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친구 목사의 집을 방문 한 적이 있었다. 아직 나보다 나이가 적은데 이미 손자가 둘이나 있는 목사님 집이다. 한 아이는 두 달 후면 5살이 되고 다른 아이는 1년 6개월되었다. 친구 목사가 늘 자랑하는 손자들을 처음 보았는데 귀엽다는 생각을 하게 될 만도 하다.
나이가 들면 애들이 다 귀여운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그날 나를 보고 생긋 웃던 그 손자 녀석이 몇 달이 지난 지금도 내 눈에 선하다. 타인인 나도 그 애들이 귀여워서 눈에 선하게 비춰지는데 자기 핏줄이라는 손주들을 가진 분들은 얼마나 귀여울까?
나는 늦은 결혼을 해서 늦은 자식을 보았다. 마흔에 첫 아들을 얻었는데 그 녀석이 처음 출생했던 병원에서 첫 만남을 가졌을 때 난 울컥 눈물을 흘렸다. 7년을 기다렸던 아이였기 때문이다. 그후에 나는 ‘자식 바보’가 되었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도 그 아들이 눈에 보이고, 출장을 가면 애가 보고 싶어 전화로 애 이름을 불렀던 기억이 난다. 얼마나 예쁜 지 애를 재운다고 밤 두 시가 넘도록 애를 안고 이 방 저 방을 돌아다니면서 밤을 새운 적도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하나도 피곤하지가 않았다. 그렇게 늦둥이를 키웠던 나는 요즘 손주 자랑을 하는 목사님들을 보면서 늘 한마디 한다.
“목사님, 난 다 경험했다고요. 손주보다 자식이 얼마나 이쁜지 경험했다니까요.”
그 말에 손주를 가진 목사님들의 한결같은 말이 어쩌면 그렇게 똑같은지 모른다.
“목사님 손자 손녀 있어 봐, 자식하고 다르다니까.”
그도 그럴 것이 손주를 가진 목사님들의 휴대폰에는 손주들과 찍은 사진이 즐비하다, 심지어는 바탕 화면에 손주의 사진이 올라가 있는 목사님들이 꽤나 된다. 반면, 난 그렇게 예뻐했던 자식 사진이 별로 없다. 같이 찍은 사진도 몇 장 안 된다. 손주 사랑이 자식 사랑보다 더 큰 것이 틀림없는 모양이다.
얼마 전 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았던 분이 이런 말을 한 것이 기억된다. 자기가 죽으면 제일 먼저가 아내가 어떻게 살까 그게 마음에 걸린단다. 그리고 두 번째는 “할아버지!” 하고 달려오는 귀여운 손주들을 못 본다는 것이 가슴이 메어진단다. 그만큼 손주에 대한 사랑은 할아버지들 에게는 삶에 원동력이 된다는 말이다.
아마도 이런 손주들의 사랑은 자기 핏줄에 대한 애착이라 할까? 이 땅에서 살날이 많지 않은 인간의 한계를 손주들이 이어간다는 소망이 손주들을 사랑하는 표현으로 귀결된다고 한다. 더욱이 자식을 직접 낳고 키운 여자들 입장과 애를 간접적으로 키운 남자들과는 조금 차이가 난다고 한다. 젊었을 때는 자식들의 이쁨보다 먹고 사는 일에 온 삶이 집중되다 보니 애들이 어떻게 자라는지 눈 여겨 볼 겨를이 없이 세월이 지나갔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몇 남매씩 연년생으로 애를 키운 분들은 자식의 귀여움을 느낄 여유도 없이 세월을 보내지 않았던가? 이제 세월이 지나 장성한 자식들이 난 손주들이 “할아버지, 할머니”하고 품에 안길 때 지난 날 어떻게 키웠는지 가물가물한 기억 속에 자식들의 귀여움이 솟아오르는 연민도 함께 작용되고 있다는 것이 손주를 가진 분들의 솔직한 고백이 아닐는지….
가족이 대를 이어 이 땅에 존재한다는 것은 축복 중에 축복이다.
그런데 때로는 이 땅에 산다는 것이 회의감이 들 때가 있다. 그 이유야 미래가 너무 비관적이기 때문이다, 극도로 불안해져 가는 세상 정세, 자연재해, 전쟁의 공포, 전염병 등 이 모든 것을 보면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세상에 우리의 후손인 손주들이 살아야 한다. 물론 우리야 그들을 사랑하는 것으로 생을 마감하겠지만 그들은 이 땅에서 우리의 대를 이어 살아야 한다. 이런 비관적이 세상에 왜 후손들이 사는지 아마 하나님만 아실 것이다.
우리 눈에 비춰진 비관적인 삶을 손주들이 겪어야 한다면 그들의 삶에 원동력은 바로 지금도 끊임없이 사랑하시는 하나님 사랑, 그리고 부모 사랑,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뿐이라고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목사님, 사모님! 손자손녀 많이 이쁘죠?
나를 모든 환란에서 건지신 사자께서 이 아이에게 복을 주시오며 이들로 내 이름과 내 조부 아브라함과 아버지 이삭의 이름으로 칭하게 하시오며 이들로 세상에서 번식되게 하시기를 원하나이다. (창4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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