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쯤 나는 몸이 많이 좋지 않았었다. 앰블런스에 실려 응급실로 실려 간 일도 있었고, 갑작스런 복통으로 일주일을 거의 아무것도 못 먹고 지낸 일도 있었다. 그 이후부터 건강에 아주 예민해 지면서 혈압기, 체온기, 체중계, 당뇨측정기를 구입해 하루가 멀다 하고 체크를 하는 습관이 생겼다.
더더욱 아팠던 그 이후로 그렇게 좋아하는 축구도 할 수 없게 되자 운동을 못하는 것이 건강을 무너뜨린다는 강박감이라 할까, 생각이 늘 운동을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꽉 차 있음도 부인할 수 없는 게 요즘이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차를 타지 않고 버스를 이용한다거나 할 수만 있으면 걸어 다닌다. 뿐만 아니라 건강 프로그램이 인터넷에 올라오면 빠지지 않고 보는 습관도 생겼다. 그러면서 많은 정보를 알게 되었고 더욱더 건강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내 마음에 자리잡고 있는 것도 요즘 나의 생각에 일부분이다.
그런데 얼마 전 코로나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기침이 나고 목이 아프고 열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그날부터 내 마음에 불안이 감돌기 시작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밤잠을 설치게 만들었다. 그뿐 아니라 기침이 심해지면서 별 생각이 다 든다.
오래 전 돌아가신 아버님부터 처갓집 장인도 모두 오랜 기침으로 세상을 떠나셨기 때문에 식구 중에 누가 기침을 하면 나는 신경이 예민해진다. 그런데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에 신경을 쓰고 있는 내가 기침을 하면서 내속에 심상치 않은 불안감이 더 심해진 듯하다.
가슴이 뛰고 혈압이 상승하면서 체중이 오르락내리락 한다. 나는 서둘러 병원을 찾아갔고 무슨 큰 병이 온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도 숨길 수 없었다. 하지만 의사의 말은 전혀 다르다, 봄철 알러지 때문이란다. 큰 병이 아니니까 몸 관리 잘하시라는 충고를 듣고 돌아왔는데, 그 날 밤 일본 선교사로 나가있는 딸에게서 연락이 왔다. 열이 심하다는 것이다, 벌써 3일째 열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부부는 엉엉 울며 전화로 기도하면서 하나님께 간구했다. 제발 코로나가 아니기만을 빌었다. 그 날 밤은 내 몸에 이상이 있을까 걱정과 불안으로 잠을 못 잔 것이 아니라 딸 때문에 한잠도 못 잤다.
잠을 못 자는 나에게 아내가 한마디 한다. “지금 2시가 넘었어요 아니 뭐가 그렇게 불안하냐고요, 하나님께 맡겼으니 그만 잡시다.” 그 소리에 나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쉬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웠다. 옆에 있던 아내가 “본인이 해결도 못하면서 왜 2시가 넘도록 안 주무시냐고요.”
그 말을 가만히 생각해 보니 하나님의 소리로 들림이 어찌된 일인가, 100번 맞는 말이다. 걱정과 불안 때문에 잠을 못 자고 엎치락뒤치락했던 그 시간은 내가 해결할 수 없는 쓸데없는 생각들이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러니까 4,5시간을 나는 아무 도움도 안 되는 쓸데없는 공상에 사로 잡혀 스스로 고통을 자초하고 있었던 것이다.
맞다. 불안이라는 것이 나에게 닥친 문제를 내가 해결하기에는 그 문제가 너무 커 보이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 크게 느껴지는 현실의 문제를 내가 해결해 보려고 하는 자기중심적 자만이 불안의 시작이 아니겠는가?
목회가 왜 불안한가? 재정 때문에 교회가 무너질까 불안한 것일까? 이게 다 내가 목회를 하고 있다는 자만,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교만이 하나님이 하실 일을 막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건강이 왜 불안한가? 건강은 내가 관리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나를 더욱 불안해하고 있는 것 아닌가? 목회도 건강도 하나님이 붙들고 계신다는 이 믿음이 운동을 하는 것보다, 보약을 먹는 것보다, 더 강하게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것을 왜 실천하면서 살지 못 했을까?
믿음보다 불안이 앞서 있으면 모든 것이 경직될 수밖에 없다.
건강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되면 편안히 걸을 수 있는 길도 조마조마 걷게 되고, 아프지도 않은 머리가 아파지고, 안 걸려도 될 감기도 걸린다. 왜 그럴까, 바로 경직되어 있기 때문이다.
목회도 똑같다. 코로나 바이러스도, 내 딸 아이 열병도 똑같다. 불안이 믿음보다 앞서면 우리 몸은 경직되고 더 불안이 불안을 가중시킨다. 그냥 하나님께 맡겨진 목회, 맡겨진 내 몸, 맡겨진 내 딸이 하나님 손에 있다는 믿음이 앞서자 비로소 평안이 왔음을 느낀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불안하고, 앞으로의 목회가 불안하고, 경제가 불안하다고, 내 몸이 이상하다고 느껴지면 믿음이 없는 자신을 발견해야 할 때가 지금이 아닌가 본다.
내 영혼아 네가 어찌하여 낙망하며 어찌하여 내 속에서 불안하여 하는고 너는 하나님을 바라라, 나는 내 얼굴을 도우시는 내 하나님을 오히려 찬송하리로다.(시42:11)
페이팔로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