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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들, 사모님들의 치매

04/15/20       한준희 목사

목사님들, 사모님들의 치매


개척 초기에 있었던 일이다. 예배의 끝 순서인 축도를 마치고 마지막 파송 찬양으로 예배가 종료되는 것이 당시 우리교회 예배 순서였다나는 예배순서에 따라 마지막 파송 찬양으로 폐회를 선언하고 강대상에서 내려오려는 순간 바로 앞자리에 앉아 있던 권사님이 “목사님축도 안 하셨어요!”순간 나는 강대상에서 내려오던 발걸음을 멈칫하고 다시 강대상으로 올라갔다순간적으로 내가 축도를 안했나?? 완전히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헷갈리는 것이었다순간 뒤에 있던 집사님이 “축도 했습니다권사님,”이 말에 나도 “네 했습니다.”맞장구를 쳤다그런데 사실 내가 축도를 했는지 안했는지 정신이 멍해서 생각이 안 났지만 했다는 신념으로 담대하게 “했습니다.”라고 선언하고 강대상을 내려왔다.

 

물론 축도를 했다그런데 권사님이 잠깐 착각을 한 것이었다하지만 그런 권사님의 말에 나 역시 헷갈리는 정도가 아니라했는지 안했는지 머리가 하얗게 된 상태에서 나도 헛갈렸다는데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  물론 순간적인 착각일 수 있다하지만 그 권사님은 그 후치매 판정을 받고 20년 가까이 사시다 세상을 떠났다아마 그 당시 축도를 안했다고 하는 그 때부터가 치매를 시작된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 집에는 연로하신 장모님이 계신다그런데 언제부턴가 약간 치매 끼가 있으신 것 같더니만 요즘은 거의 치매 환자가 되었다주일예배를 다녀와서는 오늘 교회 안 가나요묻지를 않나날씨가 흐린 날 아침이면 지금이 아침이에요 저녁이에요매일 묻는다달력을 1월 달력을 그대로 걸어 놓고는지금 4월이라고 하니까 며칠 전에 송구영신 예배드렸는데...하시질 않나밖에 나가면 여지없이 길을 잃어버린다약을 챙겨 드렸는데도 약 안 먹었다고 고집을 부린다어쩌면 잠시도 돌보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치매 환자가 되신 것이었다.

 

그런데 얼마전 나에게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가정 예배를 드린 후에 느닷없이 “예수님이 누구에요?”순간 나도 정신이 멍해졌다일평생을 하나님 믿고 살아온 권사님이 예수님이 누구냐고 묻는다는 것은 그분의 머릿속에는 이제 예수님마저 사라진 것이 아닌가 싶어 마음이 많이 편치 않았다만일 저렇게 예수님조차 모르고 세상을 떠난다면 일평생 예수님 믿고 살아온 일생이 뭐가 되는 것일까신학적 정립이 안 된다.

 

오래전 전해들은 이야기지만 한국에 큰 교회를 목회하시고 일평생 하나님 한 분만을 바라보고 살아오신 목사님이 나이 들어 세상을 떠나실 무렵 치매이신지정신이 혼미해서인지 예수가 누구냐고 묻고 또 물었다는 이야기가 이제는 나에게까지 와 닫는 이야기로 들린다는 것이 어쩌면 나도 그렇게 될 수 있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서일까, 목사로 일평생예수님과 일평생 살아온 인생인데 나이 들어 치매라는 복병이 인생 전체를 뿌리 채 흔들어 놓고 마지막을 비참하게 지내고 계신 목사님들사모님들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을 눈여겨봐야 할 때가 아닌가본다.

 

목사님들의 치매도 치매지만 홀로되신 사모님들의 치매는 정말 말 그대로 비참하다이미 자식들은 다 출가 하고 누군가 돌봄이 없으면 그야 말로 지옥같은 고통을 받고 있는 사모도 있다. 예수가 누구냐는 질문은 양반들이 하는 질문이다하나님에게 쌍욕을 하고 저주를 퍼붓고 밤새도록 쌍욕을 하면서도 자신이 뭘 했는지도 모른다이미 사회적으로 단절된 상태에서 자식들도함께 했던 형제자매들도 다 외면해 버렸고 자신마저도 잃어버린 사람아니 하나님마저 잃어버린 사람이 우리 주위에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그것도 목사님들이 사모님들이 그렇게 비참한 말년을 보내고 있는 이 현실을 어떻게 정의해야 한단 말인가,  

 

마지막 순간우리의 육체는 다 정지된다어쩌면 지금 치매를 앓고 있는 목사님들 사모님들의 육체는 이미 정지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정지되었다고 그 영혼이 정지 된 것은 아닐 것이다비록 육체가 비정상적으로 반응한다 해도 하나님께서는 그 영혼을 붙잡고 계시고본인은 뇌가 정지되어 비정상적인 반응을 한다 할지라도 일평생 주님을 위하여 헌신 했던 그 아름다운 일들을 우리 하나님께서는 기억하고 계시고 우리 행위 책에 기록해 놓으셨으리라 믿는다.

 

이 치매이제는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치매에 걸려 예수를 모른다고 할지라도 두려워 할 것이 없다우리를 지키시고 보호하시는 여호와 하나님께서 예수를 모른다는 목사님도 사모님도 오늘도 품고 계시고 위로하고 계신다는 이 한가지 사실을 놓치지 말고치매로 고생하는 분들이나 옆에서 돌보시는 분들 모두 하나님의 위로와 보살핌이 충만하길 기원해 본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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