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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보는 아이와 수동공격형 분노
Q. 코로나19로 집콕한지 2달이 지났습니다. 7학년인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아이가 책을 너무 좋아해서 문제입니다. 그래서 아침마다 속이 부글부글 끓어 이렇게 인터넷으로 상담을 청합니다. 그 전에도 학교 갔다 집에 오면 저하고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자기 방에 들어가 저녁 늦도록 책을 봅니다. 아침에도 일어나자 마자 책을 보기 시작하면 정말 제 속이 터집니다. 아침밥을 차려 놓고 밥을 먹으라고 하면, ‘네, 곧 갈게요.’ 하고는 또 다시 시간을 지체합니다. 식탁에 앉아 밥 먹으면서도 책을 보는데 다섯 장 정도 읽으면, 겨우 밥 한 숟가락 입에 들어갑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그랬습니다. 어쩌면 좋을까요? 그런데 신기한 것은 친구들끼리 놀 때는 그러지 않다고 해요. 리드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아주 재빠르게 움직이고, 학교생활이나 친구관계는 별 문제없는 듯합니다. 아니, 친구들 사이에는 인기가 좋은 편입니다.” - 골치맘
A. 요즘 코로나19로 주부들은 돌밥 돌밥 돌밥(돌아서면 밥, 돌아서면 밥, 돌아서면 밥이라는 코로나19시대의 신조어)으로 하루가 끝난다고 스트레스를 호소합니다. 힘내십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우리 주변에 위 사례와 같은 유형의 자녀들이 의외로 많이 있습니다. 비슷한 유형으로, 게임이나 인터넷 중독이 그렇습니다. 골치맘님의 경우, 자녀에게 책은 일종의 도구이고, 책에 빠지는 것은 하나의 현상에 불과하다고 보여집니다.
골치맘님의 자녀는 위의 상담 사례만으로 보아서는 권위적인 부모에게 직접 반항하거나, 대들 수 없어 우회적으로 수동 공격하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물론, 책 읽는 재미가 너무 좋아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만 자녀가 7학년이고, 어느 정도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나이이기 때문에 단순히 책을 좋아해서 하는 행동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엄마도 아이도 모두 화가 나 있습니다.
분노의 유형 중에 수동공격형 분노(passive aggressive anger)가 있습니다. 수동 공격형의 대표적인 분노표출 양상은 부모가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을 함부로 대하는 것, 즉, 공부를 목숨처럼 여기는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가 이유 없이 낙제를 한다 거나, 중요한 일에 늑장을 부린다 거나, 중요한 약속을 잊어버렸다고 둘러댄다 거나, 부모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규칙을 고의로 어기거나, 고장 내는 등의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처음에는 어떤 의도를 가지고 부모를 괴롭히거나 일부러 고통을 주려고 작정하고 시작한 것이 아니지만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무의식에 의해 수동 공격적으로 행동하도록 조정 당하여 행동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행동하다 보면, 그런 행동들이 편해지고 은밀한 효과(?)가 있음을 깨닫게 되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수동 공격형 매니아로 살아가게 됩니다.
수동 공격형 분노의 형성 원인은 첫째, 성공과 완벽성을 요구하는 가정에서 자란 경우 둘째, 어린 시절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느끼지 못한 경우 셋째, 화목하지 못한 부모 밑에서 자란 경우입니다.
골치맘님의 자녀가 학교생활이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아서는 다분히 수동공격형 의도를 읽을 수 있습니다.
만약, 엄마가 화가 났음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눈에서 떼지 않는 불손한 태도를 보였다면요? 어린시절 수용되지 않은 거절감에 대한 외상(트라우마) 때문에 생긴 대처방식이라면요?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 7학년 자녀의 개인상담을 해봐야 알겠지만, 지금부터라도 골치맘님의 태도를 바꾸어 보시는 것을 제안합니다. 늑장부리는 행동에 대해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7학년은 스스로의 행동에 책임을 질 줄 아는 나이입니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자녀를 믿어준다면,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더 이상 선택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수동공격형 자녀의 필요를 충족시켜 주게 되면 그들의 행동을 지지해 주는 셈이 되고, 그들의 요구를 거부하면 그들은 거절당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에 상태가 더 악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어른들로부터 칭찬 듣기를 좋아하고 사랑받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에 원하는 사랑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그 사랑이 거절로 느껴지고, 상대에게 중요한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면, 무뚝뚝하며 논쟁적이며, 거칠게 행동하게 됩니다.
자녀의 수동공격형은 아이 혼자서 만든 것이 아니라 가족 모두의 합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면, 가족치료를 통해 미숙한 방어기제를 수정하고, 성숙한 방어기제를 장착할 수 있도록 훈련하여야 합니다. 이들이 그대로 성장한다면, 사회생활, 친구관계는 완벽하게 해내지만, 집에 오면 아내의 얼굴을 외면한 채 TV에 열중한다 거나, 신문이나 책에 열중하고, 일중독으로 가정을 외면한 채 일에만 매달리는 남편이 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자녀는 부모의 존경을 먹고, 부모를 존경하는 마음을 배웁니다. 자녀가 이제 스스로 행동을 선택하고 책임질 나이가 되었다는 것을 부모가 먼저 인정하고, 자녀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현명하게 바라보고,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합니다. 아이에 대한 배려가 곧 사랑이고, 그것은 부모가 자녀에게 베푸는 존경입니다. 이는 골치맘님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부모의 숙제입니다. 희생과 고통이 따르는 일입니다. 그래서 기도가 필요합니다.
주님! 올바른 자녀 양육은, 우리에게 위탁하신 자녀를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 되게 하는 “Great Calling"임을 잊지 않도록 도우소서!
***위 상담사례는 내담자의 허락 하에 칼럼으로 재구성하였음을알립니다.
박효숙교수
뉴저지 가정사역원/ 목회상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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