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계의 전설이라고 하는 모 호텔 지배인 권문현 씨의 일화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호텔 정문에서 ‘갑질’을 하는 한 손님이 제 분을 이기지 못하고 호텔 종업원에게 소리 지르는 것을 본 지배인 권문현 씨가 그 앞으로 가서 뭐라 한마디 했다고 한다. 그 순간 화가 났던 손님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주고는 사라졌다. 도대체 무슨 말을 했기에 손님의 화가 누그러졌을까? 그리고 이 지배인이 받은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옆에 있던 종업원이 물었다.
지배인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선생님, 명함 하나 주시겠어요?” 아니, 명함 하나에 화가 누그러지다니, 이 지배인의 말이 참 기가 막히다. ‘갑질’하는 사람들은 내가 누군지 좀 알아 달라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웃는 얼굴로 명함 하나를 달라고 말하면 화가 살짝 누그러진다면서 그 후 무슨 사업을 하시느냐 물으면 손님들은 어느 새 자기 이야기를 풀어놓으면서 화가 누그러진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있다. 내가 누구인지 인정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경험해 본 사람들은 잘 안다.
나는 목사가 되기 전 교과서를 편집하는 회사에 다녔다. 거의 10여 년 같은 일을 반복했는데 그 일이 너무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마다 심한 갈등을 하게 되었다. 당시 문교부에서 책을 집필하여 보내 오면 그 문교부에서 지시한 대로만 책을 만들어야 한다. 글자 하나, 내용, 그림, 사진, 페이지 수 등,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대로만 만들어 주는 일이었다. 그 일이 반복되다 보니 직장에 다니는 것이 무의미 하다고 느낄 때가 참 많았다. 그 후 난 88서울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일을 하게 되었는데 그 때는 모든 일을 내 아이디어로 만들어야 하고 내가 계획을 해야 하는 책임자로 일을 하게 된 것이다. 그 곳에서 나는 윗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 유능한 직장인으로 두각을 나타나게 되었다. 윗사람들에게 인정받는다는 것이 나를 신나게 일할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 준 셈이다.
목사가 되어 미국에 왔다. 개척교회를 하면서 성도들이 몰려오고, 말씀이 좋다고, 은혜 받았다고 할 때마다 목사로서의 자부심이 생기고 신바람 나는 목회를 할 수 있는 동력이 생길 때가 있었다. 어찌 보면 참 한심한 젊은 목사 시절인 것 같다. 성도들에게 인정받는다고 우쭐대고 대단한 목사라고 착각을 하면서 목회를 했으니….
세월이 지나면서 서서히 목회가 어려워지고 성도들이 교회를 떠나고 경제적 어려움이 오면서 누구에게도 목회 잘한다. 은혜 받았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아무도 인정해 주는 사람이 없다, 그러자 내 안에 분노가 들어나기 시작했다. 어떤 때는 집사람이 나를 추궁하는 소리가 들리면 참을 수 없는 분노가 폭발한다. 이런 이유가 바로 인정받지 못하는 목사의 자화상이 내 안에 있었나 보다. 그래서일까 많은 목사님들이 인정받으려는 행동을 하는데 모두가 천태만상이다. 어떤 목사는 돈으로 밥 잘사는 목사로 인정받으려 하고, 어떤 목사는 ‘몸짱’으로 인정 받으려 하고, 누구는 축구 잘하는 목사로, 누구는 설교 잘하는 목사로, 말 재주로, 사진 잘 찍는 것으로, 배운 지식으로, 잘 하는 영어 실력으로 자기를 증명하려는 목사가 부지기수이다.
어쩌면 교계 단체장이 되려는 것도 자기 존재가 인정받는다는 자긍심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더욱이 회장으로 총무로 인정받으려 하는 일에 누군가 제동을 걸면 마이크를 잡고 소리를 지른다. 회장이라는 위치가 그렇게 소리를 질러도 된다는 것으로 치장하여 자기를 인정해 달라는 내면 속 어린애 같은 어른아이 아닐까?
사람은 인정받고 사는 동물인가 보다. 아내가 남편에게 인정받지 못하면 분노한다. 남자 역시 남자로 인정받지 못하면 주눅이 들어 기를 못 쓴다. 인정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물질로, 자기 직업으로, 자기 직분으로 자기를 인정받고 싶은 행동을 한다는 것은 아동 심리학에서도 잘 지적해 놓았다.
그렇다면 목사는 뭘로 인정을 받아야 하나? 바로 목사다운 목사로 인정을 받아야 한다. 그것 이상으로 더 행복한 게 또 있을까? 목사다운 목사는 예수님 닮은 성품 아닌가? 온유하고, 진실하고, 겸손하고, 충성하는 그런 모습으로 인정받을 때가 하나님에게도 인정받게 되는 것 아니겠는가!
이번 교협 임원들이나 목사회 임원들은 많은 일을 잘해서 인정받는 그런 단체보다는 정말 목사다운 목사들이 일을 했다고 인정받는 그런 교협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그 주인이 이르되 잘 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으로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예할지어다.(마2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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