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목회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날마다 하나님께서 내 삶의 모든 것을 채워주신 다는 것이다. 그냥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그때그때마다 채워주신다는 사실이다. 물론 나뿐만이 아니라,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경험한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오래 전 우리교회는 단기선교를 다녀온 일이 있었다. 이 선교여행을 계획하게 된 이유가 있었다. 성도들이 모이면 타 교회에서 경험했던 선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교회도 단기선교를 하면 어떨까 생각을 해보았었다. 하지만 선교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경비가 많이 지출되는지 나는 잘 알고 있었던 터라, 우리교회 재정 형편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이야기로 생각하고 못 들은 체 해 버렸다.
어느 날 기도하는 가운데 하나님께서 선교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셨다. 하지만 이것도 그냥 내 머리 속에 스쳐 지나가는 먼 훗날의 비전으로 여기고 묵살해 버렸다. 그렇게 선교는 나하고 먼 이야기로 여기던 어느 날, 뉴욕의 모 목사님께서 선교하지 않는 교회는 교회도 아니다 라는 말을 듣게 되었고 그 말에 심한 반발을 하였었다. 교회가 교회마다 특성이 있는 것 아닌가? 어느 교회는 찬양을, 어느 교회는 은사를, 어느 교회는 상담 치유를, 어느 교회는 제자 교육을…. 다 나름대로 특성 있게 목회를 하는 것이지 어떻게 선교하지 않는다고 교회도 아니라니, 나는 그 말에 결국 동의하지 않았었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 CCC간사로 해마다 선교 사역을 하는 아들로부터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되었다. “아빠 교회는 선교에 대한 비전이 있어?” 나는 얼떨결에 “지금은 없지만 교회가 부흥되면 우리도 선교할거야,”이렇게 말해 놓고 내 방에 와 있는데 갑자기, ‘아! 이게 하나님의 소리구나!’ 하는 영감이 스쳐 지나가는 것 아닌가,
계속 들려오는 선교에 대한 비전의 소리가 뒤늦게 들려지는 것이었다. 나는 어떻게 우리교회같이 재정적으로 어려운 교회가 선교를 할 수 있나 기도해 보았지만 그 대답은 선교를 가라는 것이었다. 이윽고 난 교회에 선포를 해 버렸다, “우리교회도 선교를 가기로 했습니다.” 한 마디로 불가능한 선포였다. 재정적으로 단돈 1불이 없는 상황에서 선교를 간다니…. 그것도 의료선교를 가자고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후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교인 한 분이 “목사님 부부 선교 비용은 제가 다 충당하겠습니다.”하고 나선 것이다. 그렇게 시작되면서 곳곳에서 선교 후원금이 들어오는데 상상을 초월한 후원금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 아닌가, 더욱이 한국에서도 큰 금액의 선교 후원금이 들어 올 뿐 아니라 각종 약품, 안경, 신발, 옷, 장난감 등 어마어마한 선교물품이 들어오는 것이었다.
우리교회는 이렇게 엄청난 선교 후원을 받아 남미 선교를 다녀왔고, 다녀온 이후에도 그 남은 선교 후원금은 교회 재정에도 큰 보탬이 되었다. 나는 그 선교를 통해 역사하셨던 하나님을 그때 확실하게 배웠다. 하나님의 사역을 위해 바른 방향만 잡고 있으면 하나님은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 모든 것을 채워 주신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런데 뒤돌아보니까 지금까지 목회를 하면서 끊임없이 채워주셨던 하나님의 공급하심이 연속되었다는 사실을 그때그때 감사함으로만 받아들였지 그것이 하나님께서 역사하시는 방법이라는 것을 모르고 지냈으니 말이다. 모르니까 매달 교회 렌트비 걱정, 사택 렌트비 걱정, 먹고 사는 문제에만 집중했지 하나님을 향한 목표와 방향에 대해선 전혀 관심이 없었으니 얼마나 한심한 목회를 하였었던가!
이달 교회 렌트비가 모자란다고 기도하니 6개월치 렌트비를 지원해주신 목사님, 사택 렌트비가 없다고 하니 한국에서 찾아와 렌트비를 해결하고 가시는 평신도, 돈이 없어 하루하루 살길이 막막하다고 하니 바람에 날리는 낙엽 속에 백 불짜리 새 돈이 수 백 불씩 날아오지를 않나, 입을 것, 먹을 것, 살아갈 모든 것을 때를 따라 끊임없이 공급하시는 하나님이 내 곁에 계셨는데도 그렇게도 믿음 없이 살았으니 하나님께서 얼마나 애가 타셨을까?
그렇게도 많이 불렀던 찬송! “나의 갈길 다 가도록 예수 인도하시니 어려운 일 당할 때도 족한 은혜 주시네 나는 심히 고단하고 영혼 매우 갈하나 나의 앞에 반석에서 샘물 나게 하시네 나의 앞에 반석에서 샘물 나게 하시네”
새해에도 내 앞길을 막고 있는 반석은 계속 버티고 있겠지만 분명히 그 반석에서 물이 쏟아져 나오리라 믿는다. 그렇게 믿고 있던2021년 1월1일. 한번도 실망시키지 않으시는 하나님은 새해 첫날이 열리자마자 모 목사님을 통해 놀라운 선물을 보내주셨으니 어찌 그 감격이 ‘나의 앞에 반석에서 샘물 나게 하시네’ 찬송으로 나오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을 향한 방향과 목적이 뚜렷한 자에게 모든 것들을 끊임없이 채워주신다는 이 놀라운 역사하심이 2021년 새해에는 모두에게도 있어지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나의 하나님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영광 가운데 그 풍성한 대로 너희 모든 쓸 것을 채우시리라(빌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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