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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중 통행에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12/04/20       박효숙컬럼

공사 중 통행에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세월은 보란 듯이, 약속처럼, 계절을 내어주고, 말없이 유유히 흘러갑니다. 코로나19로 멈추어 있는, 분주한 우리들의 마음은 우당탕 계곡물 소리를 내고, 거칠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절은 세상과 아랑곳없이 낙엽을 털어내고, 겨울준비에 한창입니다.  

 

길을 가다 보면, 공사현장 근처에 ‘공사 중’ 과 함께 “통행에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라는 표지판을 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느 때는 엄청난 소음까지 겹쳐져 짜증과 함께 화가 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공사가 그렇듯이 마쳐지면 지금과는 사뭇 다른, 편리함과 정돈된 단정함을 익히 보아 알기에 참고, 지나치곤 했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우리 모두가 다 ”공사 중’에 있음을 절실히 깨닫습니다. 어느 누구도 완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엄청난 대공사를 하고, 누군가는 고장 난 부분만 고치는 부분공사를 합니다. 누군가는 마치 오래 방치된 공사현장처럼 방치되어 있다가 어느 날부터 다시 공사를 시작합니다. 마음 밭을 갈아 엎고, 상한 마음의 찌꺼기들을 퍼냅니다.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들이 꺽꺽거리며 우는 소리를 냅니다. 너무 억울해서 살 수 없다고 울부짖기도 합니다. 간혹, 천둥 번개 같은 엄청난 소음이 생기기도 합니다. 듣기 끔찍한 마음의 소음은 대부분, 마음의 빨간 단추가 눌러진 경우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빨간 단추를 가지고 있습니다. 빨간 단추는 마음 속에 감추고 있는 뇌관(잘못 건드리면 자동으로 터지는 폭발물) 같은 것을 말합니다. 심리학 용어로 이야기하자면, 핵심감정이나 취약성(vulnerability)으로 대신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부모님의 이야기가, 어떤 사람에게는 가난이나 열등감을 자극하는 이야기가, 어떤 사람에게는 어린시절의 성적이나 학벌이, 어떤 사람에게는 과거이야기가 이에 해당됩니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잘 지내다가 어느 날 불현듯 빨간 단추가 눌러진다는 것은 그 동안 의지적으로 참고 있었던, 억눌려 있던 감정이 어떤 자극에 의해 건드려졌다는 것을 말합니다빨간 단추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자신의 취약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잠깐은 가능할 지 모르나 취약성은 감춘다고 감추어지지 않습니다. 취약성을 꽁꽁 싸서 붙들고 있으면, 남들이 하는 말과 행동, 이야기에 좌지우지하기 쉽습니다. 드러내야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취약성에 묶여 있으면,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자신인데,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되고, 자신에 대한 평가를 남에게 맡기고,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기 위해 분주히 자신을 괴롭히게 됩니다. 

 

자신에 대한 존중이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으로 이어지는데, 자신의 취약성을 방어하느라 모든 에너지를 소진해버리게 됩니다. 우리들 대부분은 어떤 실수나 잘못된 선택했을 , ‘틀려먹었다, ‘멍청하다 존재자체에 대한 비난과 함께, 죄책감을 심어주고, 깊이 반성하도록 교육을 받았습니다. 물론, 실수는 어리석으며, 대부분 고쳐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실수는 옳고 그름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고개를 조아리고,  손을 싹싹 빌고, 죽을 죄를 졌다’고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입니다.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 다시 같은 길을 가지 않으면 됩니다. 

 

어린시절, 아픔과 상처없이 성장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무의식 안에 숨겨놓았는지, 의식 안에 올려놓았는지가 다를 뿐이고, 성숙을 향해가는 디딤돌로 삼고 살았는지, 불행으로 떨어뜨리는 장애물로 삼고 살고 있는 지가 관건입니다. 어느 쪽을 선택하는 지는 자신의 몫이고, 결과 역시 자신의 책임이라는 것만 명심하면 됩니다. 

 

아픔과 상처 덕분에, 그 강한 비바람 덕분에 지금 여기, 우리들이 있습니다. 비록 어제 잘못된 선택을 하였다 하더라도 지금 여기서 바른 선택을 하면 됩니다. 삶에서 좀 방황했다 하더라도, 방향만 잃지 않으면,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습니다글을 마무리 지으면서, 우리들 마음 앞에 ‘공사 중입니다. 통행에 불편을 드려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라고, 보이지 않는 표지판을 하나씩 세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들의 마음 판에, 최소한 공사 소음을 줄이고, 비가 와도 질척거리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을 하겠다는 진정성이 담긴 표지판이 세워진다면, 코로나19로 힘들었던 마음들도, 관계들도, 조잘조잘 흐르는 시냇물 소리를 내면서, 따뜻한 겨울을 맞을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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