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모 장관 표창장을 받은 일이 있다. 그 때 그분과 악수를 했고 그 악수한 손을 매우 영광스럽게 여기면서 지낸 적이 있었다. 마치 임금님 손을 잡아본 백성이 그 손을 수건으로 싸고 다녔다는 그런 이야기가 실감날 정도로 나 역시 높고 귀한 분들과 악수라도 하면 마치 내가 그들과 같은 위치에 선 것같은 착각을 가지고 영광스럽게 여기면서 지낸 적이 있었다.
얼마 전 뉴스에 교황이 지나가는 길목에 수많은 사람들이 손을 내 밀고 교황의 손을 한번 잡아보려고 아우성치는 모습을 본 일이 있다. 그런데 어느 여인이 교황의 손을 잡으려는 순간, 교황이 그 손을 뿌리쳐버린 일이 있었다고 한다. 왜 교황이 그 여인의 손을 뿌리쳤는지 나는 잘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문제가 되어 교황청에서 사과까지 했다고 한다.
교황의 손, 그 손에 무슨 영적 능력이 있어서 잡는 순간, 병이 치료되는 것 때문일까, 아니면 무슨 특별한 계시가 나타나기 때문인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그 손을 잡아보는 것을 인생에 최고의 영광으로 생각해서일까? 어쩌면 나와 같이 대통령 손을 잡아 보는 그 순간 느껴지는 스스로의 착각에서일까? 아무튼 오늘도 많은 사람들은 그 유명한 사람의 손을 잡아 보려고 아우성을 친다.
이와는 반대로 내 손이 더럽다고 여긴 적이 있었다. 몇 년 전 남미 선교여행을 다녀오면서 겪은 일이다. 하체가 마비되었는지 두 손에 신발을 걸치고 기어 다니는 여인을 만난 것이다. 나는 복음을 전할 겸 또 가지고 간 선물도 줄 겸 그 여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선물을 전해 주었다. 그런데 그 여인이 대뜸 손을 내밀고 악수를 청했다. 나는 순간, 머뭇거렸다. 그 여인의 손이 너무 더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라 그 여인의 손을 잡고 기도해 주었다. 기도하면서 그 손끝으로 전해오는 더러움이 내 몸에 전해지는 것같은 느낌이 다가와 기도가 거의 형식적으로 마무리되었다는 느낌을 가졌었다.
도대체 똑같은 손인데 어떤 손을 잡으면 내 손이 영광스런 손이라 여기고 어떤 손을 잡으면 내 손이 더러워졌다고 여겨지는 것일까? 이것이 바로 세상적인 것에 기준을 둔 나의 모순된 자아 때문이라는 생각을 해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일까? 하나님께서는 그런 가식적인 손, 그런 헛된 영광의 손을 잡지 말라고 하시는 것 같다. 잡지 말라고 권하시는 것이 아니라 아예 잡지 못하도록 하셨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온 세상을 뒤덮고 있는 지금 우리는 어떤 사람의 손도 잡을 수가 없다. 대통령의 손도 영광스런 손이 아니라 죽음의 손이 될 수 있다는 경계의 손이 되었고, 더럽다고 여기는 비천한 사람의 손도 더더욱 잡을 수가 없다. 모든 사람의 손은 너와 나를 죽음의 공포로 만들 수 있는 손이 되어 버린 것을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가 깨닫게 해 주셨다.
근본적으로 우리 손은 정말 더럽다. 대통령의 손을 잡은 그 손에도 더러움이 묻어 있고, 비천한 사람의 손을 잡아도 그 손이 더러운 것은 틀림없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 몇 번씩 손을 닦는다. 그렇게 더러운 손을 하나님께서는 꼭 잡고 계신다. 능력의 하나님께서, 영광의 하나님께서 내 손을 잡아주셨다면 그 손을 대통령이 잡은 손보다 백 배 천 배는 더 영광의 손으로 여겨야 하는데,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내 손을 영광스럽게 생각해 본적이 없으니 얼마나 미련한 존재인가?
내 손이 더러운데 하나님께서는 한번도 더럽다고 불쾌하게 여기신 적이 없다. 내 손이 더러운 것만이 아니라 내 몸 전체가 더럽다. 더러울 정도가 아니라 아예 쓸모가 없다. 한마디로 쓰레기 같은 몸이다. 이런 부패한 몸에 그분은 손을 절대 놓지 않으신다.
‘깡여사(?)’ 뒤에 하나님의 손이 있어 오늘도 사람을 웃기고 할말 안 할말 막 하고, 그렇게 하는 것이 자기 힘 인줄 알고 자기가 가장 깨끗하고 대단하다고 여겼는데 뒤에 있는 하나님의 손이 빠지니까 그냥 인형이다. 아무 쓸모 없고 쓰레기에 지나지 않는 너절한 인형인데 그 뒤에 있는 하나님의 손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니 오호라! 우리가 바로 그 ‘깡여사’였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이제는 사람의 손을 잡을 수가 없다. 권세자의 손도 잡지 못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와서 손을 내밀어도 잡을 수가 없다. 가난한 내 이웃이 손을 내밀어도 그 손도 이제는 잡을 수 있는 형편이 못 된다. 내가 안 잡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안 잡고 있다. 즉 이웃도 내 손을 잡아주지 않고 나도 이웃의 손을 잡을 수가 없다. 이제 답은 하나다. 하나님의 손을 잡으라고, 아니, 하나님께 잡혀 있는 네 손을 보라고 하신다.
지금이 바로 하나님의 손이 나를 잡고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껴야 살 수 있는 현실이다.하나님의 손이 우리를 잡고 있음을 믿는다면 우리 모두는 오늘 한없이 자랑스러운 영광의 손을 가지고 기쁨이 충만하리라 믿는다.
나 여호와가 의로 너를 불렀은즉 내가 네 손을 잡아 너를 보호하며 너를 세워 백성의 언약과 이방의 빛이 되게 하리니(사42:6) ▣
페이팔로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