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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LA에 다녀왔다. 한 달 후면 군인으로 해외에 파병을 가기로 되어 있어서 인지 친구들과 휴가를 보낸다고 다녀 온 것이었다. 그런데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아빠, 나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 같아!”순간 가슴이 철렁거렸다. 너무 많이 돌아다녔고 너무 많이 사람들과 어울려서 혹시 감염되지 않았나 하는 우려에서 하는 소리였다. 증상을 물었다. 아무 증상도 없단다. 일단 며칠 두고 보자고 했다.
그 날 밤, 나는 한잠도 못 잤다. 만일 코로나 바이러스 증상이 나타난다면 우리 식구들 모두 감염되었을 것이고 더더욱 함께 계신 연로하신 장모님도 감염될 것이 분명하고, 그렇게 되면 우리 가정은 그야말로 풍비박산이니 절망이 올 것이라는 두려움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더더욱 지금까지 목회자로서 감당해 온 교회는 순식간에 문제가 발생될 소지가 매우 크다는 생각이 엄습하면서 잠아 안 오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일본으로 선교사 파송을 받은 딸과 연락을 취할 때마다 일본에 상황도 좋지 않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어 좀 불안한 상태였는데 아들마저 집안에 격리되어 지내고 있는 모습을 볼 때 불안은 자꾸 쌓여만 갔다.
이런 두려움이 교회 안까지 들어왔다. 연로하신 권사님들이 당분간 교회 나가는 것을 자제하겠다고 선언하고 지난 주부터 교회를 출석하지 않았는데 교회 오는 것을 불안해하는 성도가 늘기 시작했다. 식사도 안 하고 간다. 악수도 안 한다. 그러면서 “목사님, 우리교회도 인터넷으로 예배 드리면 안 되나요?”하고 묻는다. 인터넷 예배야 드리면 되지만 과연 얼마나 사모하면서 스마트폰 앞에서 예배를 드릴까? 더욱이 헌금은 제대로 할까 싶은 불안감이 쉽게 인터넷 예배로 전환하기에 꺼려지는 부분이다.
어쨌든 이래저래 불안감이 깊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마스크를 쓰게 되고 손 세정제를 사용하고 웬만하면 밖에 나가는 것을 자제하게 되는 현실이다. 아내는 어제도 마트에 가서 쌀과 휴지 식료품을 잔뜩 사가지고 들어왔다. 이 모두가 불안 증세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그런데 주일 말씀을 전하는 부분에서 “내 영혼아 네가 어찌하여 낙망하며 어찌하여 내속에서 불안해 하는고”가 있었다. 이 부분에서, 믿음이 없는 사람에게는 불안이 오게 마련이고 낙심하게 되는 것이 다 믿음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교하였다. 그 설교가 바로 내가 나에게 한 설교였다.
과연 불안한 것은 믿음이 없는 소치일까?
우리가 얼마나 큰 믿음을 가지고 있어야 불안이 사라질까? 끊임없이 엄습하는 불안과 끊임없이 믿음을 가지고 싸워야 하는 결과는 무엇일까?
오래 전 심한 복통으로 병원에 간 일이 있었다.
처음에는 진통제를 먹으면 나아지겠지 생각하여 진통제를 먹었다. 하지만 통증이 가라앉지 않았다. 진통제를 먹은 지 한 시간도 안 되어 또 먹었다. 그래도 통증이 안 멎었다. 혹시 저녁 먹은 게 체했나 싶어 소화제도 먹었다. 하지만 통증은 계속되었다.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구급차를 부를 수밖에 없어 아들이 911에 전화를 했고 난 그 날밤 내가 죽음의 사선을 오갔던 일이 있었다. 그때 통증과 함께 찾아온 두려움과 불안이 내 몸 전제를 감쌌다. ‘아, 이렇게 죽는구나’ 하는 불안과 두려움이다.
이런 상황에서 ‘믿음이 없어 불안했고 두려워했다’라는 말이 성립될까?
우리가 육체를 가지고 있는 한 불안은 우리 몸에 위기 상황을 알리는 시스템이다. 불안하다는 것은 내 몸을 방어하라는 신호이고 불안을 통해 우리는 주님 앞으로 나아가라는 신호이다. 믿음이 없어 불안한 것이 아니라 불안하기 때문에 믿음으로 가는 것이다. 불안은 믿음을 가지게 하는 통로라는 것을 나는 체험에서 배웠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감염되면 모든 것이 끝난다’라는 불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우리 몸의 시스템이다. 물론 불안이 지나치면 오히려 불안이 몸에 이상을 일으켜 또 다른 육체적 질병을 만들기도 하지만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불안은 누구나 있을 수밖에 없는 우리 몸에 면역 시스템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불안하다는 것은 나라는 존재가 스스로 감당할 능력이 안 된다는 신호이다.
아들의 감염 여부가 불안하다는 쪽으로만 생각하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 또한 나 역시 감염자가 될 것이고 우리 가족 모두 감염자가 될 것이다. 그것을 나는 스스로 감당할 능력이 없다. 그래서 불안의 생각을 하나님을 믿는 믿음으로 기도한다. 하나님 쪽으로 코로나 바이러스를 생각하니 하나도 두렵지 않다. 왜냐하면 코로나 바이러스를 총괄 주관하고 계시는 분은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불안하고 두려운 것에 사로잡혀 있으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확진자가 되기 전 벌써 불안으로 인해 스스로 다른 질병을 만들어 낼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질병으로 자신의 믿음마저 무너진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강하고 담대하게 코로나 바이러스를 물리치는 용사가 되길 소망해 본다.
천인이 네 곁에서, 만인이 네 우편애서 엎드러지나 이 재앙이 네게 가까이 못하리로다(시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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