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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닭구이
백동흠
꼬치같이 꽂혀서
빙빙 돌린다.
기름이 뚝뚝 떨어지면서
붉고 노르스름하게
익어 간다.
가게 앞에서
타들어 오는 냄새에
입맛만 다시며
뒤돌아가던 배고픈 시절
영하의 추운 날씨
아버지는
가슴에 품고 있던
무엇인가를 꺼내신다.
은박지가 안으로 박힌
하얀 봉다리 안에
붉게 잘 구워진
따끈한 통닭 한 마리
찬바람에 식을 까봐
가슴에 감싸 안은 것은
통닭이 아니라
사랑이것을
올망졸망 육남매
우리들은 좋아 하며
신나한다.
우리들 먹는 것이
마냥 좋은지
웃기만 하는 엄마는
이게 행복인 것을
겨눈 감추듯
뼈가지 발라 먹고
손가락을 빨던
그때 그 시절
통닭 한 마리는
사랑이었고 행복이었지
그때 그 시절이
그리워지는 것은
풍요롭기에
지금은 빈곤의 시대가
됐기 때문일까?
- 시작(詩作)노트 -
어제는 추수 감사절이었습니다.
너무 풍요로웠습니다.
저의 아내는 말하기를
정말 이래도 되는 것인가? 라고 물을 정도로 풍성이 넘쳤습니다.
우린 그 때 그 시절을 알기에 감사가 절로 되었습니다만
우리의 어린 자녀들은 아닐 수 도 있습니다.
네가 말하기를 나는 부자라 부요하여 부족한 것이 없다 하나
네 곤고한 것과 가련한 것과 가난한 것과
눈 먼 것과 벌거벗은 것을 알지 못하도다(계3:17)
어쩜 부요하기에 빈곤해 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풍요로움이 영성은 말라버리게 할 수 있음도 깨닫게 됩니다.
오늘 아침 중앙일보 일면에
아련한 전기 구이 통닭의 추억이란 기사가 실렸습니다.
그 기사의 내용이 어린 시절을 이야기를 되살려 주었습니다.
전기 구이 통닭 한 마리 안에서 말입니다.
가난했지만 풍요로웠고
힘들고 어려웠지만 사랑이 있었고
행복했었던 그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백동흠 목사(그라나다힐 한인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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