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서 목회를 하는 친구 목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마 3년 만에 대화가 연결된 것 같다. 이 친구가 느닷없이 한국으로 역이민을 가겠다는 것이었다. 미국에서 40년을 넘게 살았는데 이제 와서 한국으로 되돌아가겠다니, 왜냐고 질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친구의 말에 의하면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오랜 시간 집에만 있다 보니 심한 우울증이 발병했다는 것이다.
나는 이 친구에게 이렇게 말해 주었다. “친구야, 지금 코로나에 안 걸린 것만도 자네는 강한 자 아닌가. 우울증에 걸렸다는 것은 아직 자네가 살아 있다는 증거 아닌가. 살아 있는 것이 강한 자일세. 지금까지 살아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강한 자인가! 그런데 스스로 약해져서 한국 간다고? 한국에 가면 강해지나? 강한 자는 지금 자네일세. 우울증 정도야 살아있는 사람에게 잠시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 뿐일세.”
그렇게 그 친구에게 강한 자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이런 말을 한 나 역시도 난 강한 자라고 생각한다. 아니 지금까지 그 수많은 세월을 다 이겨내고 살아 왔는데 그게 얼마나 강한 자의 모습 아니던가? 철없던 시절, 조그마한 괴로움도 이겨내지 못하고 술로 세월을 보냈지만 그래도 잘 견뎌준 것 또한 강한 면모였고, 자살까지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했던 그 순간에도 강자였기에 난 그 순간을 이겨냈던 것이라 생각된다. 더욱이 살아오면서 얼마나 아픈 날이 많았던가? 수없이 걸렸던 감기, 중병으로 병원에서 수술까지 받으면서 생사를 넘나들었던 그 때에도 난 살아나서 지금까지 왔고, 그 많은 사람들에게 당하는 인간관계의 좌절 속에도, 경제적인 문제로 이제는 끝이구나 생각할 정도의 극심한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도 난 잘 이겨내고 지금까지 살아왔으니 얼마나 강한 자인가!
마치 수많은 태풍, 비바람에도 또한 모든 것이 얼어붙는 그 추운 겨울에도 죽지 않고 꿋꿋하게 그 많은 세월을 잘 이겨내고 우뚝 서 있는 나무의 위용처럼 말이다. 어쩌면 살아있는 지금이 살아왔던 지난 세월을 다 품에 안고 가장 강한 자로 서 있는 지금이야 말로 내 인생에 가장 강한 자로 서 있는 것 아닐까? 그래서 난 나를 칭찬한다. 참 잘 견뎌왔다. 넌 정말 강한 자야!
맨하튼에서 15여 년을 목회하는 친구가 있다. 세계의 도시 맨하튼에서 목회를 한다는 자체가 정말 강한 자다. 더욱이 작은 교회를 15년동안 지켜내고 있다는 것은 보통 목회의 2-3배 경제적 어려운 여건에서도 잘 감당했다는 증거다. 많은 대형교회가 지원해도 감당하기 어려운 맨하튼 목회를 아무 지원도 없는 작은 교회를 이끌면서 견뎌왔다는 것은 강한 자의 단면을 보는 것 같다. 목회가 잘 된다, 못 된다 성공여부를 떠나 한마디로 그냥 그곳에서 목회하고 있다는 자체가 강한 자의 위용을 들어내는 강자의 모습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그런데 그런 강자들이 우울증에 걸리고, 목회에 실망을 해 한국으로 가겠다 하며, 자기는 실력이 없는 자라 스스로 격하시켜 무너지려 하니 참으로 안타깝다.
20년, 30년, 목회를 감당했다면 목회의 성공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20년, 30년 내공이 쌓인 자체가 강자 아닌가? 그렇다고 강한 자이기에 강자라고 하지는 않겠다. 내가 강자라고 하는 이유는 바로 내 안에 계신 그분이 강하신 분이기 때문이다. 그분이 지금까지 나를 붙들고 계셨고, 목회를 인도해 오셨고 지금까지 살아 있게끔 하신 그분이 내 안에 계시기에 당연히 강한 자가 아니던가!
목회라든지 사업이라든지 인생살이라든지 세월을 잘 이겨내고 지금까지 살아있다는 것은 지금까지 겪었던 수많은 경험들, 수많은 지식들, 수많은 사람관계들이 엮어져서 만들어 낸 거대한 작품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 거대한 작품이 위용을 들어낼 때가 살아 있는 지금이다. 그래서 지금이 가장 강한 때라는 사실 말이다.
우리가 젊었을 때, 실패와 좌절 속에서 얻어낸 진주같은 보석들이 그때에도 빛을 내면서 인생을 살아왔는데 지금은 어떤가? 그 젊은 시절에 모든 것들이 지금까지 쌓여있는 나를 통해 빛을 발한다면 아마 원자폭탄이 터지듯 놀라운 인생을 만들어 낼 것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인생에서 지금이 가장 강한 때이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하나님께서 지금까지 주신 은혜도 넘쳐났는데 앞으로 주실 은혜는 지금까지 주신 은혜에 수십 갑절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믿어진다면 지금 이 강한 자의 면모를 더욱 강하게 해서 앞만 보고 달려가는 모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당신은 당신이 생각한 것보다 강한 자다.
그러므로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약한 것들과 능욕과 궁핍과 핍박과 곤란을 기뻐하노니 이는 내가 약할 그때에 곧 강함이니라(고후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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