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예배가 끝난 후에 성도들은 모 커피숍으로 갔다. 특별히 중대한 이야기가 있어 그 장소를 가는 것이 아니라 모여 수다를 떨면서 한 주일 동안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모임이 벌써 일년이 넘은 것 같다. 아마도 그런 모임이 교회에 와서 예배 드리는 것과 맞먹는 중대한 그들만의 모임으로 자리 잡은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물론, 나도 몇 번 함께 참석해 본일이 있다. 하지만 이야기의 대부분이 쓸데없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라 목사인 내가 앉아 있기에 좀 불편하다는 느낌을 가끔씩 받곤 했다. 하지만 성도들과의 친밀함을 느끼기 위해 그들의 대화에 동조하고 나도 느껴지는 이야기를 하면서 웃기도 하고 심각해지기도 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내가 동석하면 성도들이 불편해하고 뭔가 숨기는 이야기도 있고, 내 앞에서는 못할 이야기도 있는지 많이 불편해한다는 게 느껴졌다. 그 후로 나는 그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사실 내 입장에서는 할 이야기가 많다. 오늘 설교에 대한 이야기, 성경에 이해가 안 되는 이야기, 인생의 문제점 등 여러 가지로 그들에게 유익한 이야기를 해 줄 찬스가 그런 자리였기에 처음에는 열심히 참석해서 내 나름대로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 주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들에게는 이런 나의 이야기가 또 다른 설교로 들린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내가 참석하면 한두 사람씩 참석을 안 하고 얼마 전부터는 아예 모이지 않고 그냥 집으로 가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내가 눈치를 채고 그 자리에 참석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내가 참석하면 모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난 후부터 나는 참석을 안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 이유를 정확하게 몰랐다. 다만 그들이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는데 내가 끼면 걸림돌이 되나 보다고 여겼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나를 ‘왕따’시킨 이유는 내가 그들을 가르치려고만 했지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해주고 함께해 주는 그런 자리가 아니었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한마디로 그들에게는 내가 불편한 존재가 되었던 것이다.
목사의 치명적인 약점이 바로 이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런 평신도들의 자리에 가면 그들의 대화를 들을 줄 알아야 하는데 나는 그런 자리에서도 가르치려고만 하는 목사였다는 것이다.
성도들도 나름, 이 이민사회에서 다들 한 가닥씩 하는 고수(?)들이다. 얼마나 아는 것이 많은지 괜히 말 꺼냈다가는 본전도 못 찾는 그런 이야기에 고수들인데 그런 자리에서 목사가 끼어들어 그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고 했으니 얼마나 가소롭게 보였을까? 도대체 목사가 뭐가 그렇게 아는 게 많다고 잘난 체를 하나 말이다. 목사란 알아도 모르는 체, 가지고 있어도 없는 체, 들어도 못 들은 체 그렇게 좀 바보처럼 살 수는 없을까? 내가 ‘왕따’를 당한 이유는 잘 모르면서도 아는 체, 없으면서도 가진 체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목사들끼리도 그렇다. 도무지 남의 말을 들을 줄 모른다, 자기가 아는 것이 전부인양 자기 주장만 설파하는 목사가 많다. 선교 이야기가 나오면 마치 자기가 선교 대가인 양 아는 체 하는 목사, 정치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면 여지없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목사, 이민 문제가 나오면 변호사 이상 가는 실력을 발휘하는 목사, 다 한심한 목사다. 그 수준이 겨우 뉴스나 듣고 아는 실력, 인터넷에서 보고 들은 얄팍한 지식을 가지고 마치 자기만 알고 있다고 여기면서 남을 가르치려고 하는 목사가 수두룩하다.
왜 이렇게 잘난 체 하는 목사가 많을까? 그 이유는 바로 낮은 자존감 때문이다. 어린 시절 부모나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지 못했거나 거절당한 경험이 내재되어 있는 사람일수록 자기 존재를 자기 스스로 증명해 보려는 노력을 하게 되고 그것이 자기 자랑, 잘난 체, 남의 말을 듣지 못하고 가르치려고만 하는 것으로 자기를 나타내려는 미성숙한 자존감 때문이다.
목사는 ‘다 버린 자’ 아닌가, 과거에 배운 전문 지식, 사회 경험, 가진 물질, 가졌던 명예, 크게 했던 사업 다 버리고 사는 인생 아닌가? 목사는 주님이 주신 것 외에 그 어떤 것으로도 포장하지 말아야 한다.
누가 말해도 들을 줄 아는 목사, 자기 주장이 없는 목사, 남을 판단하지 않는 목사, ‘바보’라고 손가락질하면 웃고 마는 목사 그런 목사가 왕따를 당해야 정상인지, 잘난 체하고 가르치기를 좋아하는 목사가 왕따를 당해야 하는 건지, 나도 헛갈리는 ‘왕따 목사’로 오늘도 쓴웃음으로 짓고 산다.
지도자라 칭함을 받지 말라 너희 지도자는 하나이니 곧 그리스도니라 -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누구든지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마23: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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