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고통을 받고 있는 요즘, 고통 속에서도 코로나 바이러스를 이기는 방법으로는 매일 인근 공원을 나가 운동으로 면역력을 기르는 것 외에 다른 방도가 없는 듯싶다. 그래서 나는 매일 아내와 함께 공원을 거닐면서 몸 관리를 하고 있다.
예전에는 아내와 함께 거닐다보면 늘 내가 앞장을 서고 아내가 뒤따라오는 것이 지난 날 우리 부부의 산책의 특징이었다. 그래서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뭐해 빨리 오라구!”
그런데 요즘은 같이 보조를 맞추면서 걷기도 하고 오히려 내가 뒤로 처져서 걷는다. 그 이유는 아내는 뭘 그렇게 들여다보는 것이 많은지 늘 활짝 핀 꽃에다 핸드폰을 들이대고 사진을 찍는 습관이 있어서 이제는 내가 앞장서지 않고 미리 뒤에 서서 그 사진 찍는 모습을 보곤 한다. 그렇게 뒤에 따라가는 내가 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어느 날인가 사진을 찍고 있는 아내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데 아내가 꽃에다 대고 뭐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 모습이 그렇게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 요즘에서다.
그 옛날 강원도 화천에서 군생활을 하던 나를 찾아 온 어머니가 지금 아내의 뒷모습에서 보이는 것이 웬일일까? 45년 전 어머님이 그 먼길, 아들을 찾아 면회를 오셨었고 그리고 하룻밤을 같이 지낸 후 다음날 어머니를 떠나보낼 때 버스를 타러 가시는 어머니의 뒷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아니, 우리 엄마가 저렇게 작으셨던가?
버스 앞자리에 앉아 창가에서 환하게 웃고 계셨던 어머니가 측은하게 보이기도 했지만 그렇게 아름답게 보여진 적이 바로 그 때였다. 그 모습이 지금 아내에게서 보여진다.
어쩌면 측은하기도 하고 예뻐 보이기도 하고….
27년을 공원 옆에 살면서 해마다 봄에는 예외없이 꽃이 피고, 여름에는 울창한 숲을 이루고, 가을에는 정확하게 그 시기가 되면 낙엽이 되어 떨어지고, 겨울이면 새 하얀 눈의 나라로 만들어 주었던 공원이 이제야 꽃이 보이고 솟아 오른 새싹이 보이고 아내의 뒷모습이 보이고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누군가 봄 냄새가 나고, 여름 냄새가 나고, 가을 냄새가, 겨울 냄새가 난다고 했다. “무슨 냄새가 난다고 그래 개 코를 가졌나?”했던 나에게 봄 냄새가 이런 것이구나 이제야 그 냄새의 의미를 알았으니 지금까지 난 뭘 보고 살아 왔고 무슨 냄새를 쫒아가면서 살아왔던가!
몇 년 전, 온 식구가 친척집에 갔다가 밤 늦게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10여 년을 같이 지냈던 애완용 거북이가 어항에서 나와 마루에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딸아이가 거북이를 보더니 입에서 피가 난다고 엉엉 우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얼마나 아프니 거북아.” 딸은 수건을 가져다가 거북이 몸을 감싸고는 동물병원에 데려 가겠다고 한다. 그 때 난 무척 못마땅했다. 그까짓 거북이 한 마리 죽어 간다고 울고불고 난리를 치고 병원에 데려가겠다고 하니, 참 내가 이상한 나라에서 사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 내가 요즘 그 거북이와 대화를 하고 아내가 기르는 각종 화초와 선인장들이 그렇게 예뻐 보이니 분명 내가 변한 게 틀림없는 것 같다. 이제는 아내와 공원을 거닐다 보면 꽃들이 무슨 노래를 하는지 아랑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동네 개들이 나를 보고 좋아하는 것 같은 소리로 짖어대는 것 같아 자꾸 귀를 쫑긋거린다. 왜 그 동안에는 들리지도 않았고, 냄새도 못 맡고, 보이지도 않았던 새들의 소리가 이제야 들리고, 이제야 봄 냄새 은은하게 맡고, 이제야 꽃들이 하는 말이 들릴까?
지나온 시간들을 뒤돌아보니, 지금까지 어쩌면 앞만 보고 달려온 것 같다.
주일이 지나자마자 다음 주일을 준비를 해야 하는 중압감 때문인가? 특별히 뭐 했다고 할만한 일도 아닌데 왜 그렇게 매일 바쁜지 나도 나를 잘 모르고 살아온 것 같다.
사람 만나는 일 때문에, 운동한다고, 설교 준비한다고, 심방간다고 새벽부터 기도한다고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만 하다 보니 목회 30여 년이 휙 지나간 것 같다.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로, 그 정해진 시간이 다 깨져 버렸다. 물론, 경제적 어려움도 있고, 미래가 불투명한 나날이 계속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사람을 만날 일이 없으니 하던 일도 정지되어 버렸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앞만 보고 달렸던 나를 서게 만들었다,
서 보니 하나님의 소리가 들린다,. 동물들과 각종 꽃, 나무들이 보이고 그들의 소리가 들리니 서 있는 지금이 새로운 세계에 들어온 것 같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간 문명을 정지시킨 대신 대자연 만물이 제자리를 찾게 되었고, 더러웠던 공기가 깨끗해졌고,강물이 맑아졌다. 그리고 내 마음도 꽃들의 소리가 들려지는 그럼 마음으로 정화된 것 같아 한편으로는 감사할 따름이다, 그래서일까 코로나 바이러스로 죽음과 고통 속에 계신 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고 있음을 새삶 느끼게 하는 요즘이다.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고후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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