얻고자 하되 우리는 썩지 아니할것을 얻고자 하노라(고전 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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