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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매인 또 다른 자유자

02/13/20       한준희 목사

현실에 매인 또 다른 자유자


현실에 매인 또 다른 자유자  

 

 무작정 경춘행 열차를 탔다어디를 가는지왜 가는지나도 모른다그냥 열차에 몸을 싣고 어딘가 가고 싶어 이 열차를 탔다아무 목적도 없이 그냥 발 닫는 곳에서 내렸다아마도 열차 창밖으로 비쳐진 전통시장이란 간판이 눈에 들어와서 내린 것 같다어린 시절 엄마 손을 잡고 따라 다녔던 옛추억이 듬성듬성 내 머리를 스친다떡 집 앞에 서서 모락모락 김이 오르는 떡을 바라보면서,  그 떡 사달라고 엄마에게 징징 거렸던  60여년 전 생각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그때 엄마가 뭘 샀는지 기억에는 없지만 난 그냥 시장에 오는 것이 좋았다그래서일까 목적없이 열차를 탔지만 내발이 무의식 속에서 나를 전통시장으로 이끌었나 보다.

 

 그 후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대학교군생활직장생활야간 신학교교회 생활결혼 생활에 매여 단 며칠을 이렇게 무작정 어딘가 가 본적이 없었다아니 가 볼 수가 없었다어떤 목적을 향해 달렸다고나 할까무거운 짐과 쫒기는 삶 속에서 오직 한 방향으로만 달려 왔을 뿐이다더욱이 자식들과 함께 살면서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무감그 책임감이 단 하루를 마음 놓고 어딘가 가 볼 수도 없었고또 목회라는 중압감이 매주일 벗어날 수 없는 족쇄에 매여 수 십년을 달려갈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아마 그렇게 사는 것이 가장으로서의 책무이고 또 목회자로서의 의무였기 때문이었으리라 생각된다이제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수 십년 학습되다 보니이제는 그 가정이란 테두리그 목회라는 테두리 안에서 만족해야 했고 그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지지고 볶고 아웅다웅 행복을 만들어 갈 수 밖에 없는 갇혀진 삶이었나 보다그러나 그렇게 살면서도 늘 마음 한구석에는 단 며칠만이라도 혼자만의 자유로운 시간을 가지고 어디론가 훌훌 날아가고픈 마음이 내재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가 없었다그런 잠재의식이 무작정 열차를 타게 했고 무작정 발 닫는 곳으로 나를 끌고 갔나보다.  

 

 그런데 나만이 이렇게 삶속에 매여 사는 것이 아닌 것을 알았다이민 온 많은 사람들이 그 좁은 한국 땅보다는 드넓은 미지의 세계인 미국을 향해 태평양을 건너왔고 꿈과 미래를 향해 마음껏 날개를 펼쳐보려고 달려왔건만 수십년이 지난 지금 어쩌면 모두가 몇 평짜리 가게에서방 두세 개짜리 주택에 갇혀서 가정을 등에 지고직장과 사업을 등에 지고벗어 날 수 없는 족쇄에 매여 단 하루를 날아가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모두가 무거운 짐을 훌훌 벗어버리고 혼자만의 여유를 가지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이렇게 갇혀 있는 인생에서 모두가 자유자가 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전통시장을 거닐면서 60여년 전 어린 추억에 잠겨 기웃거리다 눈에 들어온 옛날 국밥집-. 서슴없이 내 발걸음은 그 국밥집으로 끌려갔다바로 이 맛이었지그 옛날 시장 길거리 나무의자에 앉아먹던 그 국밥…그런데 문득 사랑하는 아내에게 이 맛을 함께 누리고 싶은 생각이 떠오름이 웬일일까?그 옛날엄마와 함께 먹던 국밥은 사랑하는 엄마가 옆에 있었기에 더 맛있었지 않았나 싶다아니면 혼자 먹는 국밥이 왠지 쓸쓸하다는 느낌뭔가 모를 외로움이 엄습한다.

 

 단 하루혼자 자유자가 되어 훨훨 날아가 보았지만 나의 생각은 다시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뉴욕으로주님께서 나에게 맡겨진 목양지로 되돌아오게 되는학습된 내 모습을 발견한다어쩌면 이것이 육체를 가진 인간의 한계인가 보다아무리 혼자 날아가 보았자 더 이상 날 수 없는 현실이라는 한계가 있다는 것-. 그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음을 고백한다.

 

그렇다현실이라는 것이 있기에 벗어나고픈 욕망도 있는 것이고주어진 삶이 있기에 주어지지지 않은 다른 것을 향해 가고픈 자유도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만일 이런 주어진 내 삶을 무시한다면 무작정 탄 열차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오히려 더 외롭고 비참하게돌아 올 데가 없는 종착역에 다다를 수밖에 뭐가 더 있겠는가

 

자유자는 마음대로 날아가는 것이 자유자가 아니라 자유를 주신 주님 안에서 날개를 펴고 나르는 것이 진정한 자유자가 된다는 것을 실감나게 하는 지난 한국 방문이었나 보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로 자유케 하려고 자유를 주셨으니 그러므로 굳세게 서서 다시는 종의 멍에를 메지 말라(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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